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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50년 성장사

김성아 기자  2026-07-22 15:27:07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약국 카운터에서 출발한 제약회사

2.1. 임성기약국 : 1966년

2.2. 5개 허가로 시작한 한미약품 : 1973년

3. 기술로 먹고사는 회사를 꿈꾸다

3.1. 로슈 기술수출 : 1989년

3.2. 노바티스와 마이크로에멀전 : 1997년

3.3. 북경한미약품 : 수출 아닌 현지화

4. 개량신약으로 만든 한국형 성장 공식

4.1. 의약분업이 바꾼 시장

4.2. 아모디핀 : 염을 바꿔 시장을 열다

4.3. 아모잘탄·에소메졸·로수젯

4.4. 개량신약의 돈을 혁신신약으로

5. 랩스커버리 :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을 늘리다

5.1. 지속형 바이오신약 플랫폼

5.2. 퀀텀프로젝트와 롤론티스

6. 2015년 : 한미약품의 해

6.1. 이어진 대형 기술수출

6.2. 사노피와 퀀텀프로젝트

7. 기술수출 신화의 이면

7.1.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해지 : 2016년

7.2. 릴리·얀센·사노피의 권리 반환

8. 반환된 신약의 재기 : 포기하지 않는 파이프라인

8.1. 랩스커버리의 재평가 : 릴리와 다시 손잡다

9.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와 준비되지 않은 승계

9.1. 임 회장이 남긴 유산

9.2. 상속세와 분산된 가족 지분

10. 한미 오너가 분쟁

10.1. OCI 통합 추진, 모녀와 형제의 결별

10.2. 형제 경영체제와 신동국의 이탈

10.3. 한미약품 이사회로 번진 전쟁

10.4. 4자연합과 전문경영인 체제

10.5. 연합 내부 갈등과 다시 움직인 지분

11. 분쟁 중 이어진 한미약품의 R&D

11.1. 2026년 3월 말 파이프라인

12. 한미약품이 남긴 것

12.1. 한국 제약바이오 생태계의 변화

12.2. 풀리지 않은 숙제

최초 문서 작성일 : 2026년 7월 22일

1. 개요접기



한미약품은 1973년 약사 고(故) 임성기 회장이 서울 동대문구의 작은 약국에서 일군 꿈을 제약회사로 옮겨놓으면서 탄생했다. 복제약을 판매해 생존 기반을 마련해야 했던 시절부터 개량신약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와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기까지 한미약품의 역사는 한국 제약산업이 제네릭 중심 산업에서 R&D 중심 산업으로 탈바꿈한 과정과 겹친다.

한미약품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한국형 R&D 전략’이다. 제네릭에서 창출한 수익을 개량·복합신약 개발에 투입하고 여기서 확보한 역량을 다시 혁신신약 연구에 투자하는 단계적 선순환 구조다. 임 회장은 장기간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며 한미약품을 국내 영업 중심의 제약사에서 글로벌 신약개발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그 결과가 2015년 연이어 체결한 대형 기술이전 계약이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얀센·일라이 릴리·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에 항암·면역질환·당뇨·비만 분야 후보물질을 이전했다. 국내에서 발굴한 신약후보와 플랫폼 기술도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개발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장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영광 뒤에는 그림자가 따랐다. 계약 해지와 권리 반환, 임상 중단, 임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까지 이어졌다. 한미약품의 역사는 성공 신화인 동시에 하나의 신약이 실제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시간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 문서는 임성기약국 시절부터 2015년 기술이전 신화, 반환 파이프라인의 재기와 이후의 오너 경영권 분쟁까지 한미약품의 역사를 시간 순으로 정리한다.

2. 약국 카운터에서 출발한 제약회사접기



2.1. 임성기약국 : 1966년접기



1940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임 회장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임성기약국’을 열었다.

임 회장은 약국을 운영하며 환자와 직접 만났다. 국내 의약품 시장이 외국에서 개발한 제품과 이를 모방한 약에 의존하던 시기였다. 약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기술로 더 나은 의약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제약회사 창업으로 이어졌다.

약국에서 쌓은 경험은 한미약품의 제품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성분을 같은 형태로 판매하기보다 환자가 복용하기 편한 제형과 새로운 제조방법을 찾았다. 남들과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은 이후 한미약품 연구개발 전략의 출발점이 됐다.

