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0년 설립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다. 김대영 창업주는 피에스자산운용(PS Asset Management) 이름으로 회사를 창립했다. 2012년 4월 현재의 사명을 달았다. 영문 명칭 'IGIS'는 Integrated Global Investment Solution의 약자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인프라·증권·리츠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회사가 밝힌 운용자산(AUM)은 2024년 말 기준 66조8000억원에 달한다. 부채를 포함한 부동산 전체 자산가액을 의미한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2025년 말 AUM은 순자산총액 평가액을 기준으로 33조1456억원을 기록했다. 김대영 창업주. 사진=이지스자산운용
김대영 창업주는 1937년 황해도 안악군에서 태어났다. 경복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에서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을 거쳐 1980년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장·경제기획국장, 1986년 총리실 국무행정조정관 등 요직을 지냈다. 1990년에는 제15대 건설부 차관으로 취임했고 이후 대한주택공사 사장, 해외건설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건설·부동산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로도 활동했다. 2018년 10월 2일 별세했다.
이 문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의 태동과 성장, 김대영 창업주 별세 이후 지배구조의 변화,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지는 15년의 서사를 담았다.
'이·마·코', 상업용부동산 시장 플레이어들이 모를 수 없는 약어다. 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신탁 등 2010년대 이후 업계의 성장을 주도한 3개 회사들을 줄여 '이·마·코'로 칭하고 있다. 맏형은 코람코자산신탁으로 이 회사 주요 인력들이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의 설립을 주도했다.
김대영 창업주도 코람코자산신탁에서부터 이지스자산운용의 토대를 닦았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김대영 대표와 이규성 회장이 2001년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이 회장은 노태우 정권 시절 재무부 장관,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직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 회장의 공무원 경력이 앞서면서 김 대표보다 직급이 높았다. 다만 이들의 설립 초기 지분율은 4%로 동일했다.
코람코자산신탁과 대한민국 부동산금융은 성장의 궤를 같이 한다. 회사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의 2024년 말 기준 AUM은 33조4000억원이다. 리츠 AUM은 16조4000억원으로 민간 시장 점유율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김 창업주는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간 이후 코람코자산신탁의 초대 대표로 부임했다. 당시 정부는 IMF 극복을 위해 '바이 코리아(Buy Korea)'라는 기치를 내걸고 외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외국계 기업과 투자사의 국내 진출과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는 부동산에도 적용됐는데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산이 시장에 쏟아졌다.
리츠도 기업의 부실·유휴 부동산을 매입·운용하기 위해 등장했다. 김 창업주는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츠 브랜드 '코크렙(KOCREF·Korea Corporate Restructuring REIT Fund)'을 만들었다. 2022년 1호 자산으로 한화그룹 본사인 장교빌딩을 매입했다. 연평균 배당률 43.5%, ROE(Return on Equity) 28.4%를 달성했다.
김대영 대표에게는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람코자산신탁 초대 대표를 지내던 시절 중국계 자산운용사인 퍼시픽스타그룹(PSG)으로부터 홍콩 진출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규성 회장의 반대로 해외 진출은 물 건너갔다.
김 대표는 2007년 코람코자산신탁을 떠났다. 2005~2006년 투병생활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전환점이 됐다. 2010년 PSG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PS자산운용을 설립했다. 2011년에는 코람코자산신탁에서 리츠 사업을 함께 했던 조갑주 전 이지스자산운용 대표가 합류했다. 2012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 연기금과 신뢰를 쌓으며 입지를 다진 뒤 2010년대부터 글로벌 확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독립계 운용사로서 사업가적 정신을 바탕으로 여러 도전과제를 완수했다.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데이터센터 등 뉴이코노미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 투자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2012년 런던에서 첫 해외 자산인 One Wood St. 빌딩을 매입했다. 2014년에는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워싱턴 OJP 빌딩, 몬트리올 Bell 본사 빌딩 등을 인수했다.
