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국내 보험사의 3세 경영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한화생명과 함께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 회사로 꼽힌다. 빠르게 경영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한화생명과 달리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의 남다른 경영철학 아래 한층 신중하게 경영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업무 영역 역시 차이를 보인다. 입사 후 다양한 부문을 두루 거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달리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는 디지털과 데이터 등 자신만의 전문 영역이 확실하다. 두 곳 모두 지분을 물려받아 확실한 경영권을 물려받기까진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란 점은 공통점이다.
◇신중하게 한우물 파는 교보…다양한 영역 거친 한화 신창재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상무는 경영 수업 10년 만인 지난해가 돼서야 임원에 올랐다. 실무부터 차근차근 업무 역량을 쌓아왔다. 신 회장이 평소 경영권 승계의 핵심은 지분이 아닌 경영 능력임을 지속 강조해왔던 영향이다. 신중하 상무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실장도 다른 오너 3~4세와 달리 조용하고 또 신중하게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이유다.
업계 2위 라이벌인 데다 젊은 오너 경영인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 상무는 김동원 사장과 자주 비교되고 있다. 김 사장은 2014년 3월 한화그룹에 입사해 이듬해 한화생명으로 이동했고, 2016년 상무로 승진했다. 신 상무와 달리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걸린 시간이 단 2년에 그친다.
두 사람의 업무 영역도 차이를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신사업 쪽에 몸을 담고 있지만 김 사장은 상대적으로 성과가 한눈에 드러나는 해외 사업을, 신 상무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디지털 사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은 한화생명 입사 이후 매우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그가 거친 직책만도 디지털혁신실장, 미래혁신 및 해외총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전략부문장,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최고글로벌책임자(GCO) 등이 있다. 현재 한화생명에는 CSDO와 CDO가 따로 없다. 김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직책 역시 없어졌다. 사실상 김 사장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신중하 상무는 최근 교보생명에 신설된 AI활용/VOC데이터담당 조직에 몸담고 있다. 그는 교보생명에 입사한 이후 줄곧 디지털과 데이터 관련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보험업계의 미래를 책임지는 분야이긴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기엔 쉽지 않은 분야다.
동생인 신중현 실장도 마찬가지다. 신 실장은 2020년 8월 교보라이프에 입사해 디지털전략파트의 일반 사원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디지털전략팀장을 거쳐 올해 4월 디지털전략실장으로 승진했다. 신 실장은 교보라이프의 각종 사업 전략 수립 및 데이터 분석, 서비스 고도화, 신규 서비스 개발 등을 이끌고 있다.
◇교보 지분율 0%지만 지주사 전환 호재 교보생명은 지분 승계에 있어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통상 재계 오너 3~4세들이 회사에 입사하면서 지분 확보에 나서는 것과 달리 교보생명 3세들의 지분율은 0%다.
김동원 사장의 경우 한화생명에 대한 직간접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한화생명 지분율은 0.03%에 그치지만 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 지분 3.23%를 아버지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으면서 ㈜한화 지분율이 5.38%로 높아졌다. ㈜한화의 최대주주 한화에너지 지분도 25%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실제 한화생명을 지배하기엔 미약한 수준이다. 현재로선 형제들의 도움이 있어야 성립되는 간접 지배만 유효한 상태다.
교보생명은 지주사로 전환하면 신창재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어 두 아들 역시 지분을 확보하기에 한층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교보생명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사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 경우 별도의 비용 지출 없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일단 지분율을 높여야 증여나 상속을 통해 막대한 세금 부담을 지더라도 지분율 희석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