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자사주 보유·처분 공시가 강화됐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총수 5% 이상인 상장사는 보유 현황과 목적, 향후 처리 계획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고, 해당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처분 목적, 처분 상대방과 선정 사유, 예상 주식가치 희석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당 주도로 자사주 원칙적 소각에 대한 법제화가 논의되면서 자사주 소각과 활용법이 주목받고 있다. thecfo가 주요 그룹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활용법에 대해 살펴본다.
SKC는 자사주를 이용해 자본을 확충했다.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내세워 만기가 30년인 교환사채(EB) 형태의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자본으로 인정받았다. 최근 화학부문과 이차전지 소재부문 부진으로 당기순이익 적자가 이어지면서 자본 확충 필요성이 생겼다.
SKC는 이번 EB 발행 이후에도 남은 자사주를 이용해 EB를 추가 발행하면 1300억원 안팎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다만 SKC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이나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KC, 자사주 교환대상으로 EB 발행…자본 확충 수단
SKC는 최근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EB를 발행한 SK그룹 계열사 중 하나다. 지난달 30일 2600억원 규모로 한국투자프라이벳에쿼티(2500억원)와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100억원)를 대상으로 발행했다. 자사주 250만3803주가 교환대상으로 제시됐다.
SKC는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왔다. EB 발행 직전 자사주는 379만9711주로 발행주식총수에서의 비율이 10.03%로 비교적 높았다. SKC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600억원을 들여 자사주 187만6728주를 장내취득한 데 이어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1970억원을 들여 189만3415주를 장내취득했다. 하지만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는 않아 자사주 비율이 10%를 웃돌 만큼 쌓였다.
이번 EB가 주목받는 이유는 만기가 30년인 영구채로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EB 인수자는 발행사에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 자본으로 인정받으면 발행규모만큼 자본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SKC가 화학부문과 이차전지 소재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당기순이익 적자가 이어지자 자본 확충을 위해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자사주가 자본을 조달하는 재원이 된 것이다.
SKC는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최근 3년(2022~2024년) 연속 적자에 머물렀다. 올해 1분기도 적자를 이어갔다. 이 기간 자본총계 증가가 정체되는 반면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 증가에 따라 부채총계가 늘면서 부채비율이 지난해말 194.4%로, 올해 1분기말에는 208.1%로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는 이 기간 53.1%에 이어 55.6%로 상승했다.
SKC는 자사주를 이용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투자자도 다양한 수익 기회를 가져왔다. 이 EB의 교환가액은 10만3842원으로 제시됐다. 발행일로부터 1개월 이후인 이번달 30일부터 바로 교환청구가 가능하다. 지난 2일 SKC 종가는 10만6300원으로 이미 교환가액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영구채와 같이 이번 EB에도 스텝업 조항이 삽입돼있다. 최초 표면이자율은 0%이지만 발행 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표면이자율이 1%로 오르며 발행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8%로 뛰어오른다. 이후 매 1년마다 2%가 가산된다. 이 때문에 스텝업 시점을 사실상 만기 시점으로 보며 SKC로서는 이자 부담을 지지 않으려면 스텝업 이전에 상환할 유인이 생긴다.
◇EB 발행 그룹 기조 일맥상통…추가 발행 여력 존재
SKC의 이번 EB 발행은 최근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SK그룹의 전반적인 재무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자회사인 SK엔무브 지분 30% 취득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자사주의 사실상 전부(340만4104주)를 교환대상으로 내걸고 3767억원 규모 EB를 발행했다.
앞서 2023년 4월에는 SK하이닉스가 자사주 2012만6911주를 교환대상으로 내걸고 해외 EB를 발행해 2조2377억원을 마련했다. SK하이닉스의 EB는 지난 4월말 기준으로 교환가액이 10만8811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교환대상 자사주가 2056만375주로 늘어났으며 이중 42만1086주만 교환이 청구되고 나머지는 교환 가능한 자사주로 남아있다.
SKC 최근 3년 주가 그래프. 출처: 네이버 증권 캡처
SKC는 추가 EB 발행 여력이 남아있다. 이번 EB에 교환대상으로 제시된 250만3803주를 제외해도 여전히 129만2917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발행주식총수의 3.41%로 여유있는 수준이다. 지난 2일 종가(10만6300원)로 단순 평가하면 1374억원에 해당한다. SKC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업가치제고계획(자율공시)이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파악할 수 있는 수시공시(공정공시)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SKC 측은 "잔여 자사주를 어떻게 이용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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