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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하나은행 10년

'김정태·함영주' 이을 리더 통합 은행에서 나온다

⑦서울은행 리더십 계보 '하나·외환' 중심 이동…경영진 출신 다변화, 연합체 유지 가능성

최필우 기자  2025-09-16 14:50:53

편집자주

2015년 9월 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제막식이 열렸다. 큰 진통을 감수한 끝에 단행한 합병은 은행권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꼭 10년이 지난 지금 통합 하나은행은 리딩뱅크로 올라섰다. 단자회사로 시작한 후발주자가 기성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대형 은행 합병 성공 사례를 보여준 양행 통합은 메가뱅크를 꿈꾸는 국내 은행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합 하나은행 10년 성장사와 리딩뱅크 도약을 이끈 키맨들을 조명한다.
통합 하나은행이 큰 도약을 이뤄내면서 차기 리더 배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성사시킨 김정태 전 회장, 통합 하나은행을 본궤도에 올린 함영주 회장에 이어 10년 발전사에 기여한 임원이 차기 리더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은행 출신 리더십 계보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중심으로 이동하는 형국이다.

차기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그룹 요직에 포진해 있는 가운데 내부 결속을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의 인선이 유력하다. 현재 서울·충청은행에 리더십을 가진 함 회장, 외환은행 출신으로 행장을 지낸 이승열 부회장, 하나은행 출신인 강성묵 부회장과 이호성 행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차기 회장이 누가 되느냐와 무관하게 주요 경영진의 출신 은행을 다변화하는 연합체 성격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성원 결속시킨 강력한 리더십

최근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끈 리더십 키워드는 융합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결정해 하나은행과 합병까지 성사시킨 김 전 회장,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낸 함 회장 모두 임기 중 핵심 과제로 구성원 결속 강화를 추진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오른쪽), 김정태 전 회장(왼쪽)

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배경에는 김 전 회장과 함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자리한다. 대형 은행간 합병이 성사된 이후 출신 회사에 따라 번갈아 리더를 배출하며 계파 정립을 용인한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하나금융은 김정태-함영주 회장을 거치는 동안 '원팀' 구축에 성공했다. 오랜 기간 CEO로 재직하면서 안정적으로 조직 문화를 정립할 수 있었다.

전현직 회장이 서울은행 출신으로 피인수측인 외환은행의 반발을 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리더십 강화에 한몫했다. 김 전 회장은 하나은행 초창기 멤버로 합류하기 전 서울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함 회장은 서울은행에 재직하다가 하나은행과 합병을 통해 하나맨이 됐다.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함께한 '본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외환은행 출신 인사들을 포용하는 행보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함 회장의 경우 서울은행 뿐만 아니라 충청은행 출신 사이에서도 상징적인 인물로 통한다. 충청은행 출신이 주를 이루는 충청영업그룹을 이끌고 조직 내 가장 우수한 영업 실적을 기록하며 통합 은행장으로 발돋움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과의 결합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앞서 합병한 은행 인사들을 이끌기에도 적임자였던 셈이다.

함 회장이 올해 시작한 두번째 임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수순이 예정되면서 서울은행 출신 회장 계보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도약을 이끈 옛 하나은행, 외환은행 출신 인사들이 그룹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왼쪾부터 강성묵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 이승열 하나금융 부회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하나 '강성묵·이호성' 외환 '이승열' 두각…구성원 조화 최우선

함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해 온 인사들이 통합 하나은행 10년을 이끈 리더 집단으로 분류된다. 강 부회장과 이 행장은 각각 지원과 영업 파트에서 함 회장의 '믿을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들은 각각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으나 1992~1993년 하나은행에 합류해 사실상 창립 멤버로 위상을 갖고 있다. 조직 내 탄탄한 입지를 바탕으로 다소 뒤늦게 합류한 함 회장의 리더십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통합 하나은행 CFO로 초대 행장이었던 함 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CFO 재임 기간 양행 출신 구성원들의 화학적 결합을 주도했고 재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통합 법인의 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강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주 이사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에는 회장이 유일한 사내이사로 등재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하나금융은 강 부회장과 이 부회장도 가장 높은 단계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 행장은 지주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으나 그룹 핵심인 하나은행 경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리더십 형태를 연합체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나은행, 외환은행 출신 핵심 인사들이 서울은행·충청영업그룹(충청은행)을 거친 함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또 키맨들이 각각 지원, 재무, 영업 조직을 아우르고 있어 전 조직에 함 회장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함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차기 리더십이 세워진다 해도 연합체 성격은 유지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아직 하나은행을 이끄는 부행장급 인사들은 통합 이전 세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전현직 회장에 버금가는 강한 리더십을 재현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구성원 조화를 감안한 인선이 단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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