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장기금리 상승에 힘입어 자본 부담을 덜고 있다. 보험부채 감소 효과가 부각되면서 순자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고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도 개선됐다. 금리 상승이 지급여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다수 생명보험사와 대비되는 흐름이다.
다만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측면의 위험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보다 빠르게 짧아지면서 듀레이션 갭이 확대됐고 금리위험액도 급증했다. 현재 자본 여력은 개선됐지만 추가 금리 충격에 따른 순자산 변동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장기금리 반등에 자본 부담 완화, K-ICS도 상승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최종호가수익률은 이달 21일 4.457%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3.385%보다 107.2bp 오른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4.091%를 넘어선 뒤에도 장기금리 상승세가 이어졌다.
장기금리 반등은 한화생명의 자본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에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져 보험부채의 현재 가치가 줄어든다. 채권 평가가치도 함께 하락하지만 한화생명은 최근 보험부채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화생명은 종신보험 등 만기가 길고 환급률이 높은 계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기존 계약의 부채 부담이 완화되고 새로 편입하는 채권의 수익률도 높아져 이차역마진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증권가에서도 장기금리 상승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KB증권은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를 웃돌면서 한화생명의 순자산과 K-ICS에 대한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종신보험 등 환급률이 높은 보유계약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생명이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공개한 금리 민감도에서도 같은 효과가 확인된다. 국내 금리가 10bp 오르면 K-ICS 비율은 약 1%포인트 상승한다. 해외 금리가 같은 폭으로 오르면 0.6%포인트 하락하지만 국내외 금리가 동시에 10bp 상승할 경우 순효과는 0.4%포인트 개선된다.
금리 상승이 K-ICS 비율을 떨어뜨리는 다수 생보사와 다른 모습이다.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보다 긴 생보사는 금리가 오를 때 채권 등 자산가치가 보험부채보다 더 크게 줄어 지급여력이 악화될 수 있다. 한화생명은 현재 국내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부채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금리와 환율 상승이 K-ICS 비율을 전분기보다 약 4%포인트 끌어올렸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유입과 이익 증가, 자회사 자본 확대도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6월 말 K-ICS 비율은 167%로 3월 말보다 약 5%포인트 상승했다.
◇금리위험액 세 배 증가, 듀레이션 갭 0.93년 한화생명의 금리위험액은 올해 6월 말 1조626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1.9% 증가했다. 2023년 말 1조2162억원에서 2024년 말 1조122억원, 2025년 말 5572억원으로 감소해온 흐름이 올 상반기 반전됐다.
금리위험액이 세 배 가까이 늘었는데도 K-ICS 비율은 개선됐다. 두 지표가 측정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K-ICS 비율은 현재 확보한 가용자본을 전체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반면 금리위험액은 감독당국이 정한 금리 충격이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순자산 감소액을 측정한다.
한화생명은 최근 장기금리 상승으로 보험부채 평가액이 줄면서 현재의 순자산과 가용자본이 늘었다. 반면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격차가 벌어지면서 추가 금리 충격에 따른 예상 손실은 커졌다. 현재 자본 상태는 좋아졌지만 향후 금리 변동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진 셈이다.
금리위험액은 전체 요구자본을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하나다. K-ICS는 금리위험뿐 아니라 보험·주식·부동산·외환·신용·운영위험 등을 함께 반영하고 위험 간 분산 효과를 적용한다. 금리위험액 증가분이 K-ICS 비율에 일대일로 반영되지 않는 이유다.
금리위험액 급증의 배경에는 듀레이션 갭 확대가 있다. 한화생명의 듀레이션 갭은 올해 6월 말 0.93년으로 3월 말 0.41년보다 0.52년 벌어졌다. 지난해 말 마이너스(-) 0.02년까지 좁혀졌던 격차가 올 들어 다시 확대됐다.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보다 빠르게 짧아진 영향이다. 올해 6월 말 자산 듀레이션은 11.36년으로 3월 말 11.32년과 비슷했다. 반면 부채 듀레이션은 같은 기간 10.67년에서 10.10년으로 0.57년 축소됐다.
한화생명은 올해 2분기 듀레이션 갭 확대분 가운데 약 0.3년은 시장금리 상승, 나머지 0.2년은 자산과 부채 포트폴리오 변동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금리가 오르면 순자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채권 매입은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향후 금리 하락 가능성과 보험부채 할인율 강화 일정을 고려해 양(+)의 갭을 유지하되 금리 움직임에 따라 장기채 편입 규모를 조절한다는 구상이다. 부채 측 대응도 병행한다. 한화생명은 공동재보험을 활용해 금리위험을 이전하고 보험금 예실차 관리와 K-ICS 내부모형 승인을 통해 요구자본을 낮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