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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파장

신한은행, '신의 한수' 된 가계대출 선제 관리

주담대 4대 은행 최소, 무분별한 확대 지양…2021년 이후 기업대출 중심 성장

최필우 기자  2025-07-09 10:43:26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가계대출 공급량을 감축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은행권 경영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성장은 지난 수년간 은행권이 조단위 순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었다. 규제 파장으로 올해 연간 실적은 물론 밸류업 프로그램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은행권은 자산 포트폴리오와 자본비율을 고려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계대출 규제 대응 전략을 사별로 분석했다.
신한은행이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적절히 조율하며 규제에 따른 영향을 축소했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의 잔액이 가장 작다.

신한은행은 옛 조흥은행과의 합병으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경쟁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대 초반까지 양대 분야에서 균형잡힌 성장을 추구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과도한 부동산 신용 팽창 우려가 불거지면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후 기업대출 중심 성장을 추진하면서 가계대출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주담대 잔액 '71조원', 타행 대비 '40조~50조원' 낮아

신한은행은 지난 1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 139조원을 기록했다. 전체 원화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을 4대 6 정도로 맞추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2010년대와 2020년대 초반만 해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M&A를 통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했다.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옛 신한은행과 기업금융 강자였던 조흥은행이 통합하면서 양대 부문을 함께 성장시키는 전략이 가능했다.

기업대출로 무게 중심을 옮긴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국면이 되면서 과도한 신용 팽창으로 부동산 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가계대출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 당국이 적극적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자 신한은행도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성장을 제한했다. 2021년말 가계대출 잔액 136조원에서 지난 1분기까지 3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3년 넘는 기간 동안 2%가량 증가한 셈이다. 수요가 높은 가계대출 영업으로 손쉽게 자산을 늘리고 실적을 쌓기보다 원칙을 바탕으로 한 성장 전략을 우선시했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지난 1분기 신한은행 주담대 잔액은 71조원이다. 이는 같은 시점 KB국민은행(109조원), 하나은행(107조원), 우리은행(121조원)의 주담대 잔액을 40조~50조원 밑도는 금액이다. 4~5년 전 선제적으로 가계대출과 주담대 관리에 돌입한 게 현 시점에는 신의 한수가 됐다.

◇위험가중치 변화, 탄력적 대응 가능

가계대출을 대신해 신한은행의 성장은 견인한 건 기업대출이다. 2021년만해도 136조원으로 가계대출과 같은 수준이었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182조원까지 성장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잔액 차이는 3년새 43조원으로 벌어졌다.

이 기간 대기업 대출은 18조원에서 40조원으로 2배 넘게 성장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117조원에서 141조원으로 21% 늘었다. 증가 잔액만 놓고 보면 중기 대출이 24조원으로 12조원 늘어난 대기업 대출보다 크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 대출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부담이 더 크지만 신한은행은 자본비율을 철저히 관리했다. 신한은행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지난 1분기 14.95%다. 하나은행(16.47%)보단 낮지만 KB국민은행(14.91%), 우리은행(13.52%)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추후 위험가중치 규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규제 후속 대책으로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타행 대비 주담대 의존도가 현저히 낮은 신한은행은 기존 잔액 관리와 신규 영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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