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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에 갇힌 삼성바이오로직스, '오가노이드' 새 모멘텀 될까

인적분할 발표 후 주가 횡보, 올초 대비 시총 13조원 증발

정새임 기자  2025-09-03 07:22:37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파란불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6개월간 11%나 하락했죠. 삼성그룹 계열사 중 두드러지는 실적을 자랑하며 삼성전자 다음으로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인데요. 실적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올해 초만 해도 역대급 수주와 실적 기대감으로 120만원선에 근접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인데요, 이후 주가는 100만~110만원 박스권 내에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엔 하향세가 더 뚜렷해지면서 100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죠. 9월 2일 종가 기준 주가는 99만7000원 입니다.


덩달아 시총도 10조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2월 주가가 상승할 시기 시총은 84조원에 육박했었는데요. 10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시총도 71조원대로 뚝 떨어졌죠. 물론 코스피·코스닥 시총 4위 지위는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5위와의 격차가 20조원 넘게 차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3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는 격차가 10조원 가까이 벌어지게 됐죠.

그간의 주가가 너무 높았던 걸까요? 실적을 고려하면 꼭 그렇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늘어나는 실적으로 매년 낮아졌기 때문이죠. 2020년 11.94배, 2023년 12.03배에서 2022년 6.5배, 지난해에는 6.19배가 됐습니다. 올해 예상 PBR는 5.72배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빠르게 매출을 늘려나갔고 지난해에는 4조5473억원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24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원으로 4.5배 확대했죠. 올해 실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액 5조7000억원대, 당기순이익 약 1조5000억원 입니다.

◇Industry & Event

나날이 늘어가는 실적과 달리 주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발표한 뒤로 하향세가 더 뚜렷해졌기 때문이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월 1일을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분할할 예정입니다.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떼어내는 과정이죠. 그동안 한몸으로 여겨졌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동시에 바이오시밀러 자회사를 갖고있음으로써 위탁생산(CMO) 수주 계약 시 발생할 수 있는 사업적 걸림돌을 완전히 제거하는 목적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전후 지배구조

문제는 인적분할 발표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흐름 입니다. 발표 당일인 5월 22일 1.8%가 하락했고 다음날에는 6% 추가 하락이 이어졌습니다. 다음날 2.7% 반등이 있었지만 다시 파란불로 돌아섰죠. 이후 더 이상 큰 폭의 하락세는 없었지만 주가는 답보 상태입니다.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에 이례적으로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장내매입하기도 했는데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유승호 부사장(경영지원센터장)이 각각 400주, 200주를 장내매입 했습니다. 각각 4억원, 2억원 규모죠. 두 사람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기록됩니다.

◇Market View

시장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을 두고 그룹의 바이오 구심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로 넘어가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의 바이오는 뭐니뭐니해도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었죠. 빠르게 캐파를 늘려 글로벌 톱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실제 약 10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론자, 우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CDMO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이제는 바이오의 핵심산업인 '신약'으로 넘어갈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로 서서히 체급을 키우고 R&D 역량을 쌓아왔는데요. 아직 신약을 언급하는 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연내 신약 물질을 본임상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여줄 새로운 것들이 많다는 얘기죠.

반대로 말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은 캐파 확장을 통한 수주 확대였는데요. 5년간 주가가 4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올라서면서 시장에 예고된 캐파 확장 계획, 이를 통해 실현할 실적 확대는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이 된 셈이죠.

특히 기술이전과 같이 밸류를 크게 높일 모멘텀에 반응하는 바이오 섹터 특성상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갑자기 껑충 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Keyman & Comments

신약 모멘텀이 사라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건 아니죠. 안정적으로 실적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신약을 떼어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독자적인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키워드가 '오가노이드' 인데요.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책 변화로 오가노이드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입니다. '삼성표 오가노이드'로 임상시험수탁(CRO) 사업을 추가할 목적이죠.


사실 CRO 자체가 그리 매력적인 키워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가노이드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하면서 관심도를 높였는데요. 아직 전담 부서는 없지만 이상명 사업전략팀장(상무)과 올해 초 합류한 김진한 AI랩장(상무)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가노이드를 비롯한 CRO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삼성표 오가노이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어 향후 사업방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죠. 전반적으로 보면 CRO는 영세 기업이 대부분이고 삼성처럼 대기업이 뛰어든 경우가 없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빠르게 시장 장악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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