2.2. 5개 허가로 시작한 한미약품 : 1973년접기



임 회장은 1973년 6월 15일 대동약품이 보유한 5종의 의약품 허가를 인수해 임성기제약회사를 설립했다. 사명은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로 변경됐다.

창업 초기 한미약품은 자본과 영업망에서 기존 대형 제약사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정면 승부 대신 좌제·연질캡슐·발포정·시럽 등 당시 국내에서 흔하지 않았던 제형으로 차별화했다. 신물질을 개발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성분을 더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축적했다.
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회장이 임성기 약국 시절 흰 가운과 명찰을 패용하고 손님을 맞고 있다. (출처: 한미약품 홈페이지)

한미약품은 1979년 연질캡슐 자동충진기를 도입해 수탁생산에 나섰다. 1984년에는 원료의약품 계열사 한미정밀화학을 설립했다.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한미약품과 원료 합성기술을 담당하는 한미정밀화학을 함께 육성하면서 연구 결과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할 기반을 마련했다.

1988년에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창업 15년 만에 제조·연구·자본조달 기반을 갖춘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3. 기술로 먹고사는 회사를 꿈꾸다접기



3.1. 로슈 기술수출 : 1989년접기



한미약품은 1989년 스위스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 제조기술을 이전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에 의약품 제조기술을 수출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세프트리악손은 한미약품이 처음 발견한 신물질이 아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은 원료와 완제품을 효율적으로 제조하는 공정·제제기술이었다. 해외에서 기술을 들여오는 데 익숙했던 국내 제약산업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기업의 기술에 대가를 지급했다.

이 계약은 한미약품의 경영 방향을 바꿨다. 국내 영업에서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연구를 통해 확보한 기술도 독립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었다. R&D를 회사 경영의 핵심 가치로 두기 시작한 계기였다.

3.2. 노바티스와 마이크로에멀전 : 1997년접기



두 번째 전환점은 1997년 찾아왔다. 한미약품은 스위스 노바티스에 독자 개발한 마이크로에멀전 제제기술을 이전했다.

계약 시점은 한국이 외환위기에 직면한 때였다. 국내 기업들이 외화 부족과 고금리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미약품은 연구기술을 해외에 팔아 달러를 벌어들였다. R&D가 비용을 쓰는 활동에 머물지 않고 회사를 지탱할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로슈와 노바티스 계약을 거치며 한미약품은 신물질을 처음 발굴하지 않더라도 제조공정과 제형을 개선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다. 이 경험은 이후 개량신약 전략의 원형이 됐다.

3.3. 북경한미약품 : 수출 아닌 현지화접기



한미약품은 1996년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을 설립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수출법인이 아니라 현지에서 연구개발·생산·영업을 모두 수행하는 제약회사 형태였다.

북경한미는 어린이 정장제 ‘마미아이’와 호흡기 치료제 ‘이탄징’ 등을 주력 제품으로 육성했다. 중국의 의료환경과 환자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자체 영업조직을 통해 시장을 공략했다.

장기간 현지화에 투자한 북경한미는 한미약품 연결 실적을 뒷받침하는 주요 계열사로 성장했다. 글로벌 진출을 기술수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지법인을 직접 육성한 결과였다.

4. 개량신약으로 만든 한국형 성장 공식접기



4.1. 의약분업이 바꾼 시장접기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을 전후해 국내 제약시장의 경쟁구도는 크게 달라졌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제약사들의 경쟁 무대도 약국에서 병원 처방시장으로 이동했다.

다국적 제약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축적된 임상자료를 앞세워 처방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을 빠르게 출시하거나 해외 제품을 도입해 대응했다.

한미약품은 제네릭을 판매하면서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방안을 찾았다.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염·제형·함량·성분 조합을 개선해 새로운 특허와 임상적 가치를 확보하는 개량신약에 집중했다.

4.2. 아모디핀 : 염을 바꿔 시장을 열다접기



2004년 출시된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은 한미약품 개량신약 전략의 첫 성공작이다. 고혈압 성분 암로디핀에 사용되는 염을 베실산염에서 캄실산염으로 바꾼 국내 최초 염변경 개량신약이었다.

한미약품은 기존 제품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새로운 염과 제조기술을 개발해 독자 특허를 확보했다. 아모디핀은 국내 고혈압 처방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한미약품을 업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아모디핀의 성공은 국내 제약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발굴하지 않아도 기존 의약품을 개선해 독자적인 제품과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후 국내 제약사들이 염변경·서방형·복합제 개발에 잇달아 뛰어들었다.