2016년은 위탁운용펀드를 다수 설정하고 대체투자(AI) 부문을 신설하는 등 외연을 확장했다. 먼저 3400억원 규모 NPL 1호 위탁운용펀드를 설정해 부실 자산 투자를 시작했다. 유럽에서 다수 부동산 투자를 성사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코어(Core) 위탁운용펀드도 2500억원 규모로 만들었다.
2018년에는 리츠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본인가를 획득했다. 밸류애드(Value-add)위탁운용펀드도 4000억원 규모로 설정됐다. GRESB(Green Real Estate Sustainability Benchmark) 평가에서 '아시아 지역 비상장 오피스부문 1위'에 오르며 부동산 투자운용의 지속가능성과 우수한 역량을 입증했다.
2019년은 해외 투자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 해였다. 미국 뉴욕법인 및 영국 런던사무소(현 법인)를 설립했다. 1375억원 규모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위탁운용펀드와 2550억원 규모 NPL 2호 위탁운용펀드도 설정됐다.
2020년에는 두 개 상장리츠를 선보였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와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해 유럽과 북미 지역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인프라와 증권 부문을 신설했다. 부동산과 리츠에 이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룬 셈이다.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실물자산 투자 관련 ESG 점검 프로세스를 고도화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아마존과 직접 개발한 미국 물류센터 매각에도 성공했다.
2024년 첫 ESG 보고서를 발간해 책임 투자 실천을 구체화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데이터센터를 개발해 매각에 성공했다. 2019년부터 하남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40㎿ 규모의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를 탄생시켰다. 이를 5년 만에 약 7600억원에 매각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사람이 만드는 공간도 자연환경과 조화로울 수 있다"는 믿음 아래 도심 속 부동산 자산을 친환경적으로 운용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천하고 있다. 오토웨이타워는 이 같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철학을 투영한 대표적인 오피스로 꼽힌다. 빌딩은 2014년 완공된 총 연면적 4만7721.19㎡의 대규모 오피스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해 있다.
오토웨이타워는 설계·시공·운영 전 단계에 걸쳐 친환경 전략을 체계적으로 적용했다. 건물은 커다란 입방체 형태로 외관의 커튼월은 에너지 절약형으로 설계돼 냉난방 효율을 극대화했다. 또 내부 공간은 중층 높이의 아트리움과 자연 채광을 적극 활용해 개방감과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글로벌 친환경 건축물 인증인 LEED BD+C(건축 설계 및 시공)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운영 단계에서는 LEED O+M(운영 및 유지관리) 플래티넘 등급을 받아 현재까지 보유 중이다.
또 2017년부터 글로벌 ESG 평가인 GRESB에 참여해 환경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거버넌스 측면까지 포괄하는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 GRESB 최고 등급인 5-Star를 획득했다. 2024년에는 아시아 오피스 부문 1위를 차지해 ESG 선도자산으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물류 산업은 단순한 창고 운영을 넘어 스마트 인프라 구축, 친환경 설계, 글로벌 투자 유치, 그리고 공사·운영 리스크 관리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가치 창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아레나스' 프로젝트를 통해 프리미엄 물류센터 개발 모델을 구축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해외 투자자와 직접 투자 계약을 체결해 첫번째 해외 투자 기반 물류 개발 펀드를 조성했다. 그 첫 프로젝트로 진행된 '아레나스 영종'은 국내 운용사가 보유한 펀드를 통해 직접 개발 및 투자한 최초의 항공물류센터다. 기존의 토지 임대 방식이 아닌 토지 소유권을 확보한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아레나스 안성'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프로젝트다. 당시 건설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상승한 건설자재비, 인건비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건설노조 장기 파업, 시멘트·PC(Precast Concrete) 수급 문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별도 TFT 조직을 구성해 최종 목표 기한 내 준공을 완료할 수 있었다. 최고 수준의 공사 품질을 확보하는 동시에 추가 공사비 정산도 원만하게 합의했다. 또 준공 전에 주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은 기존 부동산 개발을 포함해 IT 인프라 구축과 운영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트다. 입지 선정, 인허가 절차, 전력 및 통신 수급 등 까다로운 요건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성과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러한 높은 진입 장벽을 극복하고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데이터센터를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하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차별화된 데이터센터 개발 역량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지스자산운용사의 주도해 부지를 매입하고 시행부터 운영 안정화, 매각까지 성공적으로 완료시켰다.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 투자 전용 위탁운영펀드를 조성해 안정적 투자 구조를 마련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에서는 우수한 사업 파트너 선정과 철저한 사업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콘셉트 디자인 설계, MEP 구축, 준공 후 위탁 운영까지 고려해 LG CNS를 전략적 파트너사로 선정했다. LG CNS는 초기 설계·구축 단계부터 참여해 준공 후에는 오퍼레이터로서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담당하기로 했다. 또 데이터센터 설계에 강점을 가진 간삼건축이 설계를 담당하고 데이터센터 건설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최소화했다.
