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이 장기간 이어졌던 신용등급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천성익 상무가 넘어온 지 1년 만의 성과다. 한온시스템은 한국타이어로 인수된 이후 배당부담이 줄고 유상증자로 현금이 유입되면서 차입금이 줄은데다 실적개선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까지 늘었다.
다만 재무지표의 구조적 개선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운전자본 부담도 가중돼 잉여현금흐름은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단기성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은 현금성자산의 2배에 가깝다. 천성익 상무로서는 유동성을 관리해아 하는 부담을 이어가게 됐다.
◇2년 넘긴 부정적 아웃룩, 결국 안정적 복귀 한국기업평가는 23일, 나이스신용평가는 24일 한온시스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복귀시켰다. 2023년 말 부정적 전망이 부여된 이후 약 2년 만의 변화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넘어온 천성익 상무가 CFO를 맡은 이후 생긴 것이다. 천 상무는 2025년 한국타이어그룹 편입 이후 2월부터 CFO로서 자본 확충과 차입 구조 개선을 주도해왔다.
그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재무팀장과 해외 자회사 COO, 한국앤컴퍼니 경영관리 담당 등을 거친 재무·운영 전문가로 한온시스템의 인수 이후 통합(PMI) 과정에도 참여했다. 천 상무는 한온시스템의 재무를 맡은 이후 우선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12월 한온시스템은 983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8834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투입됐다. 그 결과 2023년 4조1464억원, 2024년 4조5675억원으로 늘었던 총차입금 규모는 2025년 3조8597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비용 역시 2024년 2648억원에서 2025년 2389억원으로 줄었다.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차입금 상환에 투입되면서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는 2.9배로 낮아졌고 부채비율 역시 254.2%에서 168.1%로 큰 폭 개선됐다. 한기평은 향후에도 해당 지표가 3배 이내에서 관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등급 하향 기준선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등급 방어의 핵심 조건이 충족됐다는 의미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등급기준과 비교해도 한온시스템의 재무지표는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나신평은 EBITDA/(금융비용+CAPEX) 1.0배 이하, 순차입금의존도 35% 초과를 하향 검토요인으로 제시했다. 2025년 기준 EBITDA/(금융비용+CAPEX)는 1.5배, 순차입금의존도는 27.9%를 기록했다.
◇외형 성장·수익성 회복, 재무부담은 여전 실적흐름이 개선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천 상무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소다. 올해 한온시스템은 연결기준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4500억원, 영업이익률 4%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2025년 연결기준 매출은 10조8837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고 EBITDA는 1조123억원으로 35.6% 확대됐다.
연결기준 EBITDA 마진은 2024년 7.5%에서 2025년 9.3%로 상승했고 영업이익률도 1.0%에서 2.5%로 개선됐다. 유럽 완성차 업체 물량 증가, 환율 효과, 관세 보전 협의 등이 외형 성장에 기여했고 인력 감축과 생산 효율화가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재무지표 개선으로 직결됐다. 이자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EBITDA/금융비용 수치도 2.8배에서 4.2배로 회복됐다.
천 상무가 취임 1년 만에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되돌려 놓는 성과를 냈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구조적 부담 요인은 적지 않다. 우선 순손익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연결기준 한온시스템은 2024년과 2025년 각각 3586억원, 197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자비용 부담과 자산 손상차손이 주요 원인이다.
현금흐름 역시 녹록치 않다. 2025년 연결기준 영업현금흐름은 8000억원을 넘었지만 매출채권 증가와 재고확대 등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379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외형 성장 과정에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반면 매입채무는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어 현금흐름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천 상무로서는 단기차입금대비 부족한 현금성자산 규모도 부담일 수 있다. 2025년 연결기준 한온시스템의 단기성차입금 규모는 1조7634억원, 현금성자산 9373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의존도와 금융비용 대비 영업이익 지표도 개선해야 한다. 한국기업평가의 자동차부품업 평가방법론 적용 결과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영업이익/금융비용은 B, 차입금의존도는 BB 등급에 머물렀다. 두 항목은 여러 평가지표들 가운데 낮은 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