4.3. 아모잘탄·에소메졸·로수젯접기



한미약품은 아모디핀의 성공을 복합신약으로 확장했다. 2009년 출시한 ‘아모잘탄’은 암로디핀과 로사르탄을 한 알에 담은 고혈압 복합제다. 서로 다른 작용기전의 성분을 결합해 혈압조절 효과와 복약 편의성을 높였다.

아모잘탄은 미국 머크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이뇨제와 이상지질혈증 성분을 추가한 아모잘탄플러스·아모잘탄큐·아모잘탄엑스큐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하나의 성공 제품을 여러 조합으로 확장해 장기간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었다.
아모잘탄정. (출처: 한미약품 홈페이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에소메졸’은 2013년 국내 개량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자체 제형과 생산자료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의 허가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2015년 출시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복합신약이다. 로수젯은 한미약품의 최대 처방품목으로 성장했다. 아모잘탄·에소메졸·로수젯 등 자체개발 제품은 일회성 기술료와 달리 매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며 혁신신약 연구를 뒷받침했다.

4.4. 개량신약의 돈을 혁신신약으로접기



한미약품은 개량신약을 최종 목적지로 보지 않았다. 제네릭과 개량·복합신약에서 확보한 이익을 더 위험하고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혁신신약 연구에 투입했다.

임 회장은 신약개발을 제약기업의 존재 이유로 봤다. 단기 손익에 부담이 생겨도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국내 처방의약품에서 현금을 창출하고 일정 단계에 도달한 신약후보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해 파트너의 자금과 임상 경험을 활용했다.

모든 후보물질을 자체 자금으로 임상 3상까지 끌고 가기보다 국내 사업과 기술수출을 조합해 개발 위험을 분산했다. 제네릭에서 개량신약으로, 개량신약에서 혁신신약으로 연구의 난도를 높이는 구조가 완성됐다.

5. 랩스커버리 :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을 늘리다접기



5.1. 지속형 바이오신약 플랫폼접기



개량신약으로 연구와 사업의 기반을 갖춘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의 투여주기를 늘리는 기술에 도전했다. 단백질과 펩타이드 의약품은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돼 환자가 자주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해법이 ‘랩스커버리’다. 치료용 단백질이나 펩타이드에 링커와 비당쇄화 면역글로불린 Fc 단편을 결합해 체내 반감기를 늘리는 독자 플랫폼이다.
랩스커버리 기술 기전 모식도. (출처: 한미약품 홈페이지)

약효가 오래 지속되면 매일 맞던 주사를 주 1회나 월 1회로 줄일 수 있다. 당뇨·비만·성장호르몬 결핍·희귀질환처럼 장기간 투약이 필요한 분야에서 환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

랩스커버리의 강점은 하나의 후보물질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GLP-1·인슐린·글루카곤·성장호르몬·G-CSF·GLP-2 등 여러 단백질과 펩타이드에서 후속 후보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5.2. 퀀텀프로젝트와 롤론티스접기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당뇨·비만 치료제 3종을 ‘퀀텀프로젝트’로 묶었다. 지속형 GLP-1 유사체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지속형 인슐린, 두 물질을 결합한 복합제가 핵심이었다.

퀀텀이라는 이름에는 매일 투여하던 당뇨병 치료제를 주 1회 또는 더 긴 주기로 바꾸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한미약품이 장기간 축적한 제제기술과 대사질환 연구를 집약한 프로젝트였다.

랩스커버리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도 적용됐다. 한미약품은 2012년 미국 스펙트럼과 공동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맺었다. 롤론티스는 2022년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아 ‘롤베돈’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롤베돈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 가운데 미국 허가와 상업화까지 도달한 첫 사례다. 기술이전에서 실제 제품 출시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계약 체결보다 임상·생산·허가를 끝까지 완수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점도 보여줬다.

6. 2015년 : 한미약품의 해접기



6.1. 이어진 대형 기술수출접기



2015년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들에 항암·면역질환·당뇨·비만 분야의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잇달아 기술이전했다. 한두 건의 우연한 거래가 아니라 여러 연구조직에서 연속적으로 성과가 나왔다.

3월에는 일라이 릴리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M71224를 이전했다. 미국 스펙트럼에는 항암제 포지오티닙의 권리를 넘겼다.

