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없는 카드사 한계를 안고 출발한 현대카드는 독자적인 전략을 펼쳐 왔다. 법인 구매전용카드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해 신용판매 실적 1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외부 파트너십을 통한 수익모델 다변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돌파구로 주목받는 곳은 3대주주 푸본금융이다. 대만계 금융그룹인 푸본금융은 최근 타이베이 푸본은행 서울사무소를 개설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향후 푸본은행 사무소가 은행업 인가를 받고 영업을 본격화할 경우 현대카드와의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외형 키우며 신용판매 1위…계열 의존도는 구조적 한계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신용판매액 86조6502억원을 기록하며 8개 전업 카드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은행계인 신한카드(84조1441억원)와 기업계인 삼성카드(79조2628억원)를 제친 수치다.
법인 구매전용 카드가 실적을 견인했다. 구매전용 카드는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는 범용카드(GPCC)와 달리 기업 간 거래 시 대금 결제를 지원하는 구조다. 법인 구매전용카드는 대출이나 어음 대신 외상거래를 대신하는 수단이다. 현대카드는 증권사를 통해 이 거래를 유동화한 후 대금을 확보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법인 구매전용 카드 실적은 10조6868억원이다. 이 역시 8대 카드사 중 가장 큰 규모다. 롯데카드(7조1933억원)와 신한카드(3조1065억원)가 뒤를 이었다.
다만 법인 구매전용 카드는 기업 간 계약에 따라 수수료율이 개별 설정되기에 수익성은 낮다. 실적은 커지지만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실적 상당 부분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기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실제 그룹 내 결제비중은 전체의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실적이 외부 기업고객을 통한 영업성과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3대주주 푸본금융, 푸본은행 사무소 설립…제휴 확대 가능성도
주목되는 돌파구는 3대주주 푸본금융그룹과의 협력이다. 푸본금융은 2022년 푸본은행(9.99%)과 푸본현대생명(9.99%)을 통해 현대카드 지분 19.98%를 인수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푸본금융은 대만 금융지주사로 최근까지 아시아 시장 전반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타이베이 푸본은행 서울 대표사무소를 여의도에 정식 개소하며 국내 사업 기반 마련에도 나섰다.
푸본은행 서울사무소는 한국 금융시장 조사와 함께 대만 기업 고객을 위한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금융당국 인가를 받은 지점이 아닌 대표사무소 형태지만 향후 여·수신 등 소매금융 영업을 위한 지점 전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본금융 측은 "서울사무소를 통해 한국 시장과 비즈니스 기회를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며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과의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본현대생명과 현대카드 본사도 여의도 인근에 있어 그룹 차원의 시너지 확대 가능성도 주목된다. 푸본은행이 향후 국내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고 영업을 본격화할 경우 현대카드와의 제휴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오는 30일 대표이사로 선임될 조창현 카드영업본부장 전무의 경영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전무는 현대카드에서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와 GPCC(범용신용카드), 영업 전반을 두루 경험한 인사로 실무 중심의 체질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수익성 회복과 비은행 카드사로서의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주요 주주인 푸본금융과의 협력을 통해 외부 영업기반 강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비은행계 한계를 넘기 위해 개척한 법인 구매전용카드 시장이 푸본은행의 국내 진출과 맞물려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