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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떼어내고 빚은 남았다…한화가 '부채 창고' 된 사연

부채비율 275% vs 3%, 차입금은 그대로…건설 현금창출 관건

김태영 기자  2026-09-22 15:29:31
오늘은 인적분할을 마친 ㈜한화를 살펴보겠습니다. 한화비전과 한화모멘텀, 한화갤러리아 같은 계열사는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나누고 보니 양쪽의 재무상태가 완전히 다릅니다. 신설회사의 부채비율은 3.1%인데 존속 ㈜한화는 274.9%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갈라졌는데 한쪽은 빚이 거의 없고 다른 한쪽에는 빚이 남았습니다. 결정적인 장면은 2022년에 있었습니다. 부채비율이 600%를 넘던 한화건설을 ㈜한화가 품었고 이후 방산과 장비, 플랜트 사업은 하나둘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빚이 많은 건설이 들어오고 알짜 사업들이 나간 셈입니다. ㈜한화가 어쩌다 그룹의 '부채 창고'가 됐는지, 그리고 왜 건설은 끝까지 남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2022년 한화건설 합병…부채비율 126%에서 221%로

㈜한화가 원래부터 빚이 많았던 것은 아닙니다. 2020년 별도 기준 자산은 약 7조3600억원, 부채는 3조8700억원, 자본은 3조4900억원이었습니다. 부채비율은 110.8%입니다. 합병 직전인 2021년에도 약 126% 수준이었습니다.

숫자가 바뀐 것은 2022년입니다. 그해 말 ㈜한화의 부채는 7조3900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220.9%까지 올라갔습니다. 1년 사이 약 100%포인트가 뛴 셈입니다.

원인은 한화건설 흡수합병입니다. 2022년 11월 ㈜한화는 자회사였던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했습니다. 합병 직전인 2022년 6월 말 한화건설의 자산은 약 5조3900억원, 부채는 4조6200억원이었습니다. 자본은 7650억원 수준으로 부채비율로 환산하면 약 604%입니다.

물론 부채만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건설사업과 자산도 함께 넘어왔습니다. 다만 재무 레버리지가 높은 회사를 통째로 흡수한 만큼 ㈜한화 재무구조에는 부담이 됐습니다.

건설사업은 1996년 ㈜한화에 합병됐다가 2002년 물적분할로 다시 떨어져 나갔습니다. 20년 만인 2022년 되돌아온 셈인데 그 사이 부채가 크게 불어난 상태였습니다.


◇방산·플랜트 다 나갔는데 건설만 남았다

한화건설이 들어온 뒤 ㈜한화에서는 반대로 여러 사업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방산입니다. 한화그룹은 흩어져 있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모았습니다. ㈜한화가 보유하던 한화디펜스 지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넘어갔습니다. 처분금액은 약 8521억원입니다. 방산을 한곳에 모은 전략은 성과로 이어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2023년 말에는 모멘텀부문의 반도체 전공정 사업이 한화세미텍으로 넘어갔습니다. 2024년에는 이동이 더 많아집니다. 이차전지와 산업기계 사업은 물적분할해 한화모멘텀으로 떼어냈고 태양광 장비사업은 한화솔루션으로, 플랜트사업은 한화오션으로 넘겼습니다. 건설부문에 있던 풍력사업도 한화오션으로 갔습니다.

방산과 반도체 장비, 이차전지와 산업기계, 태양광 장비, 플랜트와 풍력이 차례로 빠져나간 셈입니다. 그 와중에 건설은 남았습니다.

올해는 인적분할이 이뤄졌습니다. 한화비전과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 같은 테크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 계열사가 한화M&S로 넘어갔습니다. 존속 ㈜한화에는 건설·화약·무역 등 자체사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같은 핵심 계열사 지분이 남았습니다.

◇자산 8800억 나가고 차입금 4조7876억은 그대로

부채비율 격차의 원인은 차입금입니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을 보면 인적분할 과정에서 한화M&S로 현금 1000억원이 넘어갔습니다. 한화비전과 한화모멘텀 같은 계열사 투자주식도 약 7847억원이 이동했습니다. 현금과 계열사 지분을 합쳐 8800억원가량의 자산이 빠져나간 셈입니다.