7월에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내성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 계약을 체결했다. 임상 초기 단계의 국산 항암제가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자산으로 평가받았다.

11월에는 얀센에 지속형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를 이전했다. 중국 자이랩에는 올무티닙의 중국지역 권리를 넘겼다. 플랫폼 기반 바이오신약과 합성 항암신약이 동시에 글로벌 거래 대상으로 올라섰다.

6.2. 사노피와 퀀텀프로젝트접기



가장 큰 계약은 2015년 11월 사노피와 체결한 퀀텀프로젝트 기술이전이었다.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지속형 인슐린, 복합제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계약은 당시 국내 제약산업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였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한미약품의 플랫폼과 후보물질에 수조원의 최대 가치를 부여하면서 국내 시장의 평가도 달라졌다.

2015년의 연쇄 계약은 국내 제약사의 기업가치 평가방식을 바꿨다. 이전까지 제약사의 가치는 국내 영업망과 완제품 매출을 중심으로 평가됐다. 한미약품은 아직 매출이 없는 임상단계 후보물질과 플랫폼도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가치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형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고 바이오벤처와 투자시장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연구조직은 비용부서가 아니라 미래의 기술거래와 성장을 만드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7. 기술수출 신화의 이면접기



7.1.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해지 : 2016년접기



2016년 9월 한미약품은 미국 제넨텍에 표적항암제 HM95573을 기술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저녁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한미약품은 이튿날 주식시장이 열린 뒤 관련 사실을 공시했다.

전날 기술수출 호재만 알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장중 악재를 접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정보 공개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했다.

올무티닙 임상에서는 중증 피부 이상반응과 사망 사례가 알려지며 안전성 우려가 제기됐다. 경쟁 약물의 등장과 폐암 치료시장의 변화도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미공개 정보가 공시 전에 주식거래에 이용됐는지 조사했다. 2015년 기술수출이 연구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2016년 사태는 임상과 계약 정보를 시장에 투명하게 전달하는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7.2. 릴리·얀센·사노피의 권리 반환접기



대형 계약의 조정과 반환은 이어졌다. 사노피는 퀀텀프로젝트 가운데 지속형 인슐린의 권리를 반환하고 에페글레나타이드 중심으로 개발 범위를 축소했다.

2019년 일라이 릴리는 HM71224의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에서 기대한 유효성을 확인하지 못하고 권리를 반환했다. 같은 해 얀센도 지속형 이중작용제가 내부 개발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권리를 돌려줬다.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한 뒤 2020년 권리를 반환했다. 후보물질의 문제뿐 아니라 사노피가 당뇨·심혈관질환 연구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영향도 있었다.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돼도 개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았다.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전략과 경쟁환경이 바뀌면 임상 결과와 별개로 개발이 중단될 수 있었다. 계약 총액이 임상 성공이나 실제 수령액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8. 반환된 신약의 재기 : 포기하지 않는 파이프라인접기



권리가 반환됐다고 후보물질의 수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한미약품은 되돌아온 파이프라인의 임상자료와 작용기전을 다시 분석해 적응증을 바꾸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찾았다.

얀센에서 반환된 후보물질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라는 이름으로 2020년 MSD에 다시 기술이전됐다. 비만·당뇨병에서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바꿨다. 2026년 3월 말 기준 글로벌 임상 2상 단계로 2025년 12월 임상 2b상 환자 투약을 마쳤다.
출처: 한미약품 사업보고서 등

일라이 릴리에서 돌아온 포셀티닙은 류마티스관절염 대신 혈액암 치료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노보메디슨이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국내 임상 2상과 비호지킨림프종 국내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노피에서 반환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비만치료제로 재탄생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2025년 12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202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당뇨 적응증으로도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했다.

기술이전 계약의 종료를 연구의 실패로 단정하지 않고 이미 확보한 물질과 임상자료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반환이 끝이 아니라 다음 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한미약품이 직접 보여줬다.

8.1. 랩스커버리의 재평가 : 릴리와 다시 손잡다접기



2026년 3월 말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단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장 점막의 성장과 영양분 흡수를 돕는 GLP-2에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투여주기를 늘린 후보물질이다.

현재 허가된 GLP-2 계열 치료제는 매일 투여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소네페글루타이드의 반감기를 늘려 월 1회 투여하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26년 6월 일라이 릴리에 소네페글루타이드의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2억6000만달러이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7500만달러다. 개발·허가·상업화 성과에 따라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를 추가로 받는 구조다.

