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양대 산맥이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전고체를 개발 중인데 '기술 초격차'를 통해 2차전지 시장에서 새로운 패권을 잡기 위한 연구개발(R&D)에 한창이다.
다만 삼성SDI를 둘러싼 대외 상황은 불안하다. 수요부족 현상인 '캐즘'이 안팎으로 넘실대고 내연기관을 지지하는 '트럼프2.0 시대'도 눈앞에 왔다. 불확실성이 가중될수록 외연확장보다 내실 제고에 힘쓴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사진)의 판단이 빛을 발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그룹을 관통하는 재무정책을 삼성SDI에 잘 내재화시키며 유임에도 성공했다.
김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20년 이상 삼성전자에 몸담으며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로 옮기면서 전무 직급을 달았다. 2013년엔 삼성디스플레이 지원팀장(전무),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지원실 지원팀장(부사장) 등 주로 지원팀 수장 역할을 했다.
삼성SDI엔 2020년 합류했고 이듬해 초부터 CFO로 활동 중이다. 삼성SDI로 합류하기 전 삼성디스플레이에선 그룹 컨트롤 타워 조직인 미래전략실을 거치며 담당부장과 담당임원을 지냈다. 미전실은 삼성그룹에서 각종 계열사 요직으로 향하는 첩경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그룹을 이끌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낙점됐다는 방증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SDI CFO는 2021년부터 맡고 있다. 이후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삼성SDI에서 꽤 보수적인 재무 기조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재무 전략은 비단 김 부사장 개인 특징이나 성향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삼성SDI를 거쳐간 미래전략실 출신 선배 CFO들이 그랬듯 레버리지를 지양하는 선에서 투자를 이어갔다. 김 부사장 이전 CFO들은 보면 2015년 말 삼성SDI 경영지원실을 맡은 김홍경 당시 전무, 권영노 부사장이다. 모두 미전실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경쟁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증설에 나설 때 삼성SDI는 일종의 그룹 전통에 따라 외형 경쟁에 그리 적극 나서지 않았다. 삼성 전자계열사 중 유일하게 회사채 조달을 하긴 했지만 이 역시 모두 상환했다. 시설투자(CAPEX) 또한 영업현금흐름 내에서 집행했다.
2020년대 초 경쟁이 심화할 땐 김 부사장을 비롯해 투자에 인색한 삼성SDI CFO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접어들고 장기화 기미가 보이는 최근 상황을 함께 고려하면 삼성SDI가 당시 오히려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는 재평가가 나온다.
김 부사장의 향후 과업은 2차전지 시장에서 삼성SDI의 '마진'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재 배터리 사업은 수익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여러 외부 요인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SDI의 수익성은 동종업계에선 독보적인 수준이다. 올해도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분기 흑자를 기록 중이다. 작년 삼성SDI는 보조금 도움 없이도 지난해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배터리 부문의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내려가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올해 3분기 삼성SDI의 배터리를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4%다. 전자재료 부문은 18.8%로 격차가 크다. 특히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하락세인점을 고려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품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2027년 양산을 앞둔 전고체 전지가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기존 2차 전지 대비 화재와 폭발 위험이 적어 시장 소구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의 지금까지 투자 전략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위해 속도와 규모를 조절해 온 것을 고려하면 경쟁사 대비 전고체에 집중할 여력을 쌓아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 장악을 시작한 중국 배터리업계와 가격 경쟁력이 아닌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 승부를 보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시장 안팎의 기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