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2024년 말 수익성을 전년 동기 대비 18조원이나 끌어올렸다. 메모리 수요 및 가격 약세가 끝나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약진한 SK하이닉스가 그룹 수익성 반등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룹 차원의 고강도 리밸런싱이 이어지는 점도 힘을 보탰다.
롯데그룹은 당기순이익이 1년 사이 약 4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당기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다. 더불어 삼성과 LG, 신세계, GS 등 국내 주요 기업집단 역시 조단위의 순익 감소폭을 나타냈다.
◇AI 반도체 러시 참전 SK하이닉스, 수익성 전면 탈바꿈 공정위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에 따르면 공정자산총액(전체 계열사 별도 기준 자산총계 합산)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SK그룹이었다. 공정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에서 6592억원에 그쳤던 SK그룹은 이번 발표에서 18조44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SK그룹의 2024년 말 기준 당기순익 규모는 직전연도 대비 17조7888억원이나 늘어났다. SK그룹의 순익증가폭은 2025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 중에서 SK그룹을 제외하고 순익이 늘어난 곳들의 총합(약 13조6950억원)보다도 컸다.
SK그룹의 2024년 말 경영성과 개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곳은 SK하이닉스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꺾였던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을 시작했고 이 변화에 대응해 HBM 등 고부가가치 라인업을 확충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이 급격하게 개선되는 시류에 적절히 올라타면서 수익성이 크게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3년 32조7567억원에서 2024년 66조1930억원으로 뛰었다. 수익성 역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며 각각 영업손익과 당기손익 모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말 별도 기준 약 4조8362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 2024년엔 이를 17조원 규모의 순익을 내는 것으로 탈바꿈했다.
◇계열사별 부침은 있으나 리밸런싱 가시화…순익 감소 10대그룹서 두드러져 앞서 SK하이닉스의 한해 사이 순익 변동은 SK그룹 전체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전히 개별사별로는 고강도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숨고르기를 진행하는 점을 이 순익 추세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계열사 중 SK온은 3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폭을 확대해 눈길을 끈다. 적자 규모도 조단위에 육박하며 리밸런싱 중인 SK그룹에서 한층 면밀한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4003억원이었던 SK온 당기손실은 2023년 8468억원, 2024년 말 9846억원으로 뛰었다. 2021년 10월 출범 후 진행된 막대한 CAPEX가 수익성을 가로막는 구조다.
지주사 SK는 2024년 말 적자전환하면서 3년 연속 수익성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2년 544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630억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 말엔 745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종속·관계기업 투자지분에서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2024년은 사실상 빅배스로 보이며 이를 통해 반등을 위한 지지대를 확보한 모습이다.
이밖에 SK E&S 자회사로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부산도시가스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4388억원에서 3321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여주에너지서비스 또한 원자재 비용 상승의 여파로 당기순익이 약 200억원(2023년 말 1547억원→2024년 말 1378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계열사도 다수 눈에 띈다. 자산총계가 25조원에 육박하는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도 당기순이익이 1조598억원에서 1조2804억원으로 20%가량 증가했다.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이 중심인 SK에코플랜트도. 약진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말 1832억원의 순손실에서 2024년 말 967억원 규모의 순익을 내며 턴어라운드했다.
SK에코플랜트의 그간 수익 악화는 본업 경쟁력 약화보단 금융비용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SK테스, 해상풍력 구조물 제조업체 SK오션플랜트(구 삼강엠앤티), 폐기물 소각업체 클렌코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기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서 금융 및 이자비용이 일시 늘어났다. 이 충격을 사업 확장이 흡수하며 손익 전환을 해낸 모습이다.
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2023년 대비 순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 역시 국내 10대그룹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해당 기간 순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재계 순위 5위 롯데(3조8440억원)였고 그 다음으로 재계순위 4위인 LG(3조120억원)가 자리했다.
삼성은 금융·보험을 포함하면 약 1조9050억원, 금융·보험업을 제외할 경우 2조6890억원의 순익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밖에 총수있는 기업 기준 재계순위 10위인 신세계(2조2670억원), 9위인 GS(1조4730억원)도 해당 기간 순익이 조단위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