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이 도입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보험사의 리스크관리 기준도 정교해지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CSM 확대와 자본 적정성 방어가 핵심 과제였다면 이제는 신계약 수익성과 요구자본 부담, 금리 변동성까지 자본 효율의 관점에서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와 자동차보험 손익 변동, 해외 자회사 관리 등 각 사의 성장 전략이 달라진 만큼 CRO가 점검해야 할 리스크 범위도 넓어졌다. 주요 보험사 CRO 조직을 토대로 보험사의 리스크 환경과 자본 관리 전략, 지속 가능한 성장 조건을 짚어본다.
KB손해보험이 내년 보험업권 첫 내부모형 승인을 목표로 리스크관리 체계를 정교화하고 있다.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RSA)를 선제 도입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자본 산출, 한도관리, 스트레스 테스트를 경영 의사결정에 연결해 온 덕분이다. 표준모형을 넘어 회사의 실제 위험 특성을 반영하는 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손보의 리스크관리 체계는 KB금융그룹 편입 이후 대폭 고도화됐다.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산출하고 사후 점검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상품, 인수, 재보험, 투자 심사 과정에 사전 참여하는 구조로 확장됐다. 금융지주 차원의 엄격한 리스크관리 기준이 반영되면서 자본·보험·자산 포트폴리오를 함께 보는 체계로 발전하고 있다.
◇선제 도입한 ORSA, 내부모형 승인 기반으로 확장
KB손보는 금융감독당국에 내부모형 승인을 신청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회계법인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보험업권 최초로 보험리스크 내부모형 승인받는 걸 추진 중이다. 내부모형 승인이 이뤄지면 표준모형보다 회사의 실제 위험 특성을 반영한 보험리스크 측정과 지급여력 관리가 가능해진다.
KB손해보험 전경. 출처: KB손해보험
그 기반에는 2018년 도입한 ORSA가 있다. KB손보는 ORSA를 바탕으로 내부자본 관리 체계를 수립했고 위험별 내부모형을 구축해 대내외 기관의 적정성 검증을 정기적으로 받아왔다. 형식적인 제도 운영에 그치지 않고 내부자본 기준의 리스크 한도를 수립한 뒤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KB손보는 규제 기준 킥스비율과 별도로 내부모형과 실질 할인율을 적용한 내부자본 지급여력비율도 산출한다. 두 기준 모두에 대해 위기상황분석을 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도 함께 고려한다. 규제 기준 할인율뿐 아니라 실질 할인율과 단일율 등 다양한 금리 시나리오를 적용해 자본 여력을 점검하는 구조다.
ORSA 운영 경험은 대외 평가에서도 강점으로 인정받는다. KB손보는 금융감독원 ORSA 실태평가에서 매년 매우 우수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험개발원 적정성 검증에서도 종합평가 S등급을 획득했다. 자본관리와 배당정책, 성과평가, 경영계획까지 ORSA를 실제 의사결정에 연결해 온 점도 KB손보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이 같은 선제 대응에는 KB금융그룹 편입 효과가 작용했다. KB손보는 금융지주 체계 아래에서 더 엄격하고 정교한 리스크관리 거버넌스와 관리 기준을 요구받았다. 내부자본 관리와 리스크 한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경영 전반에 연결한 것도 그룹 차원의 리스크관리 문화가 반영된 결과다.
◇금융지주식 통제 체계, 상품·투자 전 과정에 반영
KB손보는 KB금융그룹 편입 이후 리스크관리 조직의 역할과 위상을 끌어올렸다. 과거에는 지급여력비율 산출 중심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자본관리와 보험 포트폴리오 관리,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까지 담당 범위가 넓어졌다. 조직과 인력도 확대되며 상품 개발, 인수, 투자 초기 단계부터 관련 부서가 리스크관리본부와 사전 조율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리스크관리본부가 최고경영자(CEO) 산하 독립 조직으로 운영되는 점도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 조직의 역할 확대는 회의체 참여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CRO는 이사회에 배석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 간사 역할을 맡으며 대표이사와 사외이사에게 주요 리스크 현안을 보고한다. 상품심의회와 재보험전략심의회, 자산운용심의회, 장기보험리스크심의회에도 참여한다. 신상품 판매, 자동차보험료 조정, 장기보험 수익성 가이드라인, 재보험 전략, 유가증권·여신 투자 리스크를 사전·사후로 점검하는 구조다.
신계약 관리도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만 따지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장기보험은 만기구조와 보장 특성을 세분화해 리스크 대비 수익 비율을 측정한다. 신계약의 리스크 대비 수익 비율이 목표 수준을 웃돌도록 포트폴리오 비중 가이드라인도 제시한다. 신계약 성과평가에도 내부할인율과 자본비용을 반영한 신계약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기본자본 규제 도입과 내부모형 승인 추진은 KB손보 리스크관리 체계의 다음 시험대다. KB손보는 기본자본 증대를 위해 순이익 확대와 이익잉여금 체력 강화, 총포괄손익(OCI) 변동성 관리, 요구자본 효율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자산·부채 포트폴리오와 듀레이션갭 관리, 내부모형 승인, 예실차 관리를 자본건전성 관리의 핵심 축으로 삼을 전망이다. 내부모형 승인 이후 후속 관리 업무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전담조직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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