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은 보통 배당성향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주사들이 자원을 모아 시너지를 내고 여기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출자로 설립된 이후 한 차례도 열매를 나누지 않았다. 차입 부담 해소가 더뎌지면서 배당 기준을 맞추지 못한 탓이다.
HD현대케미칼은 2014년 5월 출범했다. 당시 HD현대오일뱅크가 960억원, 롯데케미칼이 640억원을 출자해 각각 지분 60%, 40%를 가져왔다. 그 뒤로도 출자가 이어져 올 7월 기준 HD현대오일뱅크가 넣은 금액은 9120억원, 롯데케미칼이 6080억원까지 늘었다. 총 1조5200억원이다.
하지만 조단위 투자가 이뤄졌는데도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HD현대케미칼은 배당금을 풀지 않았다. 주주간 계약(SHA)을 통해 부채비율이 150% 미만일 때, 차입금 상환계획 등 재무안정성 확보를 조건으로 배당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합작투자 계약 체결시 배당정책은 중요한 조항으로 다뤄진다.
문제는 HD현대케미칼의 부채비율이 5년째 20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올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2.1%, 자산의 62.5%가 차입금으로 채워져 있다. 2020년대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준공 이후 재무안전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HPC는 HD현대케미칼이 건설한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다. 2018년 3월 착공해 4년 3개월에 걸쳐 세워졌다. 공장 설립엔 3조4000억원이 넘는 투자비가 들어갔으며 2022년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원재료는 HD현대오일뱅크에서 조달하고, 생산되는 폴리머 제품은 롯데케미칼을 통해 판매하는 구조다.
기존 방향족 계열의 혼합자일렌(BTX)을 주력으로 생산했던 HD현대케미칼은 HPC 건설 이후 제품 다각화와 더불어 석유화학의 쌀인 에틸렌 계열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가 됐다. HPC설비는 원재료로 저렴한 부생가스 등을 사용할 수 있어서 일반적인 납사분해공장(NCC)보다 높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 계획과 달리 아직 HPC 설비에서 나오는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올레핀 기초유분, 폴리머 시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HD케미칼뿐 아니라 에틸렌 등 기초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이때부터 수직하락했다. 투자가 끝나자마자 불황이 찾아온 셈이다.
게다가 HPC 건설과정에서 차입금도 대폭 불어났다. HD현대케미칼의 차입금은 2019년 9026억원에 불과했는데 2022년 3조6169억원으로 순식간에 점프했다. 이후로도 차입을 축소하지 못해 올 3월 말엔 3조7562억원으로 더 확대됐다.
차입 부담 완화에 실패한 이유는 2023년부터 당기순손실이 계속되면서 현금흐름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케미칼은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한 2018년 이후 2023년까지 5년간 잉여현금흐름이 매년 순유출(-)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지난해 기업구매 약정을 통해 영업부채 결제기간을 연장하는 등 현금유출을 억제하고 있다. 자본적지출(CAPEX)도 연 400억원 규모로 최소화했다. 하지만 2024년 말 남긴 잉여현금은 여전히 500억원대에 그쳤다. 올 3월 말 1128억원으로 확대되긴 했지만 3조원대 차입을 축소하긴 한참 모자라다.
긍정적인 부분은 차입구조가 길게 짜여 있다는 점이다. 3월 말 기준 HD현대케미칼의 총차입금 가운데 1년내 만기가 다가오는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23%(8727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장기차입금 대부분(1조9700억원)이 시설자금대출로 HD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로부터 자금보충약정을 제공받은 상태다. 애초 2024년부터 시설대 원금을 상환할 예정이었으나 작년 6월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면서 원금상환 시기를 2028년으로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레핀 계열은 워낙 공급이 많은 상황이다 보니 HD현대케미칼도 단기간에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길 기대하긴 어렵다”며 “다만 HD현대케미칼이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사로부터 자본을 추가 확충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