릴리는 2015년 HM71224를 도입했다가 2019년 권리를 반환한 파트너다. 첫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양사는 연구개발 관계를 이어갔고 새로운 랩스커버리 후보물질로 다시 손을 잡았다.

랩스커버리는 대형 기술수출을 이끈 뒤 여러 차례 권리 반환을 겪었다. 롤베돈은 미국에서 상업화됐고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다시 대형 계약을 이끌었다. 장기간 개발한 플랫폼이 후속 파이프라인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거래였다.

9.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와 준비되지 않은 승계접기



9.1. 임 회장이 남긴 유산접기



임 회장은 2016년 개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일부를 그룹 임직원들에게 무상 증여했다. 2015년 대규모 기술수출의 성과를 연구·영업·생산 현장의 직원들과 나누겠다는 취지였다.

임 회장은 2020년 8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였다. 1966년 약국을 연 지 54년, 한미약품을 설립한 지 47년 만이었다.

임 회장이 남긴 사업적 유산은 △국내 첫 의약품 제조기술 수출 △개량·복합신약 시장 개척 △랩스커버리 플랫폼 개발 △북경한미약품 현지화 △2015년 대형 기술이전으로 정리된다.

더 큰 유산은 국내 제약사도 자체 기술로 글로벌 기업과 거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든 점이다. 계약 반환과 임상 실패까지 포함한 한미약품의 경험은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에 뛰어드는 기준점이 됐다.

9.2. 상속세와 분산된 가족 지분접기



임 회장의 별세는 대규모 상속세와 승계 문제를 남겼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배우자 송영숙 회장과 자녀 임종윤·임주현·임종훈에게 나눠 상속됐다.

가족들은 연부연납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지만 장기간 현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지분이 가족 구성원에게 분산되면서 누구도 단독으로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임 회장이라는 구심점 아래 가려졌던 가족별 경영구상과 이해관계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지분 매각이나 외부투자자 유치는 그룹 지배권 변화로 직결될 수 있었다. 이 구조적 문제가 2024년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을 계기로 공개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폭발했다.

10. 한미 오너가 분쟁접기


10.1. OCI 통합 추진, 모녀와 형제의 결별접기



한미약품그룹은 2024년 1월 OCI그룹과 지분 교환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합한 통합계획을 발표했다.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거래를 추진했다.

모녀 측은 상속세와 재무 부담을 해결하고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 사업을 결합해 장기 성장기반을 확보하려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양측 오너가가 지분을 교환하고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신주를 인수해 공동경영하는 구조였다.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은 통합이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외부에 넘기는 거래라며 반발했다. 형제는 신주 발행을 막기 위한 가처분을 제기하고 한미사이언스 이사 선임을 둘러싼 주주총회 표 대결에 나섰다.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5명이 모두 선임됐다. 개인 최대주주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친인척·소액주주의 표가 형제 측에 힘을 실었다. OCI그룹은 통합을 중단했고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했다.

10.2. 형제 경영체제와 신동국의 이탈접기



임종훈 사장은 2024년 5월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다. 송영숙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임종윤 회장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했다.

형제 경영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투자 유치와 지분 매각, 전문경영인 활용 방식을 둘러싸고 형제와 신동국 회장 사이에 이견이 나타났다. 임종윤 회장은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부담이 컸고 임종훈 사장은 외부자본 유치와 그룹 운영에서 형과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2024년 7월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손을 잡았다. 정기주주총회에서 형제를 지원한 지 넉 달 만에 반대 진영으로 이동했다. 모녀와 신 회장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형제에게 경영권을 안겨준 캐스팅보트가 모녀 측의 핵심 주주로 돌아서면서 지분 구도는 다시 뒤집혔다.

10.3. 한미약품 이사회로 번진 전쟁접기



분쟁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넘어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으로 번졌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는 지주사와 별도로 인사권과 경영권을 행사하는 독립경영을 추진했다.

임종훈 대표는 박 대표의 직급을 사장에서 전무로 낮췄지만 별도 법인인 한미약품 대표이사직까지 해임하려면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가 필요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을 추진했다.

