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5대 은행장 연임 방정식

정진완 우리은행장, '리딩뱅크' 대신 선택한 리밸런싱

④순이익 줄어도 우량 자산 중심 재편, 그룹 자본건전성 보완 효과…경영승계 절차 진행 중

신상윤 기자  2026-10-29 07:44:18

편집자주

올해 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된다. '안정'을 위한 연임, '변화'를 바라는 쇄신을 두고 은행 안팎의 셈법이 복잡하다. 연임을 가늠할 수 있는 공개 지표는 경영 실적과 내부통제 성과다. 여기에 올해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기준 강화, 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 돌발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인사 시즌을 앞둔 5대 은행장의 성과와 변수를 풀어본다.
정진완 우리은행 은행장(사진)은 취임 후 자산 리밸런싱에 집중했다. 우리금융그룹 내 젊은 최고경영자(CEO) 대명사로 꼽혔던 그는 타행이 리딩뱅크를 외쳤던 것과 달리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임기 내 행보를 되짚어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는 자본건전성을 보완하는 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우리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에서 리딩뱅크 경쟁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에는 NH농협은행보다 순이익이 적기도 했다. 다만 금융권을 휩쓸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아내는 등 내부통제 성과로 임 회장의 두터운 신임도 이어가고 있다. 권광석 전 은행장에 이어 연임 사례가 나올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은행 우량자산 중심 재편, 순이익 경쟁은 숨고르기

정 은행장이 2024년 11월 우리은행 CEO 후보로 지명됐을 때 은행 안팎에선 깜짝 인사란 평가가 나왔다. 당시 CEO 후보군 중 가장 젊었던 데다 부행장에 오른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보 자격을 두고 지적도 있었지만 그는 최종 관문을 통과하며 은행장 자리에 앉았다.

이후 정 은행장이 보여준 우리은행 경영 행보는 과거와는 달랐다. 인사권을 쥐고 인적 쇄신을 단행한 데 이어 자산 확장보단 대기업 대출 등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타행과 달리 순이익 경쟁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 정 은행장 취임 후 우리은행 성적표는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8% 감소한 2조5896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6341억원, 2분기 9236억원, 3분기 7356억원, 4분기 2964억원으로 변동폭도 컸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4위 자리를 지켰지만 올해 들어 변화도 있었다. 영업에 힘을 실었던 NH농협은행이 올해 1분기 매섭게 추격하며 우리은행을 5위로 끌어내린 것이다. 올해 2분기 들어 다시 4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전임자들과 달리 순위 경쟁에 매달리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룹 자본건전성·내부통제 기여, 연임 또는 그룹 내 이동 관심

다만 우리금융 입장에서 보면 우리은행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지원한 측면도 있다. 우량 자산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이어온 덕분에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는 자본건전성을 보완할 수 있었다. 실제 우리금융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보험사 인수에도 지난해 말 12.9%에서 올해 3분기 말 잠정 13.8%로 개선됐다.

임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를 20~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은행 이익 비중이 낮아지면 비은행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커지는 효과도 있다. 우리은행 순이익 증가가 능사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순이익 경쟁 대신 정 은행장은 내부통제에 조금 더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금융권에 불거진 개인정보 탈취 목적의 해킹 시도도 막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정 은행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운이 좋았다"고 몸을 낮췄지만 리스크 관리 성과는 상대적으로 돋보였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현재 경영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2020년 이후 권광석 전 은행장을 제외하면 임기 2년을 채운 사람이 없다. 정 은행장이 무리 없이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간의 이목은 연임 여부에 쏠린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최종 후보군이 결정될 전망이다. 정 은행장이 연임하지 못하더라도 임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우리금융 내 요직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