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는 수년간 차입 부담 확대가 불가피했다. 로봇사업 투자에 나선 데다 부진한 자회사 제이제이한라에 자금을 수혈해주기 위해 곳간을 연달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의 빚은 늘었어도 구조 개선엔 성공했다는 평이다. 그간의 지원 사격으로 제이제이한라가 고질적 이자 부담을 대거 해소한 만큼 HL홀딩스도 지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L홀딩스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별도 순차입금이 7987억원까지 늘었다. 2023년만 해도 62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4년 7900억원 남짓으로 확대, 작년에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1년 새 1700억원 남짓이 증가한 셈이다.
HL홀딩스의 차입이 늘어난 원인은 신사업 투자와 자회사 지원에 있다. HL홀딩스는 2024년 HL로보틱스를 설립해 490억원을 출자했다. 또 제이제이한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1170억원을 지원해줬다. 이 기간 HL홀딩스가 HL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시그마타워)를 매각하면서 152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영업현금을 꾸준히 창출했는데도 차입 확대를 막진 못했다.
특히 제이제이한라는 HL홀딩스가 뜻하지 않게 떠안은 계열사다. ‘에니스’라는 시행사가 전신인데 과거 제주도 세인트포CC 골프장, 콘도미니엄 등의 개발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HL홀딩스가 제이제이한라를 설립해 에니스를 인수했다. 자회사인 HL디앤아이한라가 개발사업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 제이제이한라는 애물단지와 다름없었다. 매출은 100억~200억원대에 그치는 데다 만성적인 영업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금융비용만 빠져나갔다. 2021년을 보면 제이제이한라의 총차입금 규모는 2700억원을 기록, 매년 100억원대 이자를 지출하고 있었다. 이 차입금 중 2080억원은 HL홀딩스와 HL디앤아이한라가 각각 1040억원씩 보유 중이던 이익참가부사채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제이제이한라가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재무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 해 아난티와의 합작법인에 보유 골프장과 콘도 등을 1200억원에 넘기고, 잔여 개발 부지도 65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들어온 돈 일부로 930억원의 차입금을 갚았다.
또 자산 매각만으론 해소되지 않는 금융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HL홀딩스는 같은 해 제이제이한라 유상증자에 105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기존의 이익참가부사채 1040억원을 출자 전환(상계)하는 방식이었다. 사실상 현금 유출이 없는 장부상 거래였으나 부채가 자본으로 바뀐 만큼 이자가 사라졌다.
2024년 10월에도 HL홀딩스는 유증 참여를 통해 1170억원을 제이제이한라에 밀어줬다. 유입된 자금이 바로 HL디앤아이한라가 가지고 있던 이익참가부사채와 미지급 비용 상환에 사용되는 구조였다. 제이제이한라의 부채를 지주사 자본으로 상환함과 동시에 HL디앤아이한라에도 현금을 공급해 준 셈이다.
이 지원은 HL홀딩스의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으나, 그룹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리스크를 지주사가 흡수해 해소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제이제이한라는 차입금을 대거 털어내면서 2024년 말 총차입금은 약 300억원, 이자는 6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발생일 기준 비용이고, HL디앤아이한라에 빚을 갚은 게 그 해 10월인 만큼 2025년 감사보고서에서 금융비용은 더 축소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순손실의 가장 큰 원인이던 이자비용이 대폭 줄었으니 재무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다.
자회사에 대한 출자가 계속된 만큼 HL홀딩스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2023년 말 118.7%에서 2024년 135.2%, 지난해엔 9월 말 기준 135.7%로 높아졌다. 100%를 웃도는 만큼,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규모를 종속회사·관계기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이제이한라의 재무구조가 나아진 만큼 HL홀딩스도 추가적인 지원 부담을 덜었다고 볼 수 있다. 또 HL로보틱스 이후 대규모 투자보다는 스타트업 투자만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돈이 나갈 일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계열 지원 부담은 정점을 지난 상태고 지주사로서 거두는 배당금 등 영업수익도 안정적"이라며 "로봇사업이 초기 단계라 수익화 시점까지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양산계획 등을 감안할 때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