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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 본다.
롯데지주가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 대표이사를 배출했다. 고정욱 사장(
사진)은 롯데그룹의 유일한 사장급 CFO로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에서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노준형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레고랜드 사태 등 롯데그룹의 숱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 온 재무적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신동빈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이사회 멤버로 자리해 왔다. 롯데지주가 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CFO 출신 인물을 대표로 선임한 만큼 향후 고 대표는 안정적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지주를 이끌어나갈 방침이다.
26일 롯데그룹 2026년 정기인사에 따르면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고 사장은 2021년 말 롯데지주 CFO로 부임해 3년 이상 자리를 지켜 왔다. 롯데지주 사내이사로서 그가 맡고 있는 역할만 투명경영위원회, 집행위원회, 보상위원회 위원 등 여럿이다. 특히 CFO를 맡고 있는 기간 동안 롯데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고 사장은 1966년생으로 충암고등학교와 홍익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강대 국제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롯데건설로 입사한 이래로 롯데그룹에 몸담은 정통 롯데맨이다. 2003년에는 롯데캐피탈 RM본부 본부장을 맡아 롯데캐피탈에서 긴 경력을 쌓았다.
2011년 롯데캐피탈 경영전력본부장, 2019년 영업2본부 본부장을 거쳐 2019년에는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이후 2021년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 직급을 달고 롯데지주로 이동했다.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을 맡은 그는 2023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그는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뒤 사장 직급에 오른 두 번째 CFO다. 이봉철 전 호텔롯데 고문이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CFO)으로 있던 2018년 사장으로 승진했었다. 고 사장은 이후 사장 자리를 지키다 올해 인사에서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롯데캐피탈 등 금융 경험이 풍부한 그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를 비롯해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 왔다. 당시 롯데건설은 PF우발채무 규모가 가장 큰 건설사로 미착공 비중도 70% 이상으로 높았다. 차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고 사장은 메리츠증권과 손잡고 1조5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메리츠 딜을 통해 그룹의 급한 불을 껐다. 이어 재무전략TF를 이끌며 전반적인 계열사 재무 지표를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재무 파트너로 활약한 믿을맨으로 꼽힌다.
2021년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겼고 이듬해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당시 롯데지주 이사회는 그가 CFO인 만큼 향후 지주사 안정화와 그룹 지배구조 개선 및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로 추천했다.
그는 사내이사이자 CFO로서 신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의 주요 의사결정을 논의해 왔다. 올해 7회 개최된 롯데지주 이사회에 모두 참석해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 주가수익스왑계약 체결, 자기주식 매각의 건 등을 결정했다.
또한 앞서 10월에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롯데지주의 자사주 취득 경위와 낮은 PBR(주가자산비율)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비금융기업 중 자사주 보유 비중이 가장 높다는 지적에 대해 2016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취득한 자사주임을 설명하면서 향후 매각 시 주주들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