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thebell desk

주 6일 근무제 단상

최명용 SR본부장 겸 부국장  2025-11-14 07:30:39
챗GPT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케이스를 검색했다.

대표적인 나라는 그리스다. 2024년 7월부터 주6일 근무를 허용하는 노동법이 시행됐다. 다만 토요일은 40%, 일요일은 115%의 임금을 가산해야 한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당시 언론들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했다.

중국은 법상 주 5일제가 규정돼 있다. 하지만 관행은 '996'이라고 한다.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게 996이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불법이라고 판단을 내렸지만 여전하다. 중국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400시간이 넘는다. 심지어 매년 늘고 있다.

세번째 검색되는 나라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이다. 삼성 SK 등 한국 주요 대기업의 이름이 거론된다. 물론 이들 대기업에 임원으로 한정된 이야기다. 직원들에겐 토요일 근무를 강제할 수 없다.

삼성과 SK 계열사 임원들은 토요일 오전에 출근해 오후 2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한다. 삼성은 2024년 4월부터, SK는 10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다. 물론 강제된 사항은 아니다. 임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자발이긴 한데 삼성과 SK 전 계열사 임원들이 따르고 있다.

2024년엔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던 시기다. 주가는 5만원을 넘지 못했고 반도체 부문은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삼성 안팎에서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단의 조치로 나온게 주 6일제였다.

공교롭게 주 6일제를 시행한지 1년만에 두 회사는 반등에 성공했다. 2025년 하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극적인 반등을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10만원을 넘었고 SK하이닉스는 60만원을 넘었다. 엔비디아와 협업, 젠슨황과 '깐부' 맺기 등 극적인 연출도 있었다. 코스피 4000 돌파의 주역은 주 6일제를 시행하는 삼성과 SK다.

하지만 토요일에 나오는 대기업 임원들에게 들어 본 바로는 그들의 업무가 그리 '생산적'이진 못하다. 요가를 하거나 골프 동영상을 보며 반나절을 떼우다 퇴근하는 임원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다음주 회의를 준비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던 임원들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대부분 책상을 지킬 뿐 실질적인 업무는 별로 없었다. 같이 업무를 볼 직원들도 없지 않은가.

사실 2025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극적인 반등을 이룬 것으로 글로벌 유동성 공급으로 주식 시장이 오르고 AI열풍 덕에 반도체 시장이 급반등한 덕이다. 불황의 골이 깊었다 반등의 시간으로 돌아섰는데 그 타이밍에 앞서 주 6일제를 시행했을 뿐이다. 반등할 타이밍에 반등했을 뿐인데 '주 6일제'덕에 기업이 좋아졌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다음 번 불황이 되면 또 주6일제가 핵심 솔루션으로 다시 나올 것 같다.

AI 시대다. 새벽부터 나와 땀을 흘리는 농부적 부지런함으로 승부할 시대는 지났다. 효율적인 일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미국의 근로시간 규제는 단순하다. 40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선 초과 수당을 주라는 것 뿐이다. 주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일을 많이 할 상황에선 많은 돈을 주고 일을 시킨다. 실리콘밸리에선 주 70시간 근무도 있지만 주4일 근무만 하는 곳도 있다. 재택근무와 낮잠을 허용하던 회사도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만 있는 게 능사는 아니다. 주 40시간만 고집할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정년을 늘리자고 주장할 것도 아니다. 회사 상황에 맞게, 업무 성격에 맞게 유연한 근로 조건을 만드는 자율이 필요하다.

김 부장을 거쳐온 임원들은 쉼을 줘도 필요할 땐 밤샘 근무를 한다. 외부 손님도 만나야 하고 아이디어를 짤 시간도 필요하다. 연구 분야라면 필요할 땐 밤샘근무를 하고 며칠씩 아이디어 찾기에만 몰두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새 제품이 만들어지고 사업이 생긴다.

중국이나 그리스처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주 6일은 그만할 때가 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