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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파장

우리은행, '기업금융 강화' 대안 삼기 어려운 까닭은

주담대 규모 4대 은행 최대, 리밸런싱 필요하지만 자본비율 관리 우선

최필우 기자  2025-07-09 13:38:29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가계대출 공급량을 감축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은행권 경영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성장은 지난 수년간 은행권이 조단위 순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었다. 규제 파장으로 올해 연간 실적은 물론 밸류업 프로그램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은행권은 자산 포트폴리오와 자본비율을 고려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계대출 규제 대응 전략을 사별로 분석했다.
우리은행이 금융 당국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난이도 높은 자산 리밸런싱 과제에 직면했다.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으나 규제 타깃이 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의 주담대 규모가 가장 커 위험가중치 상향 등 후속 규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 잔액을 늘리는 방법은 당장 대안으로 삼기 어렵다. 우리은행은 올해 '기업금융 명가 재건' 작업에 제동을 걸었다. 그룹이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우리투자증권 지원을 늘리면서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룹 자본비율이 목표 수준에 도달해야 우리은행도 본격적으로 영업 자산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위험가중치 부담 적은 주담대 성장 의존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가계대출 총액은 59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주담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담대 잔액은 408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8%에 달한다. 가계대출 규제 중심에 주담대가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1분기 기준 우리은행 담보부 대출은 121조원이다. 담보부 대출의 대부분이 주담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KB국민은행 109조원, 하나은행 107조원, 신한은행 71조원 순이다.


우리은행은 대기업 대출 강자인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후신으로 기업금융 특화 은행 이미지가 강하지만 주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옛 주택은행의 명맥을 잇고 있는 KB국민은행이나 전통적으로 소매금융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신한은행보다 주담대 잔액이 많다.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직후인 2019년 1분기만 해도 우리금융의 주담대 잔액은 91조원가량이었다. 이후 6년여 동안 주담대를 30조원(33%) 늘린 것이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도 119조원에서 183조원으로 64조원(54%) 증가했으나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에도 의존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우리은행은 주담대를 활용해 자산 규모를 확대하기 좋은 환경에 놓였다.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담대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여지면서다. 그룹이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고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은행의 자산 성장과 순이익 극대화가 필요했다.

우리은행 자본비율이 타행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주담대 영업에 힘을 실어야 했던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은행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52%로 주로 15% 안팎에 형성돼 있는 다른 시중은행보다 낮다. 주담대는 담보 존재로 위험가중치가 다른 대출에 비해 낮아 CET1비율 하락 요인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폭을 줄이면서 실적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었다.


◇기업대출이 돌파구…아직은 자본비율 관리 우선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고 주담대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우리은행도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높이는 후속 규제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담대 잔액이 큰 우리은행 입장에선 위험가중치 상승시 자본비율 관리가 녹록지 않아진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업금융을 돌파구로 삼으려 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을 급격히 늘렸다가 자본비율 악화 경고등이 켜졌던 전례가 있다. 이를 감안해 올해는 역마진 및 저마진 중소기업 대출로 생긴 RWA를 줄이고 자본비율을 견고하게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룹 상황을 고려해도 우리은행이 포트폴리오에 급격한 변화를 주긴 어렵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자회사 편입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CET1비율 개선을 금융 당국에 약속했다. 본격적인 성장에 돌입한 우투증권에 RWA 성장 한도를 우선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 차원에서 CET1비율 하락을 감수하기 어려운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그룹 자본비율이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은 올해 CET1비율 12.5%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적으로는 13%대에 안착해 다른 시중은행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 이후 우리은행이 RWA 증가를 감수하는 영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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