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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자사주 활용' 고민, '주주의견' 카드 꺼낸 서정진

상법개정안 '자사주 의무 소각' 강행 움직임, 2조 재원 발묶여

정새임 기자  2025-09-26 07:47:24
"자사주 소각과 유동화 비중을 어떻게 둘지 주주들에게 의견을 묻겠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최근 진행한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상법 개정안 논의로 자사주 활용에 제한이 생길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적극적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비중 5%대로 증가

셀트리온은 최근 3년간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대표적인 곳이다. 올해 들어서만 9차례에 걸쳐 약 85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올해 약 9개월간 취득한 자사주는 총 436만4331주로 전체 발행주식수의 1.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소각은 이보다 더 많은 물량을 단행했다. 약 8200억원어치에 달하는 주식 497만950주를 소각했다. 올해 셀트리온이 소각한 자사주 규모는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매각과 소각을 거쳐 9월 17일 기준 보유한 자사주 물량은 약 1177만주, 5.1%에 달한다. 최근 결의해 매입할 주식을 합하변 5.4% 비중에 해당하게 된다. 현 시가총액 약 41조원에 대입하면 약 2조3000억원어치다.

본래 셀트리온은 자사주를 소각과 투자, 환원으로 분산해 활용할 예정이었다. 일부는 소각하고 일부는 매각해 재투자 재원으로 쓰는 계획이다. 올해 초 보고한 사업보고서에서 셀트리온은 자사주 활용 계획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출자 △차입금 상환 △인수합병(M&A) 추진 △스톡옵션 교부 재원 등을 제시했다.

◇李 정부 '자사주 의무소각' 담은 상법개정안 의지 재확인, 주주의견 수렴

하지만 이 계획이 상법개정안 앞에서 주춤하고 있다. 3차 상법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의 의무소각을 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최근 상장사들이 앞다퉈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움직임도 상법개정안을 대비한 선제적 조치와 같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에서 3차 상법 개정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을 이기적으로 남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 의사결정과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를 예외없이 도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개정안이 현실화 되면 약 4분의 1 물량은 소각하고 나머지 자금은 사업 재투자에 활용하려던 셀트리온의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 기존 보유 자사주까지 소급 적용될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분위기상 자사주 활용이 어려워지는건 사실이다. 서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서 회장은 결국 주주의견을 담는 방안을 제안했다. 5% 넘는 대규모 물량을 모두 소각하는 것이 더 좋을지 주주들에게 의견을 묻겠다는 얘기다.

서 회장은 "약 5.5%의 자사주를 얼마나 소각하고 얼마나 유동화해 사용할 지 주주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만약 유동화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3년 정도는 매각하지 않도록 락업을 거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모든 물량을 소각할 시 최대주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점도 덧붙였다. 셀트리온의 최대주주는 23.5%를 쥔 셀트리온홀딩스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98.1%를 쥐고 있다.

과거에도 서 회장은 합병과 관련해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 바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할 것인지 여부를 묻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찬반 투표를 벌였다. 셀트리온 주주 다수가 반대한 여론을 수렴해 합병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상법개정안이 어떻게 통과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대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다는 지적을 차단하기 위해 이번에도 주주의견을 묻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 입장에선 대규모 자사주 물량을 그저 소각하는 것보다 사업 재투자에 활용하는 쪽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서 회장은 "만약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최대 수혜자가 최대주주로 제 지분율이 소각비중만큼 강해지는 것"이라며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소각과 유동화 비중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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