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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은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자산 성장을 이어왔다. 절대적인 외형은 BNK금융지주가 앞선다. 다만 JB금융지주도 김기홍 회장 체제에서 연평균 5% 안팎의 자산 성장세를 유지하며 두 그룹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자산 성장에 기여한 사업 부문은 차이가 난다. BNK금융그룹은 은행 외에 증권과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금융투자 부문을 키운 반면 JB금융그룹은 은행과 캐피탈 중심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 인수 대신 핀테크·인공지능(AI) 투자로 비은행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2014년 M&A로 지방은행 2개씩 보유…은행 자산 비중 80% 이상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자산 성장률이 1.2%로 같았다. BNK금융지주 총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2조35억원 증가한 163조989억원이다. 같은 기간 JB금융지주 총자산은 8536억원 늘어난 73조9825억원이다.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기업·가계대출이 고르게 증가하며 외형을 키웠다. 반면 JB금융지주는 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JB우리캐피탈의 리테일금융 성장 기여도가 컸다.
올 1분기 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원화대출금은 전년 말 대비 2조원 증가한 106조8000억원이다. 양행 모두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고루 늘었다. 같은 기간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원화대출금은 전년 말보다 6127억원 증가한 45조1812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분(6305억원) 비중이 가장 컸다. JB우리캐피탈 리테일금융도 2052억원 늘어 그룹 자산 성장에 기여했다.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자산에서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BNK금융지주는 올 1분기 말 자산 85%(139조1971억원)가 은행업 부문이다. 같은 기간 JB금융지주는 자산 93%(68조9881억원)가 은행업 부문이다.
두 금융지주가 비슷한 성장 경로를 밟아 자산 구성도 닮았다. 현재 지방은행 구도가 굳어진 건 2014년이다. 그해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을, JB금융지주는 광주은행을 인수했다. BNK금융지주는 부산과 경남 지역을 영업 기반으로 하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JB금융지주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영업 기반으로 하는 전북은행, 광주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두고 있다.
◇BNK, 금융투자 비중 확대…JB는 핀테크·AI로 우회 전략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모두 외형적으로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준은 시중은행 금융지주에는 못 미친다. BNK금융지주는 증권·캐피탈이, JB금융지주는 캐피탈이 비은행 부문 주축이다.
BNK금융지주는 양행 외에 7개 계열사를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이다. 올해 BNK투자증권과 BNK자산운용이 속한 금융투자 부문 성장이 두드러진다. 2022년 5% 미만이었던 금융투자 부문 자산 비중은 올 1분기 말 6.6%(10조8215억원)로 커졌다. 올 1분기에 여신전문업 부문 자산(10조3763억원)을 역전했다.
JB금융지주는 두 지방은행뿐만 국내외에 캐피탈·자산운용사·증권사를 자회사로 둔 종합금융그룹이다. JB금융지주는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BNK금융지주와 차이를 보인다. 그룹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대형 증권사 인수 여력은 제한적이다.
김기홍 회장도 증권사 인수에 국한하지 않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전략을 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진행한 글로벌 IR에서 "중소형 증권사는 사업 편차가 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 그룹 전략과 적합한 인수 대상을 찾기 어려웠다"며 "증권사 인수보다 핀테크·AI 투자 전략이 오히려 차별화된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