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오너이자 한화이글스 구단주 김승연 회장은 30년 넘게 변함없는 야구 사랑을 외부에 나타내고 있다. 김 회장은 10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야구단 지분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2018년 이후 멈췄던 현장 경영을 2024년 재개할 때 첫 장소를 야구장, 즉 한화생명이글스파크로 택했다.
2024년 한화이글스는 정규리그 10개 구단 중 8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9번 현장에 왔다. 올해엔 전반기를 마치기 전에 4번 홈구장을 찾았다. 대를 이어 야구광인 박정원 두산 회장과 비견할만큼의 애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사실 한화이글스 구단 역사는 성적만 보면 순탄함과 거리가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9년이 끝이다. 포스트시즌 진출도 2018년 이후 없다. 2010년대엔 줄곧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고 승률 하위권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화를 응원하는 팬들에겐 '보살'이라는 웃지못할 별명도 붙었다.
김 회장은 한화 야구가 좋든 나쁘든 구단주로서 선수 영입이나 투자를 일절 아끼지 않았다. 2024년 구단 레전드 류현진이 한국으로 돌아오자 30대 후반 나이에 비자유계약선수(FA) 신분임에도 8년 170억원의 계약으로 붙잡았다. 올해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신구장도 완공했다. 2025년의 한화이글스는 긴 암흑기를 넘어 우승권 전력을 형성하고 있다.
김 회장의 야구를 향한 애정과 지원이 비단 특정 스포츠를 향한 팬심 때문일까.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김 회장 특유의 우직하면서 한결같은 성향을 반추해 볼 정황이 있다. 그룹의 재무를 담당한 CFO 및 재무라인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다른 그룹과 확실한 변별점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상장계열사 CFO를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운 건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임석현 한화생명 CFO의 경우 한화생명이 인수하기 전 대한생명 인사다. 그러나 임 CFO조차 그룹에 몸 담은지 어느새 20년이 훨씬 넘었다. 더불어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엔 한화그룹에 금융 저변이 없었던 점도 고려할 요소다.
그룹 재무 라인이 모두 내부 출신으로 구성한 건 두 가지로 해석된다. 단점으론 공채 또는 내부 장기근속자 중심으로 하이어라키가 만들어져 내부 결속은 강하지만 견제나 외부 충격엔 허약해지는 게 꼽힌다. 종종 신사업이나 여러 변화에 민감하지 못한 경우도 나타난다.
강점으로는 오너에서 출발하는 그룹 경영 철학과 일체감을 전사 재무라인이 공유한다는 게 지목된다. 국내 10대그룹이 모두 수익 침체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그룹 신사업 핵심으로 꼽는 태양광부터 우주항공 부문도 연착륙을 시작됐다.
1999년 한화 야구가 좋았던 그 시절엔 한화그룹도 사업적으로 호재가 많았다. 1999년은 한화그룹이 보험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저변을 금융으로 넓히기 시작한 원년이다. 마침 밀레니엄을 앞두고 전 세계적인 폭죽 수요가 늘어나는 특수도 찾아왔다.
올해 한화이글스는 1992년에 이어 33년 만에 정규리그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그룹 차원에선 신사업과 방산 등 주력 사업에서 동시에 호실적이 나왔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보면 10대 그룹 중 가장 양호하다. 2024년 말 기준 한화솔루션을 제외한 모든 비금융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한화이글스가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그룹은 중구 소공동 진입로 일대를 축하 플래카드로 덮었다. 124미터 높이의 소공동 한화빌딩 한 면을 덮는 대자보도 걸었다. 한화이글스는 1999년, 그때 그 시절을 재현할 수 있을까. 더불어 오랜만의 그룹 황금기를 맞아 야구장을 향하는 회장님의 발걸음이 얼마나 늘어날 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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