김대영 창업주는 이지스자산운용 설립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을 겸하며 회사를 이끌었다. 2015년경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2005년부터 김 의장을 괴롭혔던 암이 재발한 이유가 컸다. 그는 2018년 10월 별세까지 이지스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직함을 유지했다.
조갑주 대표. 사진=이지스자산운용
조갑주 대표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로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을 맡았다. 조 대표는 공식적인 대표이사 활동은 2021년 중 마쳤지만 이후 신사업추진단장, 리얼에셋지원대표 등을 맡았다. 사내이사직은 2025년 말까지도 유지 중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25년 말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3인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 이규성 대표이사가 계속해서 경영을 총괄하고 강영구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소재 이지스 아시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신동훈·정석우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돼 국내 사업을 총괄하기로 했다. 조 대표는 경영과 사업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대영 의장의 투병 중에도 이지스자산운용은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김 의장의 경영 후계자로 나선 조갑주 대표가 김 의장의 정신을 이어 받았다. 조 대표는 삼성생명과 현대건설 등을 거쳐 코람코자산신탁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전신인 PS자산운용으로 바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2011년 김 의장과 다시 재회했다.
김 의장과 조 대표는 회사가 소수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인재 영입과 양성에 특히 공을 들인 이유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정기적인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또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성과 기반 보상' 체제를 도입했다. 연간 성과급 총액이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사례도 종종 공시됐다.
부문별로 대표를 세분화해 임명하고 있는 점도 이지스자산운용만의 특징이다. 각 팀 리더의 책임과 권한을 인정해 준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25년 9월 말 기준으로 강영구 운용지원대표(대표이사), 이규성 경영부문대표(대표이사), 신동훈 자산관리지원대표, 조갑주 리얼에셋지원대표, 정석우 CM지원대표, 이철승 리얼에셋부문대표, 장지영 증권부문대표, 오태석 인프라부문대표, 조환석 리츠부문대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갑주 대표는 이지스자산운용에 합류하면서 김대영 의장과 이지스자산운용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오너인 김 의장 가족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조건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약속에 따라 김 의장은 본인 소유 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기지 않았다. 조 대표도 마찬가지로 추후 자녀들에게 지분 증여 및 상속을 하지 않았다.
김 의장 별세 전인 2017년 말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분 45.5%를 김 의장 본인이 보유하고 있었다. 조 대표 지분은 12.3%였다. 이 외 우리은행(8.0%), 현대차투자증권(8.0%), 한국토지신탁(8.0%), 케이지파트너스(4.8%) 등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였다.
김대영 의장이 2018년 타계하면서 배우자인 손화자 씨가 그의 지분 전량 45.5%를 상속 받았다. 김 의장의 자녀들은 모두 미국 국적 소유자로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보유가 불가능했다. 또 경영 참여 의지도 없었던 상황이다. 손 씨는 상속 이후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각해 2025년 말 기준 약 12.4%만 보유하고 있다.