2024년 12월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두 사람의 해임안은 부결됐다.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한미약품 지분 41.42%로 찬성했지만 이사 해임에 필요한 특별결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박 대표가 자리를 지키면서 한미약품 독립경영과 모녀·신동국 측의 전문경영인 구상도 힘을 얻었다. 지주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40% 넘게 보유해도 다른 주주의 동의 없이 이사회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10.4. 4자연합과 전문경영인 체제접기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신동국 회장에 라데팡스파트너스가 합류하면서 3자연합은 4자연합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이사회 구성과 공동의결권 행사, 우선매수권과 동반매각권 등을 담은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형제 측 지분이 감소하고 우호 이사들이 잇달아 사임하면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도 4자연합 우위로 재편됐다. 임종훈 사장은 2025년 2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한미사이언스는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운영을 맡기는 체제로 전환했다.

오너 일가는 계열사별 역할을 나눴다. 임종윤 회장은 북경한미약품을 총괄했고 임종훈 사장은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맡았다. 모녀와 형제의 직접적인 경영권 대결은 일단 봉합되는 듯했다.

10.5. 연합 내부 갈등과 다시 움직인 지분접기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는 4자연합 내부에서 갈등이 나타났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운영 방식과 신사업 의사결정, 신동국 회장의 경영 참여 범위를 둘러싸고 신 회장과 모녀·라데팡스의 관계가 틀어졌다. 공동의사결정 절차 위반 여부를 둘러싼 소송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2026년 들어 임종윤 회장과 가족 측 지분을 잇달아 인수했다. 3월 임종윤 회장 측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7월에는 배우자와 친인척 7명이 보유한 지분 5.3%를 추가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임종훈 사장은 2026년 7월 보유 지분 가운데 2.50%를 나우아이비22호펀드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모친 송영숙 회장과 누나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임 회장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펀드의 출자자 구성과 의결권 행사 약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6년 7월 현재 한미약품그룹의 분쟁은 모녀와 형제의 직접 대결에서 신동국 회장과 모녀·라데팡스 사이의 관계로 성격이 달라졌다. 4자연합의 주주간 계약은 유지되고 있고 임종훈 사장도 모녀와 공동전선을 선언했다. 지배구조가 이전보다 안정됐지만 대주주 사이의 이해관계까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11. 분쟁 중 이어진 한미약품의 R&D접기



11.1. 2026년 3월 말 파이프라인접기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한미약품의 연구조직은 임상을 진행했다. 2026년 3월 말 기준 비만·대사 분야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국내 허가 단계에 진입했고 HM15275가 미국에서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근육 증가를 겨냥한 비만치료제 HM17321은 미국 임상 1상 단계다.

MASH 분야에서는 MSD가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임상 2b상을 맡고 있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하는 삼중작용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도 글로벌 임상 2상 단계다.

희귀질환에서는 소네페글루타이드가 단장증후군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던 중 릴리에 기술이전됐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에페거글루카곤은 글로벌 임상 2상 단계로 미국 FDA의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았다.

항암 분야에서는 벨바라페닙·포셀티닙·투스페티닙·HM97662·HM16390 등 합성신약과 면역항암 후보물질의 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은 랩스커버리 기반 대사·희귀질환 파이프라인과 합성 항암신약을 두 축으로 확장됐다.

12. 한미약품이 남긴 것접기



12.1. 한국 제약바이오 생태계의 변화접기



2015년 한미약품의 연이은 대형 기술이전은 한 회사의 성과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발굴한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도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완제품 수출과 제네릭 판매에 머물던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 경로가 기술수출과 글로벌 공동개발로 확장된 계기였다.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연구 초기부터 글로벌 기술이전을 염두에 두고 파이프라인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파트너를 확보해 개발비와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 하나의 성장모델로 자리 잡았다.

한미약품이 후발 기업들의 성과를 직접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에서 발굴한 신약과 플랫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선례와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제약사에서 시작된 기술이전 시장은 이후 바이오텍으로 확산됐다.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유한양행·에이비엘바이오 등은 플랫폼 기술과 신약 후보물질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을 넓혔다. 한미약품이 먼저 열어젖힌 기술이전 중심의 성장 경로를 각 기업이 서로 다른 기술로 확장한 셈이다.

2015년 이후 10년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이전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모든 계약이 최종 허가와 판매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도 계약 반환과 임상 중단을 겪으며 계약 총액과 실제 수익 사이의 차이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기업과 신약 기술을 거래하고 공동개발하는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점은 한미약품이 산업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이다.

