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는 브랜드 수수료나 배당금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지주회사다. 자동차부품 유통, 물류 등 자체사업을 영위하면서 매년 조단위 매출을 올린다. 문제는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업이익률이다. 자체사업을 빠르게 키우긴 했지만 수익성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회사 측이 ‘질적 성장’으로의 전략 선회와 동시에 새로 찾은 미래는 로봇사업으로 보인다. 자회사를 설립해 주차로봇을 상용화한 기업을 인수해 ‘성장축 피봇(Pivot)’을 추진 중이다.
HL홀딩스의 뿌리는 만도(현 HL만도)에 있다. 2014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만도를 지주회사 HL홀딩스와 HL만도로 인적분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출범했다. 애초 순수 지주회사였으나 이듬해 바로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한다.
한라마이스터는 만도의 부품 유통과 물류를 전담하며 성장해 온 기업이다. 한라마이스터를 품으면서 HL홀딩스는 자체사업을 가진 사업지주회사로 재탄생했다. HL만도가 생산한 부품을 공급하거나 국내외에서 애프터마켓(A/S) 부품을 유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수익 원천을 보면 HL홀딩스의 독특한 구조가 드러난다. 매출의 경우 90% 정도가 자체사업인 자동차 부품 유통과 물류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 기여도 측면에선 지주부문이 절반 이상을 지탱하고 있다. 지주부문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한라(Halla)’와 ‘만도(Mando)’ 브랜드 사용료(로열티), 그리고 지분법 이익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핵심 자회사인 HL만도(지분율 30.25%)와 HL디앤아이한라(23.78%)의 실적은 지분법이익과 로열티수입과 연동돼 HL홀딩스의 영업이익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HL만도의 글로벌 수주가 늘어날수록, HL홀딩스의 지분법 이익과 물류 매출이 동시에 증가하는 형태다. HL홀딩스 물류부문은 HL만도가 생산한 자동차부품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매출과 달리 수익성은 과제로 꼽힌다. HL홀딩스는 작년 3분기 말 연결 기준으로 매출 9949억원, 영업이익 5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약 5.4% 수준이지만 이중 자체사업만 따지면 2.5%에 그친다. 글로벌 트레이딩과 물류 사업의 특성상 마진율이 높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HL홀딩스의 자체사업 매출은 2020년 6000억원대였지만 불과 2년 만인 2022년 1조원대로 점프했다. 하지만 이후 외형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도 수익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 고객사 물동량 변동 등으로 타격을 입은 탓이다.
이에 따라 현재 HL홀딩스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 체질을 개선 중이다. 거래구조가 단순해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2자 물류(2PL) 비중을 줄이고 외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는 3자 물류(3PL)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마진이 높은 해외 애프터마켓(AM) 시장 공략도 강화해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또 기존 사업 위에 더해 HL홀딩스가 승부수를 던진 분야는 ‘로봇’이다.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실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기술력을 확보해 로봇사업을 회사의 차기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HL홀딩스는 2024년 9월 로봇 사업 전담 자회사인 ‘HL로보틱스’를 설립하고 프랑스 기업 ‘스탠리 로보틱스(Stanley Robotics)’의 지분 74.1%를 322억원에 인수했다. 실외 자율주행 주차로봇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다. HL로보틱스의 주력 제품으론 실내 주차로봇 ‘파키(Parkie)’와 실외 주차로봇 ‘스탠(Stan)’이 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00억원과 손익분기 달성이다.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로봇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HL홀딩스의 가장 큰 투자 포인트로 주목받는다. 주차로봇 시스템 시장은 2030년 약 67억 달러(약 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회사 측은 “로보틱스 사업을 새로운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