2025년 9월 말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손화자 씨다. 특수관계인 중에서는 조갑주 대표가 1.99%, 이규성 대표가 1.04%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이상 주주가 명시된 2024년 말 보고서 기준으로는 △GF인베스트먼트(9.90%) △대신증권(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태영건설(5.17%) 등이 주주에 포함돼 있었다. 이 외 △KB증권(4.13%) △신에프앤아이(3.0%) △우리은행(0.8%) 등도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23년부터 조갑주 전 대표(당시 신사업추진단장)와 관련된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대주주 및 가족회사에 대한 일감 집중,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지분 매입 자금 출처 등이 쟁점이 됐다. 2025년 말까지도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곡 CP-4구역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총 사업비 2조6000억원을 투입한 이 사업의 시행총괄(PM)로 디벨로퍼 아이알디브이(IRDV)가 참여했다. IRDV는 2020년~2021년 282억원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IRDV 지분 45%를 조 전 대표 및 가족회사(GF인베스트먼트·GFI)가 보유하고 있던 점이 문제가 됐다. GFI는 조 전 대표 일가가 90% 넘게 지분을 갖고 있다. GFI는 충남 공주 공동주택 신축 사업 지분율도 24.5%에 달하는 등 이지스자산운용 개발사업에 다수 투자했다.
더불어 금융감독원은 조 전 대표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매입 자금을 마련한 게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조 전 대표의 단순 보유 지분은 1.99%에 불과하다. 하지만 GFI의 지분은 2024년 말 기준으로 9.9%에 달한다. 사실상 손화자 씨 다음으로 2대주주 역할을 해왔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IRDV가 먼저 소싱한 사업으로 통상적인 펀드 구조 하에서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IRDV 지분에 대해서는 이후 조 전 대표 일가가 액면가에 처분했다는 점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명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수익 배분 구조가 운용사 특수관계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했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또 이 의혹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자산운용사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내부거래 규범 준수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설은 2024년부터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최대주주 손화자 씨가 보유 지분 정리에 대한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5년 2월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로 선정됐다. 당시에는 태그얼롱(동반매도권)을 갖고 있는 주요 주주로 현대차증권, 한국토지신탁, 우리은행 등이 거론되며 매각 대상 지분이 최대 25% 수준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최대주주 지분 매각은 경영권 매각으로 판이 커졌다. 모건스탠리는 7월 중 투자설명서를 잠재원매자를 대상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매각 대상 지분이 66.6%에 이르는 것으로 설명돼 있었다. 동반매도권을 보유한 주주 외에도 별도 전략적투자자(SI)였던 우미글로벌(9.08%), KB증권(4.13%) 등도 매각 협의에 동참하면서 패키지 매각이 성사됐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자 국내외 원매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이때 기존 모건스탠리와 함께 골드만삭스도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조갑주 전 대표는 매각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GFI와 대신금융그룹 측에도 매각 참여를 설득했지만 이들은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때문에 대신금융그룹이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8월에는 예비입찰이 진행됐다. 한화생명과 대신금융그룹 등의 예비입찰 참여 소식이 알려졌다. 숏리스트에는 한화생명, 흥국생명과 함께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힐하우스, 캐피탈랜드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대신금융그룹은 5000억원대 가격을 써내며 일찌감치 숏리스트에서 배제됐다.
11월에는 본입찰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조 전 대표 및 조 전 대표와 연결된 GFI, 대신금융그룹까지 지분 매각에 의사를 밝혔다. 매각 지분이 최대 98%까지 늘어나면서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을 중심으로 한 매각 경쟁이 더욱 치열해 졌다.
업계에서 거론된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자 몸값은 1조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본입찰에서 흥국생명은 약 1조500억원, 한화생명은 약 9000억원대 후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은 흥국생명과 한화생명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2월 중 힐하우스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힐하우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 방식 경쟁 과정에서 인수가를 1조1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본입찰 단계에서 힐하우스가 제시한 금액은 경쟁사가 써낸 가격에 못 미치는 9000억원대 중반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흥국생명은 힐하우스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프로그레시브 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쟁점이다. 본입찰에서는 흥국생명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가 힐하우스 측에 사실상의 재입찰 기회를 열어뒀다는 주장이다.