12.2. 풀리지 않은 숙제접기



한미약품에 남은 첫 번째 숙제는 지배구조의 안정이다. 오너 일가의 직접적인 대결은 잦아들었지만 대주주 사이의 주주간 계약과 소송, 지분 이해관계는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장기 전략과 연구개발 투자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려면 대주주 관계가 경영 현장의 불확실성으로 번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에서 반환된 후보물질의 국내 임상 3상을 직접 마치고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신청했다. 기술이전과 계약금 수령을 넘어 자체 개발한 신약을 직접 허가받아 생산·판매하는 역량을 입증할 시험대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시장에 안착하면 반환된 파이프라인을 되살린 사례이자 한미약품의 한국형 R&D가 자체 상업화로 이어지는 결과가 된다. 소네페글루타이드와 에피노페그듀타이드 등 글로벌 파트너가 개발하는 후보물질의 임상 진전도 함께 증명해야 한다.

임 회장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기 전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등반가들이 모인 베이스캠프 사진을 좋아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산업이 세계시장으로 향하는 길을 먼저 열었지만 자체 상업화 신약과 안정된 지배구조라는 마지막 구간을 남겨두고 있다.

임 회장이 만든 한국형 R&D 모델이 개인의 결단에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에도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남을지, 대주주 갈등을 넘어 연구개발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다시 결집할 수 있을지가 한미약품의 다음 역사를 결정한다.
  • [1] 한미약품은 한국형 R&D를 장기간 축적한 제제기술로 개량·복합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역량을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정의한다.
  • [2] 일부 과거 자료는 개국 시기를 1967년으로 기록하지만 한미약품과 임성기재단은 1966년 휘경동 개국을 창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 [3] 현재의 한미약품 법인은 2010년 옛 한미약품의 의약품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신설됐다. 분할 뒤 존속법인은 한미홀딩스를 거쳐 한미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 [4] 한미약품이 공식 자료에서 밝힌 계약 규모는 600만달러다.
  • [5] 마이크로에멀전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약물을 미세한 입자로 분산해 체내 흡수율과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제제기술이다.
  • [6] 북경한미약품은 1996년 3월 설립됐다. 2026년 3월 말 기준 한미약품의 지분율은 73.68%다.
  • [7] 개량신약은 기존 의약품의 유효성분을 토대로 염·제형·투여경로·함량·성분 조합 등을 개선한 의약품이다. 신물질 신약보다 개발 위험이 낮고 단순 제네릭보다 기술 장벽이 높다.
  • [8] 2026년 1분기 원외처방 조제액은 로수젯 593억원, 아모잘탄 제품군 364억원이었다. 집계 기준은 UBIST다.
  • [9] 2026년 1분기 한미약품의 연결 R&D 비용은 652억원으로 연결 매출의 16.6%였다. 한미약품 별도 기준 연구개발비는 536억원으로 별도 매출의 18.8%를 차지했다.
  • [10] LAPSCOVERY는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 Platform Technology’에서 따온 명칭이다. 약물이 체내에서 제거되는 속도를 늦춰 투여주기를 연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 [11] 2026년 4월에는 환자가 직접 투여할 수 있는 롤론티스 오토인젝터 제형이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 [12] 기술이전 계약 총액은 계약금과 개발·허가·판매 단계별 마일스톤을 합산한 최대 금액이다. 마일스톤은 각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어 확정 수익과 구분해야 한다.
  • [13] 한미약품은 2024년 노보메디슨에 포셀티닙의 전 세계 전용실시권을 부여했다. 포셀티닙은 202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 [14]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미국·유럽·한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미국에서는 희귀소아질병의약품과 패스트트랙 지정도 받았다.
  • [15] 이사 해임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항이다.
  • [16] 4자연합이 처음 묶은 지분은 49.42%였다. 임종윤 회장이 2024년 말 지분 5%를 신동국 회장과 라데팡스 측 특수목적법인에 넘기면서 합산 지분은 과반을 넘어섰다.
  • [17] 7월 계약은 8월 거래가 예정된 계약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신동국 회장 개인과 한양정밀의 합산 지분은 35.10%가 된다.
  • [18]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는 2026년 3월 31일 기준이다.
  • [19] 더벨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계약 규모가 공개된 주요 기술이전을 집계한 결과 누적 계약액은 96조3354억원이었다. 2025년 한 해 계약 규모는 27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약 총액은 조건부 마일스톤을 포함해 실제 수령액과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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