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12년 만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정태영 부회장과 오랜 기간 합을 맞춰 온 전병구 사장 대신 정연 상무가 CFO를 맡는다. 정 상무는 최초의 여성 CFO이자 최연소 CFO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이번 CFO 교체는 CEO 신규 선임과 맞물려 세대교체 차원에서 이뤄졌다. 전 사장은 현대차그룹 출신 인사로 현대캐피탈에 오랜 기간 재직하는 등 경영분리 전부터 조직 내에서 두각을 드러낸 임원이다. 정 부회장은 주로 현대카드에 재직한 정 상무를 내세워 재무라인을 일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출신→카드업 전문가 교체
현대카드는 최근 정 상무를 재경부문 업무집행책임자(재경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정 상무는 1977년생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2014년 현대캐피탈 재무기획팀장을 거쳐 2017년 현대카드 재무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2020년 경영혁신실장, 2022년 재무실장을 맡았고 이번에 재경본부장으로 CFO를 담당하게 됐다.
정 상무의 약력은 전임 전 사장과 대비돼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사장의 경우 1965년생이고 2013년 CFO를 맡아 12년 간 재직했다. 정 상무는 1977년생으로 역대 현대카드 CFO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정 상무는 현대카드 최초의 여성 CFO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CEO 교체와 맞물려 CFO까지 교체하면서 경영진 새판을 짰다. 이달 말 대표에 취임하는 조창현 전무와 합을 맞출 CFO로 정 상무가 낙점된 것이다. 조 전무가 카드부문을 대표해 주요 프로젝트에 힘을 싣고 정 상무는 효율적인 자금 조달로 조 전무를 뒷받침 해야 한다.
경영분리 후 CFO 교체라는 점에서도 현대카드 재무라인에 변화가 감지된다. 전 사장은 현대자동차에 입사했고 이후 현대캐피탈에 오랜 기간 재직했다. 현대카드는 물론 현대캐피탈에서도 CFO를 맡았다.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했던 정 부회장의 신뢰가 엿보인다. 전 사장은 2021년 경영분리로 정 부회장과 함께 현대캐피탈을 떠난 뒤에도 현대카드 CFO 자리를 지켰다.
전 사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재무에 전반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CFO였다면 정 상무는 카드업에 특화돼 있다. 경영분리 후 현대차그룹과의 연관성보다 본업인 카드업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중용하려는 정 부회장의 구상이 이번 선임에 반영됐다.
◇조달금리 하향, 십분 활용…공격적 카드론 확대 제동, 대안 모색해야
정 상무는 하반기 현대카드 조달 및 운용 전략을 책임져야 한다. 카드업계 재무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하는 것이 정 상무가 CFO로 직면한 첫번째 과제다.
금리 인하 기조에서 조달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카드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조달 비용을 낮춰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도 불구하고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연간 기준으로 2023년 5682억원, 2024년 7166억원의 이자비용을 기록했다. 1년새 이자비용이 1484억원(26%) 증가한 셈이다. 올해 1분기에는 이자비용 19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억원(12%) 늘어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카드론 의존을 줄이는 것도 당면 과제로 꼽힌다. 현대카드는 최근 고수익 자산인 카드론을 활용해 실적을 개선했다. 현대카드 IR 자료에 따르면 카드론 취급액(대환 포함)은 2023년 5조4654억원에서 2024년 6조9149억원으로 1조4495억원(27%)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1조675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 차원에서 카드론을 신용대출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카드론 취급액을 재차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카드론을 대신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군을 물색하는 게 정 상무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