반면 ㈜한화가 보유하던 총차입금 4조7876억원은 존속회사에 모두 남았습니다. 자산과 자본은 줄었는데 차입금은 그대로인 구조입니다. 그 결과 존속회사의 부채비율은 분할 전 209.6%에서 분할 후 274.9%로 65.3%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차입금을 신설회사와 나누지 않은 배경에는 ㈜한화의 그룹 내 위치가 있습니다. ㈜한화는 한화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 분할 이후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같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합니다. 여기서 배당수익이 들어오고 브랜드 수익도 있습니다. 보유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도 상당한 규모입니다.

한국신용평가도 인적분할로 재무지표는 나빠지지만 브랜드 수수료와 배당수익, 건설 프로젝트의 매출채권 회수 등을 통해 점진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보유 지분과 부동산을 활용한 재무융통성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빚이 늘었다고 해서 당장 위험한 회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예전보다 ㈜한화 자체의 재무부담이 커진 것은 분명합니다.

◇자산 빠졌는데 지주회사에선 오히려 멀어졌다

㈜한화는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닙니다. 공정법상 지주회사가 되려면 별도 기준 자산총액 가운데 자회사 주식가액이 50% 이상이어야 합니다.

분할 전인 2025년 9월 말 ㈜한화의 별도 총자산은 11조5807억원, 자회사 주식가액은 약 5조원이었습니다. 비율로는 43% 수준으로 50%에 꽤 가까워진 상태였습니다.

분할 이후에는 오히려 멀어졌습니다. 한화비전과 한화모멘텀, 한화갤러리아 등의 지분이 한화M&S로 넘어가면서 존속 ㈜한화의 자회사 주식가액은 약 4조2000억~4조30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별도 총자산도 약 10조7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자회사 주식가액이 더 많이 빠졌습니다. 비율로는 약 39~40%입니다. 나간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자회사 주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비율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화가 일반지주회사가 되면 한화생명 같은 금융계열사 보유가 문제가 됩니다. ㈜한화 입장에서 지주회사 전환 여부는 이름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와 연결되는 사안입니다.

◇건설, 영업 독립성은 회복…재무 독립성은 미지수

건설을 계속 남겨둔 것도 지주비율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건설처럼 규모가 큰 자체사업이 ㈜한화에 남아 있으면 별도 총자산이라는 분모가 커집니다. 그만큼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은 낮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건설까지 떼어내면 총자산이 줄어 지주비율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건설이 남은 이유를 그것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건설 자체도 아직 ㈜한화라는 재무적 우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적만 보면 사정이 나쁘지 않습니다. 2026년 상반기 건설부문 매출은 약 1조1000억원입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6.9%로 2분기에는 10%를 넘겼습니다.

물론 건설업은 이익과 현금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공사를 하면 회계상 매출과 이익은 잡히지만 발주처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면 현금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가 쌓이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PF 보증도 있습니다. 분양이나 개발사업이 꼬이면 건설사가 갑자기 자금을 투입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해외공사는 공사비가 급등하거나 공기가 늦어지면 손실이 한꺼번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건설사 재무상태를 볼 때 영업이익률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PF 보증, 실제 현금흐름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영업 측면에서 건설의 독립성은 상당히 회복됐습니다.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고 브랜드와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도 있습니다. 2026년 6월 말 공시 기준 건설부문 수주잔고는 약 21조9500억원입니다.

남은 것은 재무 독립성입니다. ㈜한화 안에 있으면 계열사 배당과 브랜드 수익이 있고 필요하면 보유 계열사 지분이나 부동산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룹 최상위 회사라는 신용이 있습니다. 독립하면 이런 우산 없이 건설 자체의 재무제표와 현금흐름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PF와 공사미수금, 해외사업 손실 같은 변동성도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관건은 건설이 현금을 얼마나 돌려주느냐

㈜한화 입장에서도 건설이 필요합니다. 건설이 남아 있으면 자체사업 자산이 유지되고 지주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도 작용합니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차입금입니다. ㈜한화에 남은 빚을 줄이려면 결국 현금을 벌어야 합니다. 건설 프로젝트에 묶여 있는 매출채권이 회수되고 최근 회복된 수익성이 실제 현금창출로 이어지면 차입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건설이 끌어온 부채를 건설이 갚는 구조인 셈입니다.

건설 입장에서는 ㈜한화의 재무적 우산이 필요하고 ㈜한화 입장에서는 건설의 자산과 현금창출력이 필요합니다. 2002년 갈라섰다가 2022년 다시 합친 두 회사가 쉽게 헤어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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