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과 ABL생명이 합산 43조원 규모의 보험계약부채를 하나로 묶는 통합을 앞두고 자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대출자산을 줄이고 지방 사옥을 매각했으며 ABL생명도 여의도 사옥 매각에 나섰다. 자본 조달에 더해 보유자산을 정비하며 위험 부담을 낮추는 흐름이다.
양사는 통합 재무제표를 작성하며 통합사의 자본 여력도 점검하고 있다. 보험부채 평가와 위험 측정 기준, 선택적 경과조치의 처리 방식 등이 주요 변수다. 개별 회사의 자산·부채를 통합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 확충 여부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자본 확충, 자산 재편에도 엇갈린 건전성 흐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보험계약부채는 지난 6월 말 동양생명 25조9714억원, ABL생명 17조3062억원이다. 합산하면 43조2776억원이다. 기존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미래 지급 의무 등을 평가한 금액으로 통합사의 재무구조를 구성하는 핵심 항목이다.
보험계약부채와 운용자산은 금리와 시장 상황, 보험금 지급·해지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자본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밖의 손실을 흡수한다. 지급여력비율(K-ICS)은 이러한 위험을 반영한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로 보험사의 손실 대응 여력을 보여준다.
양사의 K-ICS 비율은 최근 서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동양생명은 2024년 말 155.5%에서 지난해 말 179.8%, 올해 6월 말 205.4%로 회복했다. 올해 6월 말 경과조치 전후 비율은 같다. ABL생명의 경과조치 후 K-ICS는 2024년 말 153.7%에서 지난해 말 171.6%로 상승했다가 올해 6월 말 157.0%로 하락했다.
건전성 수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양사 모두 자산 재편을 통한 자본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매각이 대표적이다. 매각 자금을 어디에 운용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관련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장부가를 웃도는 가격에 처분하면 이익을 통한 자본 확대 효과도 발생한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7월 우리금융 편입 이후 보유 부동산 매각을 추진해왔으며 최근 울산·대구·일산 사옥을 처분했다. ABL생명도 여의도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가 각각 보유한 부동산을 유동화하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작업이다.
동양생명에서는 대출자산 축소도 두드러진다. 편입 직전인 지난해 6월 말과 올해 6월 말 건전성감독기준 재무상태표를 비교하면 대출채권은 7조6895억원에서 5조9273억원으로 22.9% 감소했다. 기업대출은 5조1624억원에서 3조7281억원으로 27.8% 줄었다.
자산 조정에 앞서 양사는 자본 조달도 활용해 왔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3억달러를 상환하고 해외 후순위채 5억달러와 국내 후순위채 2000억원을 발행했다. ABL생명은 2024년 9월과 12월 각각 2000억원, 10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1500억원을 조달했다. 세 차례 후순위채 발행액은 총 4500억원이다.
ABL생명은 올해 상반기 토지 재평가모형도 도입했다. 토지 재평가와 금리·할인율 변동 효과 등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지난해 말보다 2536억원 증가했다. 장부상 자본은 6325억원에서 9368억원으로 늘었다.
가용자본 증가에는 금리 상승과 CSM 증가에 따른 순자산가치 확대 등이 작용했다. 올해 6월 말 경과조치 전 가용자본은 1조864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7% 늘었다. 요구자본은 보험·시장·신용위험액 증가로 10.7% 확대됐다. 자본이 늘었지만 위험 부담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전성 개선을 제약한 셈이다.
◇계리·평가 기준 조율 경과조치 처리도 변수 통합 과정에서는 자산 재편과 함께 재무 기준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양사는 현재 통합 재무제표를 작성하며 자산·부채와 자본 여력을 점검하고 있다. 평가 기준을 맞추면서 재무 수치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한 지급여력비율이 추가 자본 확충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보험부채에서는 계리 가정이 주요 변수다. 손해율·해지율·사업비율 등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가정에 따라 부채 평가액이 달라진다. 가정 산출·적용 기준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부채와 CSM, 손익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통합 건전성 지표 산출에서는 경과조치 처리 방식이 쟁점이다. 동양생명은 선택적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는 반면 ABL생명은 자본감소분과 신규 보험위험·주식위험에 대한 경과조치를 활용하고 있다. 합병 이후 기존 적용 대상과 잔여 유예 금액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통합사의 자본 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BL생명의 올해 6월 말 가용자본은 경과조치 전 1조8643억원과 경과조치 후 2조1356억원으로 2713억원 차이가 난다. 요구자본은 경과조치 전 1조7279억원에서 후 1조3600억원으로 낮아진다. 경과조치가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양쪽에서 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통합 이후 처리 방식도 주요 변수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양사의 자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관련 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통합 재무제표를 작성 중으로 추가 자본 확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