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업권별로 자본성 증권(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나 보험사들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본성 증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보다 높은 금리를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모이고 있다. 다만 업권별로 온도차가 있다는 평이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금리 하락 수혜를 톡톡히 누리면서 3%대 초반에서 발행할 수 있지만 오히려 신용등급이 더 높게 책정된 DB손해보험은 보다 높은 금리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금융감독원의 보험업권 회계 제도 변화가 빈번함에 따라 기관투자자 선호나 금리 수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은행계 지주-보험, 엇갈린 수요예측 결과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발행사가 올해 반기 보고서 제출을 마치고 자본성 증권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하나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을 시작으로 DB손해보험, 신한금융지주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한국투자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이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세 곳의 결과를 보면 하나금융지주는 총 2700억원 모집에 7200억원이 모였고 결과적으로는 총 3.29%의 금리로 4000억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2700억원 모집에 7810억원의 주문을 받으면서 4000억원 증액 발행을 확정 지었다. 발행금리는 3.26%로 확정됐다. 두 곳의 희망 금리 밴드는 3~3.5%였다.
비슷한 시기에 DB손해보험은 보험업계 최초로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5000억원 모집에 747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모였다. 전체 유입된 수요만큼 증액 발행을 진행했고, 금리는 희망 밴드(3.5~3.8%) 상단인 3.8%에서 결정됐다. 밴드 자체도 금융지주 대비 높게 설정됐으나 DB손해보험으로서는 상단에서 조달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동일하게 'AA-' 등급으로 평가받는다. 상환 후순위성을 감안해 'AAA'급인 선순위 회사채와 비교해 세 노치 낮게 평가된다. DB손해보험의 경우 보험금지급능력평가가 'AAA'였고 신종자본증권은 AA0 등급으로 평가받았다. 결과적으로는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대비 등급은 한 노치 나은 수준이지만 금리가 높게 형성된 것이다.
◇DB손보,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금리 아쉬움 신용등급은 회사의 채무 이행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행사의 등급에 따라 발행금리가 형성된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에 있어서 등급보다는 업권별로 금리차이가 나는 셈이다. 자본성증권의 경우 후순위성을 반영, 원래 등급 조정이 이뤄진다.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의 경우 현재 후순위채가 두 노치 차이 나고 신종자본증권은 세 노치 하락한다. 보험사의 경우 후순위가 한 노치, 신종자본증권이 두 노치 조정된다.
물론 DB손해보험의 신종자본증권은 종전에 발행됐던 자본성증권과는 다른 구조였기에 금리 차이가 발생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 들어 보험업권은 금융당국의 새로운 자본 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보험사 자본은 손실 흡수성에 따라 기본자본 기본자본(Tier1, 자본금·이익잉여금 등)과 보완자본(Tier2, 후순위채권 등)으로 나뉘는데 올해 들어 금감원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새 자본규제 지표로 도입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DB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그간 발행되던 신종자본조건이 보완자본으로 인정됐다면 이번 발행된 건은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금리 스텝업(Step-up) 조항을 뺐고 배당가능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이 들어갔다. 다만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비율 도입 시점과 규제 수준이 정리되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권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규제변화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과거 흥국생명 이슈나 롯데손해보험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보험사에 대한 투자 불안 요인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은행과 금융지주 등의 경우 등급이 낮지만,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몰리고 금리 수준도 더 낮게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