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기관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기관들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기관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SK그룹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하는 대기업이다. 파이낸셜스토리, 리밸런싱 등 SK그룹이 새 재무 전략을 내세우면 이에 발맞추기 위해 수많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SK그룹과 협력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다수지만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한앤컴퍼니다. 지난 8년여간 SK그룹과 한앤컴퍼니는 다수의 M&A를 완료하면서 국내 대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 중 가장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SK그룹과 한앤컴퍼니가 처음 손발을 맞춘 건 2018년이다. 그해 한앤컴퍼니는 SK그룹과 3건의 M&A를 수행하면서 향후 협력 관계를 이어갈 토대를 갖추게 된다. 당시 SK그룹이 여러 자산의 매각을 타진한 데에는 서로 다른 배경이 있었다. 먼저 ㈜SK를 살펴보면 재무구조 개선, 규제 대응 등을 위해 사업재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러한 재무전략을 주도했던 SK 최고재무책임자는 이성형 재무부문장이었다. 이 부문장은 SK그룹이 리밸런싱으로 재무 전략의 방향을 바꾸는 2024년 말까지 SK CFO 역할을 맡았다.
2018년 SK는 SK엔카 직영사업부(현 케이카)를 물적분할해 2000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SK해운은 한앤컴퍼니가 신주·전환사채 등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입해 ㈜SK를 대신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SK엔카 직영사업부는 중고차사업 철수가 매각 이유가 됐다. SK해운은 재무 정상화와 함께 그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총수일가 보유 계열사의 자회사까지 확대하면서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SK해운도 규제 대상에 들 수 있다는 점이 매각 배경이 됐다.
작년 마무리된 SK디앤디 매각도 출발점은 2018년이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SK가스가 보유한 SK디앤디 지분 약 31%를 한앤컴퍼니가 인수했다. 작년 SK디스커버리가 보유 중이던 지분 31.27%도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면서 단일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김기동 (주)SK 재무부문장.
SK디스커버리 계열에서 해당 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최창원 부회장의 재무라인 핵심 인사는 김기동 현 ㈜SK 재무부문장(부사장)이다. 김기동 부사장은 2018년 SK디앤디 첫 지분 매각이 이뤄질 때 SK디스커버리 재무지원실 실장을 맡고 있었다.
2018년 사업보고서까지 SK디스커버리는 별도로 재무 임원을 공시하지 않았다. 김기동 부사장은 이듬해에 SK디스커버리 재무실장으로 처음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CFO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4년 말에는 최창원 부회장 SK수펙스 이동에 따라 이성형 CFO의 후임으로 SK의 CFO 역할까지 맡게 됐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2020년 SK케미칼의 바이오에너지사업부를 약 3825억원에 인수해 SK에코프라임으로 이름을 바꿨다. SK케미칼이 SK디스커버리 계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기동 부사장이 해당 딜에도 관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는 SKC가 물적분할한 필름사업부를 한앤컴퍼니가 약 1조5950억원을 투입해 인수했다. 해당 기업은 현재 마이크로웍스라는 사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SKC 필름사업 인수는 그해 국내 PE가 성사시킨 최대 규모 경영권 인수 거래로 꼽혔다. 당시 SKC CFO는 박진우 재무본부장이었다.
SK그룹이 2024년 최창원 부회장 주도로 대대적 리밸런싱에 나서면서 한앤컴퍼니의 등장 빈도는 더 높아졌다. 2024년 2월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약 3303억원에 인수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SK플라즈마에 약 15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른다.
SK엔펄스는 이듬해 CMP패드 사업부도 추가로 한앤컴퍼니에 3346억원에 매각했다. SK엔펄스는 SKC, SK플라즈마는 SK디스커버리 계열사다. 모두 한앤컴퍼니와 기존 거래 관계가 있던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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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SK그룹 리밸런싱발 최대 M&A인 SK스페셜티 매각의 인수자도 한앤컴퍼니로 결정됐다. ㈜SK는 보유 중인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6000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이 거래가 2024~2025년 사이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이성형 CFO와 김기동 CFO가 모두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기동 CFO의 경우에는 회사를 옮겨서 한앤컴퍼니와 협력의 규모를 더욱 키운 모양새다.
SK그룹과 한앤컴퍼니가 계속 손발을 맞춘 데에는 양측의 셈법이 맞물려 있다. SK그룹은 비주력 자산을 확실하게 정리할 매수자가 늘 필요했다. 한앤컴퍼니는 4조7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최정상 하우스인 만큼 딜 종결성과 가격 측면에서 SK그룹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다. 양측의 신뢰 관계를 고려하면 후속 M&A가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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