이에 흥국생명은 12월 중순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와 주주대표, 모건스탠리 관계자 등 5명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경찰은 연말 흥국생명 관계자를 소환해 고소인 조사를 시작했다. 금융당국 역시 힐하우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힐하우스는 중국계 기업가 장레이가 2005년 예일대 재단으로부터 2000만 달러를 출자 받아 설립한 사모투자 운용사다. 본사는 싱가포르다. 국내에서는 컬리, 우아한형제들, 크래프톤 등에 투자하며 이름을 알렸다. 힐하우스가 이지스자산운용의 새 주인이 될 경우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의 안정성과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의 투자 회수 가능성까지 불거지기 시작했다.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 관련 자료가 사전 협의 없이 원매자 측에 전달된 점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금 회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일축했다.
결국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계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에 대한 반감과 국민연금 등이 문제 제기한 정보 관리 이슈, 주요 출자자들의 반발이 겹친 상황이다. 여기에 법적 소송 등 분쟁 장기화 리스크로 인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이다.
[1] 마스턴투자운용은 2009년 마스턴에셋매니지먼트 이름으로 설립됐다. 2010년에 김대형 제1대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AUM 약 36조6500억원을 달성했다.
[2] 리츠(REITs)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로 부동산투자신탁을 뜻한다. 주식 또는 수익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소득·개발이득·매매차익 등으로 얻은 수익을 배당한다. 부동산투자회사법의 규제를 받아 국토교통부의 소관이다.
[3] 2010년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전문 집합투자업 및 투자매매업에 대한 본인가를 취득했다. 초기 자본금은 25억원으로 김 대표가 최대주주다. PSG와 HMC투자증권, 한국토지신탁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4] Non-Performing Loan의 약자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담보가 있는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주로 발생해 저당권과 함께 거래된다.
[5] 부동산 투자 전략을 위험과 기대수익률 수준에 따라 분류하는 용어다. 코어 자산은 '저위험·저수익'이 특징이다. 임차인이 우량하고 공실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자산이 여기에 속한다.
[6] 부동산 투자 전략을 위험과 기대수익률 수준에 따라 분류하는 용어다. 밸류애드 자산은 '중위험·중수익'으로 분류된다.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 리모델링, 재임대, 용도변경 등을 통해 가치를 향상시킨 후 매각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7] 부동산 및 인프라 자산을 대상으로 ESG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글로벌 벤치마크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비영리 재단 GRESB에 의해 운영된다. 전 세계 투자자와 운용사들이 자산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
[8] 부동산 투자 전략을 위험과 기대수익률 수준에 따라 분류하는 용어다. 오퍼튜니스틱 자산은 '고위험·고수익'이 특징이다. 부동산 개발, NPL 인수 등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 임대 수익보다는 매각 때 발생하는 큰 자본 이득을 목표로 한다. 리스크가 낮은 순서대로 코어>코어플러스>밸류애드>오퍼튜니스틱으로 이어진다.
[9] 국내 최초의 재간접 상장리츠다. 재간접 리츠는 다른 부동산 펀드나 리츠의 지분증권 또는 수익증권을 40% 이상 편입한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프라임 오피스(트윈트리타워)를 코어 자산으로 담고 이 외 물류센터(이천YM물류센터), 데이터센터(북미 포트폴리오) 등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공모가 5000원에 상장했다. 2025년 12월30일 종가 4165원을 기록했다.
[10] 국내 유일 주거 섹터 상장리츠다. 아파트(더샵 부평센트럴시티), 코리빙(디어스 판교)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한다. 2025년 12월30일 종가 380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5000원이다.
[11] 김 의장의 딸인 김애미 씨는 투썸플레이스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추후 있을 손화자 씨 지분 매각에서 비롯된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의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맥킨지앤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를 지낸 바 있다. 지분 매각이 본격화한 것도 김 이사가 직접 골드만삭스와 접촉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전언이다.
[12] 이 사업으로 '원그로브'가 탄생했다. 국민연금이 2조3000억원에 선매입한 자산으로 추후 있을 경영권 매각 관련 잡음으로 인해 GP 교체 대상 자산으로 거론된다.
[13] M&A 과정에서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한 입찰 방식 중 하나다. 본입찰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해 통과한 복수의 인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추가적인 가격 경쟁을 붙이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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