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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부장 실적 리뷰

퀄컴, 메모리 더 가깝고 빠르게…국내 본딩·테스트 새 수요

HBC로 데이터 이동·전력 줄인다…SK하이닉스·한화세미텍·ISC 기술 방향 맞물려

허인혜 기자  2026-07-03 14:12:14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반도체 시장이 역사적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의 체감 온도는 엇갈리고 있다. HBM 투자가 확대되면서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고객사 투자 지연과 재고조정, 중국향 매출 둔화 등 복합적인 영향에 기업별로 극과 극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더벨은 국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해 반도체 생태계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해봤다.
퀄컴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메모리를 더 가까이 붙여 데이터 이동과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새로운 구조를 내놨다. 현재 널리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다른 HBC(High Bandwidth Compute) 기술이다. AI가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추론 서비스를 우선 겨냥한다.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과의 접점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SK하이닉스는 퀄컴의 데이터센터 협력 생태계에 공식 참여했다. 칩을 정밀하게 쌓는 장비를 개발하는 한화세미텍과 대형 AI 반도체용 테스트 사업을 확대하는 ISC도 기술 방향이 맞닿아 있다.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확장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일찌감치 접점을 만들고 있어 의미가 깊다.

◇퀄컴 HBC, AI칩과 메모리 붙여 효율화

퀄컴이 차세대 주역으로 HBC를 전면에 내세운 근거는 메모리 사이 '거리'다. AI 반도체는 계산을 맡는 칩과 정보를 보관하는 메모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연산칩이 아무리 빨라도 메모리에서 정보가 늦게 넘어오면 계산을 멈추고 기다리는 시간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전력 소모도 커진다.

현재 HBM은 여러 메모리 칩을 위로 쌓은 뒤 AI 가속기 옆에 배치한다. 퀄컴의 HBC는 연산을 담당하는 부분을 메모리 바로 아래에 놓는다. 전체 데이터를 멀리 옮기기보다 일부 데이터는 메모리 가까이에서 계산해 처리속도를 높이고 전력과 비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설계를 통해 퀄컴은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를 매우 빠르게 높이고 같은 전력으로도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1세대 HBC를 적용할 AI 가속기 AI250의 유효 메모리 대역폭 목표는 카드 한 장당 초당 133TB다. 유효 대역폭이란 메모리 자체의 전송 속도에 메모리 가까이에서 계산하며 얻는 속도의 이점도 포함하는 수치다.

현재 퀄컴 AI200보다 18배 높다. AI250은 2027년 중반부터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AI300은 2028년 샘플링을 시작한다.

퀄컴이 우선 겨냥하는 곳은 AI 모델을 처음부터 훈련하는 학습보다 이용자의 질문에 반복해서 답하는 추론 시장이다. 투자업계에서도 유의미한 흐름을 감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GPU 사용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고객들이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추론 방식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퀄컴은 이 비용 문제를 메모리와 연산칩의 배치를 바꾸는 효율화 방식으로 풀고자 했다.

◇SK하이닉스, 데이터센터 협력사…메모리 역할 넓어진다

국내 기업 가운데 퀄컴과 가장 직접적인 접점이 확인된 곳은 SK하이닉스다. 퀄컴이 공개한 데이터센터 전략 지지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류성수 SK하이닉스 아메리카 최고경영자는 AI 작업이 복잡해지고 메모리 사용량이 늘면서 연산과 메모리를 더 가까이 배치하고 전력당 성능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퀄컴 HBC가 해결하려는 문제의식과 같은 이야기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와 이를 뒷받침할 패키징 기술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25년 연구개발비는 약 6조7300억원으로 전년보다 35.9%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청주 지역에 100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7월 내놨다. 신규 생산시설뿐 아니라 HBM 후공정을 담당할 첨단 패키징 시설 확충도 투자 대상에 포함했다.

제품 개발도 퀄컴의 방향과 맞닿는다.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던 저전력 메모리를 AI 서버용으로 확장한 SOCAMM2를 양산하고 있다. 고성능 메모리를 더 높게 쌓기 위해 칩을 직접 붙이는 하이브리드본딩 적용도 검토 중이다. 과거에는 메모리 안에 일부 연산 기능을 넣어 데이터 이동을 줄이는 PIM도 개발했다.

퀄컴이 SK하이닉스를 HBC용 메모리 납품처로 낙점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공식 협력이 가시화됐고 기술적 방향도 일치한다. SK하이닉스가 관련 메모리·패키징 기술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상황 속 SK하이닉스를 주 고객사로 하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칩 붙이고 검사하고…한화세미텍·ISC, 관련기술 투자 확대

연산칩과 메모리를 위아래로 결합하려면 수많은 전기 연결 부위가 정확히 맞도록 칩을 정밀하게 붙여야 한다.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거나 두 칩 사이에 빈 공간이 생겨도 신호 전달과 수율에 문제가 생긴다.

한화세미텍의 소개에 따르면 2세대 하이브리드본더는 별도의 범프(Bump·납과 같은 전도성 돌기)없이 칩의 구리 표면을 직접 붙이는 장비다. 16~20단 고적층도 얇은 두께로 만들 수 있다. 칩을 맞추는 위치 오차 목표는 0.1㎛(마이크로미터)다.


한화세미텍은 기존 HBM용 TC본더에서 칩온웨이퍼·하이브리드본더로 장비군을 넓히고 있다. 연구개발비도 2023년 507억원, 2024년 678억원, 2025년 795억원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약 57% 늘어난 규모다. 기존 TC본더 SFM5 Expert로는 2025년 9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미 생산 중인 장비에서 매출을 창출하고 자금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다.

칩을 붙인 뒤에는 완성된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는 ISC가 이미 AI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실적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앞서 다룬 대형 패키지 수요에 더해 칩과 메모리의 결합이라는 또 다른 이유로 검사 수요가 커진 셈이다.

ISC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683억원, 영업이익은 2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5%, 237%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 관련 매출은 553억원으로 전체의 81%, 데이터센터 매출은 542억원으로 79%를 차지했다. ISC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AI 비중을 100%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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