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올해 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된다. '안정'을 위한 연임, '변화'를 바라는 쇄신을 두고 은행 안팎의 셈법이 복잡하다. 연임을 가늠할 수 있는 공개 지표는 경영 실적과 내부통제 성과다. 여기에 올해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기준 강화, 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 돌발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인사 시즌을 앞둔 5대 은행장의 성과와 변수를 풀어본다.
이환주 KB국민은행 은행장(
사진)은 올해 임기 2년 차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은행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지주, 보험 등을 거쳐 은행장에 올랐다. 재임 기간 중 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자리도 되찾았다. 최근에는 KB금융 회장 레이스에도 참여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된다. 통상 1년의 임기를 추가 부여했던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연임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 은행장 연임 행보에 가시밭길을 예고한다. KB금융이 조만간 이재근 회장 체제로 바뀌는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금융당국이 금융 지배구조 개선을 당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란 지적이다. '정중동'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 은행장 앞에 양 갈래 길이 놓인 상황이다.
◇2025년 리딩뱅크 탈환, 연임 기반 성과는 탄탄 이 은행장이 2024년 연말 국민은행 CEO 후보로 지명됐을 때 은행 안팎은 인사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그가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KB금융지주 CFO, KB라이프생명 대표를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전임자보다 많은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비은행 계열사에 머물거나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금융은 이 은행장의 경영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국민은행 재직 당시 영업과 관리 측면에서 보여준 능력과 KB금융 재무라인을 거치며 축적한 금융 이해도 등을 고려하면 CEO 자격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KB라이프생명 대표로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통합하며 보여준 안정적인 경영능력은 그를 다시 국민은행으로 이끌었다.
이 은행장이 취임했을 당시 국민은행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데 고전하고 있었고, 비이자 이익을 키워야 하는 숙제 등 난관이 예상됐다. 또 금융 소비자 보호 기준 상향이나 책무구조도 도입 등 규제도 늘어나고 있어 CEO로서 경영 부담도 가중됐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 취임했지만 이 은행장은 국민은행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임기를 순항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순이익 기준 타행에 밀렸던 리딩뱅크의 자리를 되찾으며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이 거둔 순이익은 3조8522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8.5% 증가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는 성장세가 주춤하며 1위 자리를 내줬다. 국민은행 순이익은 2조2254억원으로, 신한은행 2조4585억원에 뒤졌다. 대신 재무건전성 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올해 2분기 국민은행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28%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또 1개월 이상 연체율(0.27%), 기업대출 연체율(0.26%) 등도 안정적이다.
◇KB금융 리더십 교체기, '2+1'년 관례 이을까…내부통제·지배구조 '변수' 국민은행 경영 실적만 보면 이 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최근에는 KB금융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며 내외부로부터 경영 능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KB금융은 경영 안정성, 전문성 등을 위해 통상 계열사 CEO 임기를 '2+1'년 체제로 보장했다. 국민은행도 허인·이재근 전 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문제는 예년과 달리 올해 연말은 KB금융의 리더십이 교체되는 시기라는 점이다. 양종희 회장의 뒤를 이어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이 회장에 내정된 상황이다. KB금융의 리더십이 교체기에 있는 만큼 상징성 있는 은행장 인사를 통해 변화를 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 내정자가 이 은행장보다 2살 어리다는 점도 변수다.
물론 반론도 있다. 양 회장 취임 당시 은행장은 이 회장 내정자였다. 당시 양 회장은 은행장을 1년 유임하면서 경영 안정에 힘을 실었다. 이후 이 회장 내정자는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은행장 인사도 선례를 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악재다. 이 은행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개도 숙였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발생한 사고로 오점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수한 경영 실적을 거뒀음에도 내부통제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지주 회장·은행장 연임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금융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며 연임 문제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예측을 깨고 양 회장 연임을 선택하지 않은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은행장 연임 여부는 내달 이 회장 내정자가 공식 취임한 뒤 결정될 전망이다. 이 회장 내정자는 최근 계열사 업무보고를 받고 내년 사업 계획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손발을 맞출 경영진과 계열사 CEO 등도 포함되는 만큼 조만간 이어질 인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