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과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주요 경영 의제로 설정했다. 첫 임기에는 증권·보험 포트폴리오를 채우며 종합금융그룹 밑그림을 완성했다면, 연임 임기에는 기업금융 성장 전략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지주 전략·은행 영업 중심 경영 전개 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 뒤 우선 집중할 경영 아젠다로 기업금융 시장 경쟁력 회복을 꼽았다. 우리은행은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시중은행 기업대출 선두권에 자리했다. 다른 은행이 우리은행을 추월하면서 2017년부터 4대 은행 중 원화 기업대출 점유율이 4위다.
임 회장과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영업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은행장을 뽑았다. 임 회장은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을 중시하는 그룹 경영 방침에 맞춰 인사와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2023년 7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조병규 전 행장은 기업영업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근무 시절 핵심역량지표(KPI) 1위(2013년)와 2위(2014년)에 올랐다.
조 전 행장은 임 회장이 주문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중장기 계획으로 구체화했다. 우리은행은 2023년 9월 중장기 기업금융 성장 계획을 내놨다. 4년 뒤인 2027년 기업대출 점유율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우리은행 대출 포트폴리오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50대 50으로 비슷했다. 매년 대기업 대출은 30%, 중소기업 대출은 10%씩 성장하는 전략을 추진해 올해 말까지 대출 포트폴리오를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비중을 60대 40으로 재편하려 했다.
조 전 행장은 임기 후반에는 기업대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2023년 12월 말 기업대출이 170조4740억원으로 예상치(170조원)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조 전 행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24년 12월 말 기업대출은 목표치(189조원)에 미달한 185조8590억원이었다.
◇그룹 자본비율 관리 구간 안착, 은행 기업대출 증가 여력 확보 임 회장과 우리금융지주 자추위는 조 전 행장 후임 은행장으로 영업 분야 전문가인 정진완 행장을 발탁했다.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본부장, 중소기업그룹 본부장,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지낸 정 행장이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정 행장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과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고려한 경영을 펴야 했다. 2024년 우리금융지주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낮았다. 기업대출을 늘리되 위험가중자산(RWA) 확대를 최소화하려면 우량자산을 선별해야 했다.
정 행장은 임기 초 자본 적정성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자산 리밸런싱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출 자산을 덜어내면서 자본비율 회복에 집중했다. 올해는 확보한 자본 체력을 기반으로 기업대출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CET1비율을 13%대로 높였다. 2023년 말 12%였던 그룹 CET1비율은 2024년 말 12.1%, 지난해 말 12.9%, 올 2분기 말 13.7%로 상승했다. 위험가중자산이익율(RoRWA) 기반 자산 리밸런싱과 올 1분기 우리금융지주 토지 재평가(차액 2조4685억원) 효과 덕분이다. 올해 CET1비율은 13.2%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정 행장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키웠다. 올 상반기 말 우리은행 기업대출은 전년 말 대비 4.8% 증가한 189조1840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은 15.7% 증가한 63조9940억원, 중소기업(SME) 대출은 0.1% 증가한 125조1900억원이다. 가계대출을 포함한 총대출은 3.1% 증가한 344조3830억원이다.
자산 리밸런싱 성과를 우리은행 순이익 성장으로 입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 순이익은 1조3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다.
우리은행 기업대출 점유율 순위는 아직 4위지만 기업대출 성장률은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말 원화 기업대출이 점유율 3위인 하나은행보다 약 30조원 적다. 하지만 올 상반기 원화 기업대출 증가율은 하나은행 4.5%, 우리은행 4.1%, KB국민은행 3.4%, 신한은행 2.8% 순으로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