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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현금유출 이어진 KCC건설, 불가피한 '차입 확대'

'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 상승…신평사, 단기사채 등급 'A2-'로 하향 조정

양도웅 기자  2024-01-10 15:58:53

편집자주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건설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별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들 앞에 놓인 당면과제를 살펴봤다.
KCC건설이 지난해에도 건설 사업으로 현금을 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3년간이다. 미청구공사가 감소하는 등 그동안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시행사에 요청했지만, 실제 지급까지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창호 부사장을 비롯한 KCC건설 재무라인의 선택은 '차입 확대'였다. 이에 따라 재무안정성은 약화했다.

(출처=THE CFO)

◇매출채권 증가로 '현금흐름 둔화' 지속

KCC건설의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721억원을 기록했다. 양대 사업인 건축과 토목 부문의 매출을 늘리며 사업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벌어들인 현금은 없고 오히려 721억원의 현금을 썼다. 영업활동에서 현금 유출은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현금 유출이 3년간 지속되는 건 '매출채권' 때문이다. 고객사인 시행사들이 시공사인 KCC건설에 지급해야 할 어음 혹은 외상대금이다. 증가할수록 지난해처럼 KCC건설의 매출은 늘지만, 현금 결제가 이뤄진 건 아니기 때문에 증가할수록 현금흐름에는 부담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매출채권은 4259억원을 나타냈다. 연초와 비교해 35%(1113억원) 늘었다. 이는 그대로 현금흐름을 둔화시켰다. KCC건설은 매출채권 증가로 1113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영업활동 부문에서 현금 유출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이 매출채권 증가였다.


대개 지금처럼 건설·부동산 침체기에 증가하는 건 '미청구공사'다. 아직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라는 점에서 매출채권과 같지만, 미청구공사는 공사대금을 달라는 요구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행사는 분양대금으로 공사대금을 준다. 침체기에는 분양이 잘 안 되니 시공사에 공사대금 지급 관련 일정을 미뤄두는 것이다.

KCC건설의 미청구공사는 소폭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말 미청구공사는 2487억원으로 연초와 비교해 6%(148억원) 감소했다. 일단은 공사대금 요청까지는 이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미청구공사 가운데 공사대금 요청까지 이뤄진 건 매출채권으로 인식된다.

◇한신평, "재무융통성 다소 약화"…매출채권 적극 회수 필요성

3년째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자 KCC건설 재무라인은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왔다. 지난해 3월 KCC건설은 관리총괄이던 이창호 부사장을 대표이사(CEO)로 선임했다. 건설·부동산 침체기에 재무와 경영관리 경험이 많은 인물이 회사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부사장은 CFO 역할도 겸직한다.

이 부사장은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부족한 운영자금과 투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순증 기준)은 1084억원이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5%(865억원) 많은 자금을 외부에서 빌렸다.

이에 따라 KCC건설의 재무 안정성은 다소 약화했다.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182%, 차입금의존도는 28%로 연초와 비교해 각각 18%포인트, 7%포인트 상승했다. 현재 워크아웃을 밟고 있는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이 2020년부터 4년 넘게 400%가 초과했다. 이와 비교하면 KCC건설 부채비율 등은 낮은 편이지만 상승하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KCC건설의 회사채 등급은 'A-/안정적'이다. 한신평은 주택경기 저하에 따른 사업변동성,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 운전자금(매출채권 확대 등)에 따른 자금 소요 등을 지적하면서도 보유 유동성과 KCC그룹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지난해 말 한신평은 KCC건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 측은 "운전자금 부담 등으로 외부 차입이 증가하는 가운데 재무 융통성도 과거 대비 다소 약화된 점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증가한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등 적극적인 현금 확보 전략을 취할 필요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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