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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은행 여신 건전성

정리 속도 앞지른 부실 유입, 은행 '건전성 방어' 돌입

①무수익여신 사상 최대…추정손실도 부풀어

노윤주 기자  2026-08-14 08:10:20

편집자주

은행권 자산건전성 지표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상각·매각으로 줄여왔던 부실자산이 올해 들어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무수익여신은 사상 처음 6조원을 넘어섰고 고정이하여신도 반년 만에 20% 넘게 불어났다. 기업대출에서 시작된 부실이 연체율 상승과 함께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다만 은행들도 부실채권 정리와 충당금 적립으로 맞서고 있어 방어력이 소진된 상황은 아니다. 주요 은행의 부실자산 흐름과 원인, 건전성 관리 전략을 짚어본다.
5대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무수익여신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부실 분류의 최하단인 추정손실 여신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까지 쌓였다. 부실 지표가 단계별로 일제히 악화하는 모습이다.

하나의 원인을 꼽을 수는 없다. 배경에는 내수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부진, 고금리 장기화가 겹쳐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뛰면서 부실 유입이 빨라졌다. 업권이 주목하는 건 규모보다 속도다. 대규모 상각·매각에도 부실 잔액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리 물량 쏟아내도 역부족…NPL 증가세 뚜렷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5대 은행의 올해 6월 말 무수익여신 잔액은 6조41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 비해 28% 늘며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이자를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는 여신을 말한다.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27%에서 0.34%로 올랐다.

비율 자체는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지만 증가 속도가 문제라는 게 업권의 시각이다. 5대 은행 무수익여신은 2022년 말 2조7902억원에서 2023년 말 3조5090억원, 2024년 말 4조3736억원, 지난해 말 5조65억원으로 늘어왔다.

고정이하여신도 같은 방향이다. 각 사 공시자료를 집계한 결과 5대 은행의 6월 말 고정이하여신은 7조4334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1787억원 대비 20.3%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말 6조4324억원에서 연말 6조1787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올해 들어 흐름이 반전된 셈이다. 건전성 분류상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추정손실 여신은 1조2109억원으로 7년 만에 최대치를 새로 썼다.

은행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4개 은행은 상반기에만 3조722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했다. 지난해 연간 정리 규모 6조6514억원의 절반가량을 비슷한 속도로 소화했다. 그럼에도 잔액이 늘었다. 신규 부실 유입이 정리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대출서 커지는 경고음…충당금 부담 가중

부실을 키운 건 기업여신이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의 6월 말 기업 고정이하여신(NPL) 합계는 4조25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3조4856억원 대비 22.1%, 지난해 말 3조2667억원 대비로는 30.3% 늘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이 1조4571억원으로 1년 새 83% 급증했다. 하나은행은 중앙그룹 익스포저가 가장 많았던 은행으로 회생신청 타격을 받았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회생 신청에 따라 그룹 기준 약 4200억원의 고정이하여신이 새로 잡혔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은 1조206억원으로 28.6% 늘었고 신한은행도 9491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국민은행만 82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줄었다.

연체율 흐름은 부실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리금 연체가 3개월을 넘기면 해당 여신은 고정이하로 분류된다. 지금의 연체율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하반기 부실 지표에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오름세가 가파르다. 6월 말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0.75%로 지난해 말 0.52% 대비 0.23%p 올랐다. 하나은행은 0.59%, 신한은행은 0.49%로 같은 기간 각각 0.12%p, 0.07%p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0.37%로 유일하게 0.02%p 내렸다.

충당금 흐름도 변화가 감지된다. 부실 증가에 적립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 비율(NPL 커버리지)이 하락했다. 하나은행이 100.4%로 1년 전 138.7%보다 38.3%p 내려갔다. 우리은행 132.9%, 신한은행 153.4%, 농협은행 172.1%, 국민은행 197.3% 순이다.

각 사 공시 기준으로 충당금 산정 범위에 일부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담보부 여신은 회수가능가치를 반영해 충당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담보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비율이 낮게 나오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다만 5대 은행 모두 고정이하여신을 전액 웃도는 충당금을 쌓아둔 상태다.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전입액은 1조7054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은 하반기에도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정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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