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전기동) 값은 지난해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톤당 연초 8800달러에서 연말 1만2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연중 상승세를 유지했다. 인도네시아·칠레 구리 광산 사고에 따른 운영 중단과 중국 제련소의 생산량 감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인한 수요 증가 등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기동을 가공해 구리판, 봉·선 등을 생산하는 풍산은 구리 시세를 판가에 적용하며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계열사 풍산FNS, PMX인더스트리 등의 매출도 큰폭으로 증가했고 지주사 풍산홀딩스 역시 자체사업의 성장과 함께 지주부문(배당·상표권) 매출 증가로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차전지 신사업을 담당한 풍산특수금속만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을 피하지 못하며 지난해 역성장했다.
THE CFO가 지난해 풍산그룹 주요 계열사 6곳의 3분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을 집계한 결과, 풍산특수금속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그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산홀딩스와 풍산을 포함, 각사 자산총액의 10% 이상이거나 최근 사업연도말 자산총액 750억원 이상인 주요 종속회사를 기준으로 매출을 집계했다. 풍산의 미국 손자회사인 PMC애뮤니션(PMC Ammunition)은 별도 재무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제외했다.
집계 대상 계열사 중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한 회사는 풍산특수금속이다. 지난해 3분기 말 풍산특수금속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1159억원이었다. 국내 철강업체의 침체로 스테인리스(STS) 사업이 위축된 가운데 이차전지용 고기능 극박 수요 부진까지 겹치며 외형이 축소됐다.
풍산특수금속은 풍산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점인 2008년에 풍산홀딩스 STS 사업부문의 물적분할로 출범했다. 2020년 전후로 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의 중심에 나서며 풍산디에이케이, 넥스포 등을 편입했다. 풍산특수금속 산하의 계열사 역시 EV 산업 침체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69.8% 감소한 상태다.
풍산디에이케이와 넥스포는 이차전지 전해질 속의 양·음극재를 외부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리드탭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국내 주요 이차전지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지만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풍산홀딩스는 이들 이차전지 3사의 역성장이 4분기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전망한다.
EV 캐즘기를 지나는 이차전지 계열사가 고전하고 있지만 그룹 주력인 풍산과 산하 자회사는 구리 가격 상승과 함께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신동(전기동을 가공해 고부가제품 생산)과 방산 사업을 두축으로 하는 풍산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조700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했다.
이 기간 신동 판매량 자체는 2024년 3분기 13만5000톤, 지난해 3분기 13만7000톤 등으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연중 내내 이어진 구리 시세 상승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5.56㎜ 소구경 탄약부터 155㎜ 곡사포탄까지 군용 탄약을 공급하는 방산부문은 지난해 3분기 말 775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직전연도 3분기 말(7839억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해 회사 성장을 뒷받침했다.
풍산 자회사인 풍산FNS, 미국법인(PMX인더스트리), 태국법인(Siam Poongsan Metal) 등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방산 자회사 풍산FNS는 지난해 3분기 말 매출 668억원을 거두며 집계 대상 6개사 중 가장 큰폭인 136%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법인(5954억원), 태국법인(2474억원) 등도 같은 기간 각각 13.2%, 3.6%의 매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두 해외 자회사는 현지에서 신동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다.
지주사 풍산홀딩스도 지난해 큰폭으로 매출 성장에 성공했다. 출범 때부터 자체적인 기계·포장사업을 영위한 풍산홀딩스는 해당 자체 사업(제품·상품매출)에서 전년 동기 대비 36.6% 증가한 8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회사 배당, 상표권 수익 등으로 이뤄진 지주부문도 같은 기간 35.8%의 증가율을 나타내며 617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이 가운데 특히 풍산에서 올라온 배당금(277억원)이 직전연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지주부문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앞서 풍산은 주주환원 확대 차원에서 결산배당금을 2023년 주당 1200원에서 2024년 26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해당 배당금이 지난해 초 집행되며 풍산홀딩스의 배당수익이 증가했다. 풍산홀딩스는 올해 연간 별도 매출 1988억원을 예상하는데 이중 배당수익이 14%가량 차지하며 처음으로 두자릿수대를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