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는 지난해 SK디스커버리와의 주식 양수도 계약, 공개매수 등을 통해 SK디앤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8년 첫 투자 이후 SK디앤디는 레고랜드 사태, SK이터닉스 인적분할 여파 등으로 전반적인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 한앤컴퍼니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지원과 자구계획을 통한 개선을 추진 중이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업계는 한앤컴퍼니의 SK디앤디 확보에 따른 자진상폐 가능성에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실적 사이클이 길고 자금 조달의 유연성이 중요한 부동산 디벨로퍼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비상장 체제는 SK디앤디의 리밸런싱과 정상화를 위해 효과적인 선택이다. 다만 해당 과정에서 수반되는 소수주주의 권익 제한 우려 등이 부각되는 중이다.
◇유상증자·주식담보대출 등 총 동원, 채무불이행 막기 총력 지난해 한앤컴퍼니는 SK디스커버리로부터 SK디앤디 지분 31.3%를 추가 매입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장내 상장된 SK디앤디 잔여 지분을 공개매수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앞선 주식 양수도 계약까지 마무리될 경우 한앤컴퍼니의 SK디앤디 보유 지분은 79%에 육박할 예정이다.
한앤컴퍼니의 첫 투자와 단독 경영권 확보까지의 7년여 기간 동안 SK디앤디는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인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위축과 이로 인한 디벨로퍼, 건설 업계 전반의 침체 여파를 입었다. 아울러 그간 SK디앤디에서 품었던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SK이터닉스로 인적분할해 떼어냈다.
레고랜드 여파와 SK이터닉스 인적분할을 거친 SK디앤디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PF를 포함한 부동산 금융 대출 관리 전반이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의 유연성이 크게 훼손됐다. 여기에 흔들림이 심한 부동산 사업을 보완해주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빠지고 심혈을 기울였던 지식산업센터 분양이 부진하면서 실적 변동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최근엔 누적된 채무 상환 압박과 지식산업센터 회수 위축으로 인한 현금흐름 경색 등의 문제까지 중첩되면서 SK디앤디의 전반적인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 이로 인해 SK디앤디는 각종 자구계획을 추진 중인 상태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한앤컴퍼니 측에도 상당한 수준의 투자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SK디앤디는 올해 9월 말 상환해야 할 사채 규모만 1000억원 이상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총 5건의 자구계획 실행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할 경우 3분기 말 현금이 -1242억원으로 감소해 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성도 제기된다. 보유한 현금이 부족한 탓에 SK디앤디는 주식담보대출, 유동화 대출 등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상태다.
한앤컴퍼니도 SK디앤디 지원에 나서고 있다. 10월 중 유상증자를 진행해 1367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조달되는 금액은 대부분 군포 트리아츠 중도금 대출 대위변제, 사모사채 등 SK디앤디의 부채 상환에 활용된다. 앞선 계획이 정상 수행될 경우 SK디앤디의 10월 말 보유현금은 75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한앤컴퍼니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SK디앤디는 여전히 채무 상환 압박에 당분간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차입금·사채 등이 총 5500억원에 육박한다. 앞선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9~10월간 상환되는 일부 금액을 감안해도 추가적인 자산 매각, 차환 등이 필요해 보인다.
◇자진 상장폐지 전략, '리밸런싱 효용성 VS 소수 주주권익 침해' 현재 부동산과 투자은행(IB) 등 관련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한앤컴퍼니 단독 경영체제에서의 SK디앤디의 상장유지 여부다. 한앤컴퍼니와 SK디앤디는 현재 유상증자와 관련 계획을 우선으로 두며 자진 상장폐지는 유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공개매수 등에서 꾸준히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언급했기에 업계는 재추진 가능성이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K디앤디는 부동산 디벨로퍼이기에 통상적으로 3~5년 주기의 실적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상장사는 분기별 공시를 통해 실적을 발표하고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자연스럽게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는 변동성이 커 보이고 제대로 된 밸류에이션 측정이나 성장성을 평가받기 어렵다.
아울러 비상장으로 전환 시에는 자금 조달부터 자산 매각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족쇄가 풀려 SK디앤디의 사업 유연성도 커진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PF 냉각이 심화되고 블라인드펀드 운용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각종 공시 의무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상장사보다는 비상장사 형태가 딜 진행 속도, 조달 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SK디앤디의 경우 현재 신용등급이 과거 대비 하락한 상태라 회사채 등을 통한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동산 디벨로퍼는 꾸준히 프로젝트를 추진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조달 방법이 제한되면 그만큼 사업 유연성이 떨어져 리스크도 커진다. 자진 상장폐지를 검토했던 것에는 이런 고민도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기존 주주들의 우려와 상법 개정 등을 고려했을 때 한앤컴퍼니와 SK디앤디가 섣불리 자진 상장폐지를 시도하기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자진 상장폐지는 기업 경영 자율성 등 많은 장점을 가져다주나 유동성 제한 등으로 소수주주 권익을 크게 침해한다. 이는 최근 상법 개정의 주요 주제인 '총주주 관점의 기업 운영'에 정면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