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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HD한국조선해양 EB '두마리 토끼' 잡았다

교환 프리미엄 12.5%로 금리 0% 확정…연간 이자비용 1000억 절감 효과

백승룡 기자  2026-04-01 16:14:53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해외 교환사채(EB)를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유상증자 대비 모회사 HD현대의 출자 부담을 해소하고 자회사 HD현대중공업 지분을 효율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특히 12.5%의 교환 프리미엄을 인정받으면서 조달금리를 ‘0%’로 확정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 EB 발행조건 확정…발행액 2.4조로 줄이고 금리 0%로 낮춰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거쳐 총 15억5000만달러(2조3723억원)의 해외 EB 발행을 확정했다. 만기는 5년으로, 내달 4일 발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교환대상은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HD현대중공업 보통주다. 주관사단은 J.P. Morgan, HSBC, UBS로 꾸려졌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EB 발행액을 최대 20억달러(약 3조원)로 제시했지만 기관 수요예측을 거치면서 규모를 줄였다. 다만 최대 1%로 제시했던 금리도 표면이자율·만기이자율 모두 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조달금액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조달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이번 확정한 EB 발행 규모는 공교롭게도 최근 한화솔루션이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2조3976억원)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로 시장의 반감을 산 것과 달리, HD한국조선해양은 동일하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부채(Debt) 조달을 택해 지분 희석 우려를 비껴간 모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유상증자가 아닌 EB를 택하면서 최대주주인 HD현대도 출자부담을 내려놓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이 2조4000억원 규모 증자를 택했다면 HD현대로서는 지분율(35.05%)에 따른 출자부담만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HD현대의 현금성 자산은 연결기준 6조원을 넘어서지만, 별도기준으로 보면 4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동시에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HD현대중공업 지분을 효율적으로 유동화하는 효과도 누리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중공업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9.23%였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KCC의 삼성물산 지분 등 불필요하게 높은 지분을 유동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HD한국조선해양은 보유 지분의 효율적 활용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 연간 1000억 상당 이자비용 해소…HD현대중공업 교환 프리미엄 토대

HD한국조선해양의 EB 발행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초 국내에서 6000억원 규모의 EB를 찍었다. 당시에도 교환대상은 HD현대중공업 지분이었다. EB 시장을 다시 찾은 HD한국조선해양은 조달 규모를 무려 4배로 키우면서 교환 프리미엄도 높여, 불과 1년여 만에 조달역량이 대폭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규모 발행에도 금리를 0%로 확정하면서 일반적인 회사채 대비 조달비용 절감 효과도 뚜렷해졌다. HD한국조선해양의 국내 신용등급은 AA-로, AA- 등급의 회사채 5년물 민평평균금리는 연 4.3~4.4%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이번 EB 발행 규모가 2조4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1000억원 상당의 이자비용을 해소하게 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채권시장 전반의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의 주가 상향 가능성을 인정받아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교환가액은 52만3125원으로 이사회 결의일 종가(46만5000원) 대비 12.5%의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지난해 초 당시 발행한 EB의 교환 프리미엄(1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60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최근 44만원대로 낮아졌지만 프리미엄을 부여받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내달 EB 발행을 마치면 해외법인 운영자금, 친환경 선박 기자재 투자, 차세대 에너지원 사업 자금 등으로 절반인 약 1조2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나머지 자금은 신규 조선소 설립 등 해외조선 사업을 위한 투자 목적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초 이후 HD현대중공업의 주가 추이.(자료=K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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