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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넷마블, 은혜갚은 하이브 주식 '1조' 유동성 버팀목

7400억치 팔고도 조단위 잔여지분…엔씨 지분가치도 4000억대 회복

고진영 기자  2025-07-10 09:21:25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넷마블의 스핀엑스(SpinX) 인수 후유증이 길어지면서 비핵심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비상장주식이나 투자부동산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하이브 주식이다. 수년 전 고작 2000억원 남짓을 주고 샀는데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치로 불어났다.

◇하이브, 연초 대비 50% 급등…보유 지분가치 1.1조

넷마블은 현재 하이브 주식 393만813주(9.44%)를 보유하고 있다. 8일 종가(28만1500원) 기준으로 가치가 1조1065억원에 이른다. 최근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관련한 이슈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곤 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50% 가까이 뛰었다.

앞서 넷마블은 2023년과 2024년에도 하이브 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했다. 단기차입금 만기가 몰리면서 상환을 위한 현금 확보가 급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하이브 주식 250만주(6.0%), 110만주(2.6%)를 각각 매각해 총 7434억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주가가 더 올랐다. 넷마블로선 이미 처분한 주식을 제외하고도 1조원 이상을 끌어다 줄 비장의 카드가 버티고 있는 셈이다.

넷마블이 하이브 주식을 사들인 건 2018년이다. 2014억원을 들여 753만813주(18.21%)를 확보했다. 그 시기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장하기 전으로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자본총계가 쪼그라들었던 탓이다. 그러나 넷마블의 투자로 순자산이 1700억원대로 회복하면서 자본잠식 리스크를 피해갔다.

당시만 해도 넷마블이 하이브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던 딜인데 이제 보답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처분한 110만주의 경우 주가수익스왑(PRS, Price Return Swap) 방식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끝난 딜로는 보기 어렵다.

PRS는 매각 주식에 대해 거래상대방과 '차액 정산'을 약속하는 파생상품이다. 해당 거래에선 2024년 5월 9일자 하이브 주식 종가인 주당 19만9900원에 기준가격이 결정됐다. 따라서 계약 만기가 도래했거나 중간정산이 이뤄질 때 하이브 주가가 기준가보다 비싸졌다면 상대방이 그만큼을 넷마블에 지불해야 하고, 반대로 기준보다 떨어졌을 경우 넷마블이 차액을 보전해줘야 한다. 넷마블은 당장 필요한 자금을 손에 쥐면서도 하이브 주가가 상승할 경우를 대비한 헷지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PRS 계약에는 부담이 따른다. 우선 주가 정산 파생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투자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2019년 SK디스커버리 사례를 봐도 SK에코플랜트 지분을 PRS로 팔면서 연 3.6%를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로 줬다. 실질적으론 이자와 마찬가지다.

게다가 PRS는 파생상품으로 잡히다 보니 하이브 주가가 떨어지면 넷마블은 매분기 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또 정산 시기까지 기준가에 미치지 못하면 손실분을 실제로 메워줄 의무가 있다. PRS가 사실상 주식담보대출과 다름없으며 부채 회피 성격의 조달법이라고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엔 회계법인, 회계기준원 등에서 PRS를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관련 딜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어찌됐든 PRS 딜의 조건, 아직 보유 중인 지분을 감안하면 넷마블 입장에선 하이브 주가 추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가 등락으로 재무 융통성에 상당한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평가손실 주범' 엔씨소프트, 주가 회복세

넷마블이 잠재적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으론 엔씨소프트 주식도 꼽힌다. 두 회사는 2015년 IP사용 동맹을 맺으면서 지분을 맞교환했다. 주주간계약이 2021년 끝난 만큼 서로 지분을 임의로 팔 수 있게 됐으나 두 회사 모두 지분을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 중이다. 양측이 리니즈2 등의 IP 라이센싱 계약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2020년 말 ~ 2021년 초 즈음 주당 100만원을 넘기며 피크를 찍었던 엔씨소프트 주가가 매년 추세적 하향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넷마블은 보유 중인 엔씨 지분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2021년 엔씨 주식에서만 5616억원, 2022년 3803억원, 2023년 4046억원, 2024년엔 1119억원에 이르는 평가손실을 봤다. 누적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2020년 얻었던 평가이익을 다시 잃은 탓이다. 이 기간 엔씨 지분의 장부가는 1조8155억원에서 3570억원으로 줄었다. 현재 주가가 다소 회복돼 추정 가치는 4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팔기엔 여전히 아쉬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상호보유라는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넷마블이 유동성 확보를 결정할 경우 엔씨 주식보다는 하이브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며 "방시혁 의장 이슈로 하이브 주가가 타격을 입더라도 취득금액과 비교하면 대단한 차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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