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I&C의 유상증자는 지난 넉 달간 규모와 용처가 크게 바뀌었다. 주가가 밀리며 조달 규모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최종 계획에서 채무상환 재원은 빠지고 남은 자금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 론칭에 배정됐다. 기존 차입의 만기 부담은 그대로 남은 셈이다.
◇발행주식 그대로인데…모집총액 86억 감소 형지I&C는 이달 9일부터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에 들어갔다. 증자를 결정한 것은 지난 2월이다. 보통주 280만주를 찍기로 하고 예정 발행가를 4670원으로 매겼다. 애초 조달 목표는 131억원, 운영과 채무상환에 쓸 계획이었다.
이 4670원은 90% 무상감자를 전제로 산정했던 가격이다. 최초 투자설명서상 무상감자 전 기준주가는 666.89원이고 여기에 할인율 30%를 적용한 예정 발행가는 466.82원이었다. 하지만 액면가 500원을 밑돈 점이 문제됐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청약을 끌어내기 위해 시장가격 대비 할인 발행가를 제시한다. 그러나 가격이 액면가 아래로 떨어지면 걸림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액면가 미만 발행에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고, 액면가 위로 맞추면 할인 폭이 줄어 청약 유인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형지I&C는 4월 90% 감자를 통해 주당 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주가는 그 뒤에도 계속 내려앉았다. 감자 전 주가를 단순 반영하면 감자 후 주가는 4000원 중반대여야 했지만 재상장 초기 3500원대에서 6월 초 2230원까지 빠졌다. 거를 재개한지 한 달여 만에 감자 반영 기준가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발행가 역시 이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며 7월 확정 발행가는 1581원으로 대폭 깎였다. 이에 따라 모집총액도 처음 목표의 3분의 1 수준인 44억2680만원으로 축소됐다. 최초 계획과 비교하면 86억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총차입금 107억 중 ABL 67억…오너일가 연대보증 조달액이 감소했으니 자금 사용목적도 영향을 받았다. 최초 계획에 따르면 형지I&C는 공모자금을 운영자금 80억원과 채무상환자금 50억7600만원으로 나눠 쓰려 했다. 채무상환 몫이 전체 모집총액의 39%에 달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확정안에서는 채무상환 항목이 지워지고 모집총액 전액이 운영자금으로 잡혔다. 구체적 용처는 온라인 전용 신규 브랜드 론칭이다. 형지I&C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상품 기획, 생산, 마케팅 등에 증자대금을 투입한다.
현재 형지I&C는 예작(셔츠), 본(남성복), 캐리스노트(여성복)같은 운영 브랜드 매출이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 오프라인에 쏠려 있다. 최근 5년 평균 유통망 비중은 백화점 52.2%, 아울렛이 39.6%인 반면 온라인은 2.0%에 그쳤다. 오프라인 매출이 꺾이는 구조에서 온라인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지만 그만큼 기존 차입금 상환은 다시 과제로 남게 됐다.
형지I&C의 연결 총차입금은 올 1분기 말 10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62%에 달하는 67억원이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조달한 돈이다. 연 6.5% 금리에 빌렸는데 회사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형지선경제이차’를 유동화 통로로 썼다.
이 SPC는 형지I&C가 신탁한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매출채권을 기초로 대주단으로부터 자산유동화대출(ABL)을 일으켰다. 최초 차입액은 80억원이고 형지I&C는 매달 원금을 4억4400만원씩 갚고 있다. 1분기 말 잔액은 약 67억원, 이 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원금만 53억원을 넘는다. 만기는 내년 6월이다.
부담은 원리금에 그치지 않는다. 이 SPC 차입에는 형지I&C와 모회사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 최혜원 대표가 대출약정액의 120% 한도로 연대보증을 섰다. 게다가 회사는 매출채권 회수가 예상에 못 미치면 SPC에 부족분을 채워 넣어야 하는 자금보충의무까지 지고 있다. 매출이 흔들리면 곧바로 현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다.
주가가 빠지는 마당에 신주를 찍은 것은 다른 조달창구가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이미 대부분 담보로 제공돼 있다. 독산동 부동산과 곤지암 물류센터는 이미 담보로 잡혔고 과거 담보로 내놨던 강화도 오두리 토지는 차입을 갚아 근저당을 풀고 매각까지 마친 상태다.
신용등급이 없어 회사채나 전환사채를 시장에서 소화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형지I&C는 연 6.5%짜리 캐피탈 차입과 매출채권 유동화로 필요자금을 충당해 왔다. 온라인 강화를 위해 마지막 남은 카드가 신주 발행이었던 셈이다.
회사 측은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으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출시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엔 부족했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진행한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