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보험사 금리 민감도 진단

뒤집힌 위험 공식, 생보사 17곳 금리 상승에 취약

①자산 듀레이션 장기화에 ALM 셈법 변화…국고채 전 구간 상승, 자본관리 부담 확대

유정화 기자  2026-09-18 11:20:04

편집자주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장기채와 채권선도 투자를 늘리면서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보다 길어진 곳이 늘어난 영향이다. 금리 상승 시 지급여력비율(K-ICS)이 하락하는 보험사도 적지 않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만기별로 상승하면서 금리 충격이 실제 자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보험사별 금리 민감도를 분석하고 자본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생명보험업계의 금리 위험 지형이 달라졌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부채 부담이 줄어 자본건전성이 개선된다는 통념과 달리 지급여력비율(K-ICS)이 하락하는 회사가 주류로 올라섰다. 자산·부채 구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금리 상승의 영향이 부채보다 자산에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로 바뀐 결과다.

같은 충격에도 보험사별 K-ICS 변화가 엇갈리면서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역량과 자본 여력이 새로운 변수가 됐다. 최근 금리 흐름은 변화에 무게를 더한다. 올 상반기 말 이후 국내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상승했고 초장기물의 변동성도 커졌다.

◇50bp 상승시 K-ICS 3.85~35.4%p 하락

국내 생명보험사 22곳이 발표한 올 상반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금리가 50bp 상승할 때 K-ICS가 하락하는 곳은 17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4곳에서 반년 만에 3곳 늘었다. 금리 상승이 자본건전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셈이다.

공시된 민감도는 금리 충격에 따른 자산과 부채의 가치 변화를 K-ICS에 반영한 결과다. K-ICS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금리가 오를 때 보유 채권의 평가가치가 줄어 가용자본이 감소하거나 금리위험 등 요구자본이 늘어나면 비율이 하락한다.

금리 상승에 취약한 생보사의 K-ICS 하락 폭은 3.85~35.4%포인트 수준이었다. NH농협생명이 35.4%포인트로 가장 컸다. IBK연금보험과 KDB생명도 각각 32.01%포인트, 24.6%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과 KB라이프 역시 17%포인트대의 하락 민감도를 보였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한화생명과 ABL생명, DB생명, 동양생명이 금리 상승 수혜군에서 취약군으로 이동했다. 한화생명은 금리 50bp 상승 시 K-ICS가 2.5%포인트 오르던 구조에서 7.5%포인트 떨어지는 구조로 바뀌었다. ABL생명과 DB생명도 각각 3.1%포인트, 1.6%포인트 상승에서 3.85%포인트, 6.13%포인트 하락으로 전환했다.

동양생명의 변화 폭도 컸다. 지난해 말에는 같은 충격에서 K-ICS가 1.3%포인트 올랐지만 올 상반기에는 14.6%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7.92%포인트 하락에서 13.03%포인트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네 곳이 취약군에 새로 편입되고 한 곳이 빠지면서 전체 취약 회사가 3곳 늘었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금리 상승에 따른 K-ICS 변동 폭이 생보사보다 작았다. 손보사 16곳 가운데 금리 50bp 상승 시 K-ICS가 하락하는 곳은 11곳으로 나타났다. 하락 폭은 0.13~9.03%포인트로 생보사 취약군의 3.85~35.4%포인트보다 제한적이었다.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보험부채 만기가 짧고 자동차·일반보험 등 사업 구성이 다양한 만큼 금리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장기보험 비중이 높은 대형사를 포함해 금리 상승에 취약한 회사가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생보업계와 같은 흐름을 보였다.

◇길어진 자산 듀레이션에 자본 변동성 확대

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 감소 효과보다 자산가치 하락의 영향이 커진 것이 구조 변화의 핵심이다. 보험사들은 IFRS17과 K-ICS 도입에 대응해 초장기채와 채권선도 투자를 확대해왔다. 장기 보험부채에 맞춰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과정에서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보다 길어진 회사도 늘었다.

과거에는 보험부채 듀레이션이 자산보다 길었다. 이 구조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자산가치도 하락하지만 부채의 현재가치가 더 크게 줄어 순자산이 늘어났다. 반대로 자산 듀레이션이 더 길어지면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 폭이 부채보다 커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이 K-ICS 개선으로 이어지던 공식이 뒤집힌 배경이다.

다만 듀레이션 갭이 K-ICS 민감도와 일률적으로 맞물리는 것은 아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부채 가치 변화와 함께 금리·해지위험 등 요구자본 증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해외채권과 파생상품, 환헤지 전략, 경과조치 적용 여부에 따라 비슷한 듀레이션 구조를 가진 보험사 간에도 민감도 차이가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민감도는 모든 만기의 금리가 같은 폭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가정한 수치로 실제 영향은 수익률곡선과 자산·부채 구성에 따라 다르다”며 “민감도뿐 아니라 현재 K-ICS 수준과 가용자본 규모를 함께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기별 국고채 금리 추이. /사진=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문제는 실제 금리 흐름이 상승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국고채 금리는 만기별로 23~42bp가량 올랐다. 국고채 10년물 상승 폭은 공시상 50bp 충격 시나리오에 가까워졌고 20년물과 30년물도 20bp 넘게 상승했다.

통화정책 방향도 달라졌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높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국내외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시장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