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이 경영권 지분 양도의 일환으로 구주 매각과 함께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는 신주 발행단가가 구주 매각단가보다 크게 낮게 책정된 점이다. 기존 대주주인 롯데그룹 측은 1조원에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동시에 경영권 매수자 측은 평균 매입단가를 약 16% 낮출 수 있는 반면 기존 비지배주주들은 지분율이 0.83배로 희석되면서 주주가치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롯데렌탈 측은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최대 7200억원으로 예상되는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 발생에 대응하려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상환자금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요 경쟁사 대비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만큼 비지배주주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아니더라도 차입을 통해 상환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롯데렌탈은 올해 2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에 경영권 지분을 넘기기로 하고 다음달인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대상주식은 최대주주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1271만5083주)과 2대주주 부산롯데호텔 지분 대부분(768만1511주)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 기준 지분율로 따지면 56.17%(2039만6594주)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롯데렌탈은 2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구주 매각 합의와 동시에 어피너티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발표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2119억원으로 주식수로 따지면 726만1877주다. 신주 발행은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은 이후에 가능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결국 어피너티는 구주 매입(2039만6594주)과 신주 인수(726만1877주)를 섞어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63.48%(2765만8471주)를 확보하는 구조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신주 발행가액이다. 신주 발행에는 주당 2만9180원이 책정됐다. 신주 발행가액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적용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부합해 가중산술평균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
롯데렌탈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방법. 출처: 롯데렌탈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2025.02.28)
문제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구주 매각에 책정된 주당 7만7115원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가중산술평균주가에 따라 산출된 신주 발행가액(2만9180원)을 고려하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어피너티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으로만 합산 1조원에 가까운 9777억원을 수취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신주 발행주식수는 726만1877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3630만9388주)를 고려하면 구주 매각에서 제외된 다수 비지배주주는 증자 후 지분율이 기존보다 0.83배로 희석된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은 기준주가에 적용할 수 있는 할인률을 10% 이내로 정하고 있는 반면 할증률 한도는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비지배주주의 지분율 희석에 따른 주주가치 침해를 방지할 방안 중 하나로 할증 발행도 가능했지만 하지 않았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번달 9일 롯데렌탈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대주주(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는 보유지분을 고가에 매각하는 동시에 매수자(어피니티)는 추가 지분을 헐값에 인수해 (구주 매입과 신주 인수를 섞은) 평균 매입단가를 약 16%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일반주주들은 지분율이 희석돼 피해가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어피너티가 구주 매입(1조5729억원)과 신주 인수(2119억원)에 투입하는 합산금액은 1조7848억원으로 평균 매입단가로 따지면 6만4529원이다. 구주 매입만 고려하면 매입단가는 7만7115원이지만 신주 인수를 섞으면 평균 매입단가가 약 84%로 낮아진다. 반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구주 매각단가는 신주 발행과 무관하게 7만7115원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대주주의 매각이익 극대화를 위한 사모펀드와의 은밀한 거래로 일반주주만 희생되는 불공정 거래"라고 지적했다.
◇"공모채 EOD 대비 최대 7200억 필요" vs "차입 여력 충분해 증자 불필요"
롯데렌탈은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공모채 EOD 사유 발생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매수자인 어피너티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채는 롯데렌탈의 핵심 조달 수단이다.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 롯데렌탈의 회사채 미상환 잔액은 공모채 1조5840억원과 사모채 2587억원을 합한 1조8427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도 1월 합산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2월 300억원 규모 사모채를 각각 발행하기도 했다.
대부분 공모채에는 지배구조 변경 제한조건이 달려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롯데그룹)에서 제외되는 지배구조 변경 발생을 금지하는 조건이다. 롯데렌탈 대주주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서 어피너티로 넘어가면 이 조건을 위반하게 돼 EOD 사유가 발생한다.
롯데렌탈 공모채 지배구조 변경 제한조건 예시. 출처: 롯데렌탈 분기보고서(2025.05.15)
롯데렌탈은 현재 회사채 보유 현황을 고려하면 EOD 사유 발생시 회사채 조기상환 청구 규모를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72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EOD 사유 발생 시점으로부터 2주~30일 이내 상환청구기간을 거쳐 청구기간 종료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지급을 완료해야 한다.
롯데렌탈 측은 "회사는 거래 종결일로부터 약 1.5~2개월 이내에 상당한 규모의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며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 심사는 회사가 (일정을) 조정할 수 없는 만큼 거래 종결에 따른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가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렌탈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 총액 2119억원 중 채무상환자금으로 책정된 금액은 900억원뿐이다. 나머지 1219억원은 신사업 인프라 구축과 영업자산 구매에 이용한다. 실제로 롯데렌탈은 유상증자 결정 직후 배포한 설명자료(IR Letter 25년 3월호)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신규자금은 B2C중고차 매매사업 활성화와 렌탈차량 추가 구매에 활용하며 렌탈업 특성인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돼 더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그리고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 대응에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렌탈 측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회사채 조기상환 청구 예상규모의 일부인 900억원을 우선 확보한다는 취지이며 추가로 소요되는 상환자금의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대표는 "경영권 지분 매각을 최초로 합의한 것이 2월이고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오는 7~8월 승인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반드시 유상증자가 아니라도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마련 기간은 충분하다"며 "롯데렌탈의 지난해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377%로 업계 최저 수준인 만큼 주요 경쟁사 평균 부채비율(592%) 수준에 맞춘다면 약 3조2000억원의 추가 차입 여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