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통합 하나은행 출범 후 10년 간 주가를 3배 끌어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리딩금융으로 평가받는 KB금융과 비슷한 수준의 주가 상승률이다. 은행과 비은행 경쟁력을 겸비한 KB금융에 비해 은행업 의존도가 높은 하나금융이 통합 하나은행의 선전을 바탕으로 최상의 밸류업 성과를 낼 수 있었다.
10년치 M&A 잠재력을 한번에 쓴 외환은행 인수는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은행 합병은 메가뱅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였던 동시에 비은행 침체를 감수해야 하는 딜이었다. 은행업 중심 자본 배치 전략을 쓰는 게 불가피해지면서 비은행 M&A에 나서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은행업 중심 성장 스토리를 쓰며 당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10년 주가 상승률 204%, KB금융 소폭 웃돌아 하나금융은 통합 하나은행 출범 1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주가(종가 기준) 8만1300원을 기록했다. 통합 하나은행 출범일인 2015년 9월 1일 주가 2만6750원에 비해 204% 상승했다. 10년 간 기업가치가 3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이 기간 다른 은행지주와 비교하면 하나금융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다. 민영화 과정에서 지주사 해체와 재건을 거친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지주 주가 상승률을 보면 KB금융 203%, 신한지주 62%다. 하나금융이 KB금융의 주가 상승률을 소폭 웃돌았다.
KB금융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의 선전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KB금융의 경우 이미 소매금융 강자로 성숙기에 접어든 KB국민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지난 10년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쓸 수 있었다. 증권, 보험 분야에서 굵직한 M&A를 성공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균형잡힌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완성형 리딩금융으로 프리미엄을 확보한 KB금융과 비슷한 수준의 밸류업을 하나금융도 이뤄낸 것이다.
하나금융은 후발 은행이라는 약점을 안고 은행업 보강에 집중해야 했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오랜 기간 비은행 분야에서 빅딜을 타진할 수 없다는 점을 감수해야 했으나 하나금융의 선택은 은행업 강화였다. 외환은행을 끝으로 은행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매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밸류업 측면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하나금융의 전략은 적중했다. 통합 하나은행이 오랜 전통을 가진 다른 시중은행과 견주어 뒤처지지 않는 수준으로 이익을 내고 자본을 쌓으며 그룹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했다. 국내 은행지주 기업가치 평가가 은행업 경쟁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도 밸류업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 중심 자본배치 전략, 자본 효율성 극대화 하나금융은 통합 하나은행을 출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 중심의 자본 배치 전략을 10년간 이어오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외환은행 인수 영향으로 오랜 기간 비은행 M&A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된 만큼 은행업 중심으로 성장 스토리를 써내려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통합 하나은행의 자본 효율성 극대화 노력이 은행업 성장을 뒷받침했다.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했다 해도 외형만 놓고보면 아직 업력이 긴 시중은행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단기간에 자산 규모를 키우긴 어려운 만큼 수익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두자리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는 등 은행업 중심 성장으로 재무 성과를 내면서 하나금융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수준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 0.6배를 웃도는 KB금융 대비 낮지만 신한금융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약점에도 불구하고 금융 섹터를 대표하는 종목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증시와 금융 섹터에 만연한 저평가 기조가 해소되면 추가적인 밸류업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은 통합 하나은행 출범 이후 실적과 재무 지표가 한창 개선되던 시기 PBR 0.8배 수준에 도달한 적이 있다. 이후 주가는 더 높아졌으나 당시의 PBR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이는 섹터 전반의 문제로 하나금융만 놓고 보면 과거 대비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