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위기에 처한 배터리 사업을 구하기 위해 자회사 SK온과 알짜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의 합병을 단행했다. SK온은 SK엔무브와 합병 후에도 SK엔무브 인원의 고용 승계 등을 확정했다. 추후 SK엔무브는 사내 독립기업(CIC) 형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CFO 등 재무라인의 경우 통합 전 SK온은 CFO(최고재무책임자) 자리가 5월 이후 공석이며 SK엔무브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기획실장이 살피는 체제였다. SK온과 SK엔무브의 통합 및 이후 국면에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CFO 서건기 부사장(
사진)이 총괄하는 체제가 예상된다.
◇ SK온·SK엔무브 합병, 성사됐지만 'CFO는 공석' SK그룹은 SK온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을 포함해 각종 캐시카우(현금창출원) 기업을 SK온에 붙였다. 일시적이어야 할 캐즘(Chasm, 단기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SK온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투자한 원금을 조기 상환하고 SK온에 대한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예전부터 가능성이 제기됐던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며 공식적으로 성사됐고 연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SK엔무브는 특히 윤활기유 사업에서 뛰어난 현금 창출력을 보인다. 매년 1조원 안팎의 현금을 벌어들인다.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SK온의 배터리 적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온과 SK엔무브의 CFO 라인은 통합 작업 이전부터 공석이나 마찬가지였다. SK온의 전임 CFO였던 김경훈 부사장은 올해 5월 SC제일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전 부사장은 CFO의 여러 역량 중에서도 자금 조달에 특화된 인물로 SK온의 사업 확장을 위한 막대한 자금 유치에 큰 기여를 했다. 김 부사장의 퇴사 이후 SK온의 CFO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됐다.
SK엔무브의 경우 배기락 SK이노베이션 재무기획실장이 재무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SK엔무브는 SK온의 적자 구조를 개선하고 현금 창출력을 기대할 수는 사업부 역할을 하게 된다. 또 통합 이후에도 CIC 형태로 SK온 내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게 된다.
배터리와 윤활기유는 사업 성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를 아우르는 CFO 라인을 두기엔 어려움이 있다. 결국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서 재무 라인을 총괄하고 각 SK온과 SK엔무브는 실무형 임원이 재무를 챙기는 구조가 예상된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CFO, 통합 SK온 재무도 당분간 함께 챙긴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CFO 서건기 부사장에게 쏠리고 있다. 서 부사장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2017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2024년 말 단행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 합병 법인인 SK이노베이션의 초대 CFO로 임명됐다.
서 부사장이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계기로 이전보다 더욱 세밀한 재무 관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자본적 지출(CAPEX) 등 대규모 투자의 조정이다.
서 부사장이 IR 등을 통해 공개한 올해 CAPEX 규모는 약 6조 원 수준이다. 이 중 배터리 부문에는 3조5000억원, SK이노베이션 E&S에는 1조원, 경상 및 전략 투자에는 1조5000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전년도 약 10조2000억원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또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통합 이후에도 여전히 재무 구조 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2025년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상황을 보면 총차입금은 연결 기준 약 52조원이며 부채비율은 206.9%, 차입금 의존도는 46.3%에 달한다.
특히 연결 순차입금 약 35조원 중 약 3분의 2 규모인 23조6000억원을 SK온이 차지하고 있다. 연결 기준 차입금을 관리하고 CAPEX 투자 계획을 관리하는 작업이 SK이노베이션 재무라인에서 챙겨야 하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