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조직의 2인자다. 2인자로 불리지만 그 자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나의 방향만 보고 나아가는 CEO의 결정이 기업 전체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을 누구보다 먼저 읽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 또한 중요 의사결정권자인 CFO에게 중요한 화두다.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금융감독원장을 지내며 학계와 금융현장을 두루 경험해 온 최흥식 한국CFO협회장(사진)은 "기업 경영진의 모든 경영판단과 의사결정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로 나타난다"며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CEO는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 CFO를 일정 비중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네트워킹' CFO들의 플랫폼 CFO협회
최흥식 한국CFO협회장은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금융 현장과 학계를 관통하며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 변화를 직접 마주해 온 인물이다.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하나금융지주 사장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금융감독원장 등을 거쳤다.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CFO협회는 2002년 금융위원회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기업 CFO들이 재무 경영 혁신과 새로운 기업가치 창조를 실현한다는 취지로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다. CFO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협회의 핵심 활동을 '교육과 네트워킹' 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CFO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격월로 개최해 최신 경영 이슈를 발굴하고 매월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는 조찬세미나(CFO Round Table)를 통해 전체 회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최흥식 한국CFO협회장.
CFO의 고민을 몸소 느끼고 있는 그는 점차 CFO가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최 회장은 "사실 CFO는 직관적으로 말하면 조직의 2인자, 세컨드맨"이라며 "전면에서 뛰진 않지만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는 재무 관리에만 국한됐던 CFO의 역할이 투자, 전략, 마케팅, R&D 등 기업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 경영 전반의 초기 의사결정 단계에서부터 CFO의 전략적인 판단 등 그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기업 경영진의 모든 판단과 의사결정은 결국 기업의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되고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CFO 역할이 중요한 셈"이라며 "특히 CSO, CIO, CRO 등 타 분야 C-레벨 경영진의 역할은 특정 부문에 국한돼 있지만 CFO의 역할은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종 책임자인 CEO는 자신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CFO를 일정 비중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봤다. 가장 기본적인 협업 방식인 셈이다. 물론 어느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CFO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기업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사 의무 확대된 상법 개정, 기업 지배구조 변화할 것"
최 회장은 최근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월과 8월 발표된 제1·2차 상법 개정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3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독립이사 제도 강화, 감사위원 관련 3%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기주식 의무 소각 등을 포괄한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이사회는 물론 경영진의 구성 등을 포함하는 지배구조 구축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법 개정은 CFO의 의사결정을 비롯해 경영 전반의 결과물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개정 상법은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사의 책임 범위가 대폭 넓어진 점이 가장 눈에 띈다고 봤다.
그는 "앞으로는 신주 발행, 배당정책 결의, M&A 등 주요 의사결정 시 회사의 이익은 물론 소수 주주를 포함한 주주 전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특정 주주에게 차별적 효과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고려했냐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사회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을 비롯해 CFO 조직은 회계, 세제, 상법, 감독 규정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봤다.
최 회장은 "향후 도입될 IFRS 18 재무제표 공시 기준서 개정은 손익계산서 중심 개편이 이뤄진다"며 "현금흐름표처럼 손익계산서에도 영업, 투자, 재무가 도입되고 이에 따라 EBITDA 등 경영진이 정의한 경영성과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CFO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넓은 시야라고 말했다. 유능한 CFO라면 재무적 역량은 물론 기업 전반에 걸친 조언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조직에서나 생산부서와 마케팅 부서는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 CFO의 역할이 각 부서의 성과와 비용 지표를 바탕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적극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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