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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전략 수립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이다. 투자와 자원의 배분, 내부통제 등을 관장하는 만큼 이사회와 사내외 겸직, IR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처럼 좁게는 재무부터 넓게는 기획까지 책임지는 CFO의 역할과 권한, 영향력을 THE CFO가 살펴본다.
정영석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 겸 경영전략본부장(상무)은 작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아오고 있다. 주요 재무부서와 일선 영업 현장을 두루 거친 28년차 실무형 인사라는 점이 그의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정 CFO의 부임 첫해 성과는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자본비율을 끌어올리고 자산건전성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향후에도 자본의 효율적 관리와 함께 질적 성장, 신성장 동력 확보 등 과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낼지 주목된다.
◇재무와 영업 사이를 오간 베테랑, 임기 첫해 성적표 양호 정 CFO는 1970년 12월에 태어났다. 부산 동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하나은행에 입행한 건 1999년이다.
정 CFO는 학력상 정통 상경계로 볼 수 있지만 재무부서와 영업 현장을 두루 거쳤다. 2007년 하나은행 뉴욕지점에서 글로벌 경험을 쌓았고 이후에는 하나은행 경영관리부, 재무기획부 등에서 근무했다. 2020~2023년까지는 서울 행당동지점, 강서금융센터지점, 트윈타워지점 등에서 일선 영업점장으로 활동했다.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선임된 건 2024년이다. 이듬해에 CFO인 경영기획그룹장으로 발탁됐다. 정 CFO의 선임은 영업전문가로 분류되는 이호성 하나은행장 체제의 시작과 맞물렸다. 이 행장은 평소 영업 현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정 CFO는 영업 현장 이해도가 높으면서 재무관리에 역량이 있다는 점에서 이 행장의 인선 코드와 맞아떨어졌다.
정 CFO는 임기 첫해부터 하나금융그룹 핵심 목표인 밸류업 계획의 이행을 자본 측면에서 충실히 뒷받침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핵심계열사다. 이에 하나은행의 자본관리가 하나금융그룹 전체의 주주환원 여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하나은행은 작년 말 기준으로 CET1비율 16.42%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위험가중자산(RWA)은 205조1350억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본 적립과 RWA 통제가 함께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은행은 올 1분기에도 자본관리 측면에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하나은행 1분기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말 그룹 CET1 비율 추정치 13.09%로 목표 구간(13.0~13.5%)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금융 확대 무게, 인터넷은행 설립 등 신사업도 조준 정 CFO는 자본비율을 지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CFO 부임 이후 그가 전달하는 내용은 기업금융 중심의 질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년 7월 하나금융그룹 상반기 실적발표에서도 정 CFO는 "기업대출은 상반기에 5조3000억원가량을 늘렸는데 하반기에는 월 1조원씩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 CFO의 메시지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2025년 말 하나은행 원화대출금은 316조69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1% 늘어나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출 성장의 무게추가 가계에서 기업으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대출채권 내 가계대출 비중은 2024년 말 37.8%에서 2025년 말 36.4%로 낮아졌고 기업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62.2%에서 63.6%로 높아졌다.
4대은행 가운데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점도 대출 비중의 질적 차별화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39조1690억원으로 기업대출의 81.4%를 차지했다. 나머지 시중은행이 70% 후반대를 나타낸 가운데 유일하게 80%를 넘었다. 가계대출 규제 국면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자금을 제공하며 자본 효율과 성장 동력을 동시에 챙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진출을 통한 성장 동력 발굴은 정 CFO가 완수하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하나은행은 작년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분 10%를 확보한 2대 주주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작년 9월 다른 컨소시엄들과 함께 예비인가를 불허하면서 관련 사업이 멈춰선 상태다.
다만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4인터넷은행 재추진이 논의되고 있어 사업 재추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만약 제4인터넷은행 설립이 재개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정 CFO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