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통합 하나은행 10년

은행권 트렌드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 부상

④후발 은행으로 적극적 전략 모색 DNA…외환 합병 후 몸집 불리며 업계 판도 영향

최필우 기자  2025-09-05 12:00:54

편집자주

2015년 9월 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제막식이 열렸다. 큰 진통을 감수한 끝에 단행한 합병은 은행권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꼭 10년이 지난 지금 통합 하나은행은 리딩뱅크로 올라섰다. 단자회사로 시작한 후발주자가 기성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대형 은행 합병 성공 사례를 보여준 양행 통합은 메가뱅크를 꿈꾸는 국내 은행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합 하나은행 10년 성장사와 리딩뱅크 도약을 이끈 키맨들을 조명한다.
통합 하나은행이 최근 수년간 은행권 영업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2020년대 초반 기업금융 영업에 공세적으로 나서자 시중은행간 고객 유치 쟁탈전이 벌어진 게 대표적이다. 올해는 기존 강점이었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보강해 시니어 케어 시장 선제 공략에 나섰고 타행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하나은행 DNA에 외환은행의 몸집이 더해지면서 업계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발 은행인 하나은행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장을 빠르게 포착하고 차별화된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격차를 좁혀왔다. 통합 하나은행 출범 후에는 외형까지 타행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되면서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다.

◇차별화 전략 여전, 10년새 달라진 영향력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고액자산가 대상 PB 서비스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PB 서비스 발전은 후발 주자로 출범한 하나은행의 생존 전략 일환이었다. 긴 업력을 가진 시중은행이 소매금융, 기업금융 분야 강자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자회사에서 전환한 하나은행은 기존 고객풀을 활용한 차별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같이 기존 영업 관행에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는 DNA는 하나은행이 리딩뱅크에 등극하는 원천이 됐다. 2022~2023년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오를 때 핵심 동력은 기업금융이다. 당시 은행권 기업금융 영업이 소강 상태였으나 하나은행은 전략적으로 중소기업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실적을 극대화했다.

과거 하나은행은 기업금융 분야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조흥은행과 합병한 신한은행,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후신인 우리은행과 비교하면 법인 고객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전행 차원의 공세적인 영업으로 성과를 내며 업계 판도를 흔들었다. 하나은행 기업금융 영업 조직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달라졌다.

차별화 전략은 여전하지만 영향력은 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 후 꾸준히 자본을 축적하고 영업 인프라를 확장해왔다. 외형이 타행과 견줄 수준이 되면서 영업 전략이 더 이상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게 됐다. 이후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중소기업 영업에 힘을 실은 것도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경쟁 합류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초 일찌감치 기업금융 영업 전선에서 발을 뺀 곳도 하나은행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밸류업 프로그램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자본비율 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타이밍을 놓친 경쟁사는 이후 자본비율 관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나은행의 영업 전략 트렌드 세터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더넥스트 브랜드 론칭 행사

◇PB 서비스 경쟁력, 시니어 브랜드로 발전

하나은행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올해 부상한 시니어 비즈니스다. 시중은행은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와 차별화된 시니어 브랜드를 론칭해 영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하나더넥스트'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올해 영업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시니어 고객 집중 관리는 하나은행 내부에서 오랜 기간 논의됐다. 리서치를 통해 자산관리 시장이 고령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경영진의 의지를 바탕으로 영업 전략에 변화를 줬다. 자산 규모로만 고객을 분류할 게 아니라 고객의 노후 대비에 초점을 맞춰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콘셉트를 잡았다.

은행권은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전략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은행이 전통적으로 뛰어난 PB 서비스 역량을 갖춘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는 고액자산가 고객층에 국한된 얘기였다. 시니어 고객 관리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할 경우 하나은행 소매금융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행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대형 시중은행 중 비교적 늦게 출범해 새로운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메기 이미지가 강했다"며 "외환은행과 합병한 이후에는 고객층이 두터워지고 영업 인프라도 넓어져 업계 영업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플레이어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