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가장 큰 수익원은 정유와 에너지에 있다. 유가 변동에 흔들리긴 하지만 고정적 수요처가 있기 때문에 크게 낭패볼 일은 드물다. 그래서 내부 분위기도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잘돼도 들뜨길 꺼려하고 힘들어도 딱히 질책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유사업이 구조적 쇠퇴가 불가피한 과거의 캐시카우란 점이다. 그룹 간판인 GS칼텍스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신사업을 찾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우진 전무 역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신사업을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GS칼텍스는 그룹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GS→GS에너지(100%)→GS칼텍스(50%)로 이어지는 지분구조에서 GS로 올려주는 배당금의 가장 큰 부분을 GS칼텍스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GS EPS, GS리테일이지만 GS칼텍스와 꽤 격차가 크다.
실제로 2024년 GS의 배당금수익은 5090억원, 이중 2688억원이 GS에너지를 통해 GS칼텍스로부터 들어왔다. GS칼텍스가 배당하는 규모에 따라 지주사의 배당수입, 더 나아가 지주사에서 배당을 받는 오너일가의 소득까지 달라지는 구조다. 그만큼 핵심적인 계열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유가상승으로 매출이 급격히 뛰었던 2022년 이후 외형과 수익성이 우하향을 그리고 있다. 특히 정유부문의 경우 지난해 영업적자(-186억원) 전환했다. 글로벌 정유사들이 정기보수를 끝내 제품 공급이 증가한 반면, 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요는 부진하면서 정제마진이 축소된 탓이다.
올해 역시 1분기 정유부문에서 흑자(771억원)를 내긴 했으나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 줄었고 석유화학부문은 526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전체 영업이익은 1161억원으로 72% 감소했다.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정제마진과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가 약화한 탓이다.
게다가 최근의 부진은 차치하더라도 정유산업은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이라는 위협을 안고 있다. 미국 트럼프 체제에선 탈탄소가 주춤한 모습이지만 퇴임 이후 다시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중론이다. 또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대체되면서 생기는 운송유의 수요 파괴 역시 되돌리기 힘든 흐름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이 계속될수록 운송유로서 석유 수요는 줄어들고 정제마진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GS칼텍스가 정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연료 등 신사업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CFO로 최우진 전무를 발탁한 것 역시 미래사업 성장을 위한 안배로 짐작된다. 최 전무가 재무보단 경영전략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무는 1997년 GS칼텍스의 전신인 LG칼텍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GS그룹이 계열분리한 뒤에도 GS칼텍스에 남아 기획조정팀장, 경영개선팀장 등을 맡으면서 경영전략 수립에 일조했다. 2018년 전략구매부문장 상무로 임원 타이틀을 달았고 2년 뒤 미래전략TF(태스크포스)장에 올랐다. GS칼텍스가 본격적으로 신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던 시기다.
이후 최 전무는 미래전략부문장, 미래사업개발부문장을 거쳐 2022년 말 전략기획부문장 전무로 승진, 이듬해엔 GS칼텍스 CFO(재무실장)에 선임됐다. 전임 CFO인 유재영 GS파워 대표가 경리, 회계부문장을 밟아 재무실장까지 오른 전형적 재무 전문가인 것과 대비된다. 지주사인 GS가 최근 CFO 인선 방향을 재무통에서 전략통으로 선회한 것과 결이 같다.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에 힘을 싣고 있단 뜻이다.
현재 GS칼텍스는 부문별로 정유사업이 매출의 약 79%, 석유화학 17%, 윤활유는 4%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기존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도 바이오원료 등 새로운 분야의 사업화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손잡고 2600억원을 투자,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바이오원료 정제시설을 짓기로 했다. 작년 초 착공했으며 올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동부 지역에 위치한 팜유공장에서 발생하는 ‘팜폐수’를 재활용해 바이오원료를 확보하는 사업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6개월간 본타당성 조사를 벌여 온실가스 감축효과, 사업 경제성 등을 평가한다”며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면 투자규모와 시기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