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빅딜 그 이후

10년 걸친 한온시스템 M&A, 빅배스 딛고 체질 개선 시동

①한국타이어, 조단위 자금 투입 후 무형자산 등 3000억대 감액

김예린 기자  2026-08-28 07:19:08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최대주주에 오른 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인수 첫해는 대규모 손상처리를 단행하며 과감한 '빅배스(Big Bath·부실 털어내기)'를 마쳤다. 2014년 첫 지분 매입 이후 10년간 이어진 조현범 회장의 집념이 빚어낸 딜인 만큼 초기에 회계적 부실을 정리하고 출발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회계적 부실 털어내기 이후에는 눈에 띄는 재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전폭적인 유동성 지원에 힘입어 한온시스템의 차입 구조가 안정화되고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개선됐다.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도 성공하는 등 그룹 내 핵심 동력으로 안착하기 위한 턴어라운드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무형자산 2287억·투자지분 903억 감액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주주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15년이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당시 한라비스테온공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형태였다. 한국타이어는 1조800억원을 투입해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섰다.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 확장과 미래 모빌리티 시너지 도모 차원이었다.

한국타이어는 이후 2024년 12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6000억원을 투입하며 지분율을 36.68%로 높였다. 지난해 1월에는 1조2159억원을 들여 기존 최대주주였던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지분 18.09%를 양수했다. 이로써 지분율 54.77%를 달성하며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진행된 한온시스템 주주우선공모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현재 지분율은 51.07%로 조정됐다.

총 이전대가는 취득일 공정가치 기준 2조5527억원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의 공정가치 1조7200억원에 지난해 1월 새로 지급한 현금 1조2159억원을 더하고, 파생상품 결제분 3832억원을 뺀 금액이다. 이 인수 대금이 한온시스템의 재평가된 순자산 가치를 웃돈 만큼, 그 차액은 영업권 5302억원으로 장부에 잡혔다. 여기에 고객관계(1조7028억원)·기술가치(1조4464억원) 등 함께 인식된 무형자산까지 더하면 3조7401억원에 달한다.

출처=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2025년 사업보고서·2026년 반기보고서.

문제는 최대주주로 올라선 첫해부터 손상 청구서를 받았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낸 사업보고서의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며 인식한 기술가치 등 무형자산에서 2287억원의 손상차손이 잡혔다. 배경에는 공조부문 현금창출단위의 실적 부진과 경쟁적 시장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인수 당시 전망보다 실제 실적이 못 미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래현금흐름 추정치가 낮아진 만큼, 자산가치를 깎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타이어의 별도재무제표에서도 한온시스템 투자주식에 대해 90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한온시스템 인수로 그룹 전체 관점에서 2287억원의 손상이 발생했고, 한국타이어 개별 기준으로 따졌을 경우 한온시스템 지분 가치가 903억원어치 깎여나간 셈이다.

무형자산과 지분의 가치는 훼손됐으나 영업권 가치는 늘었다. 취득일 5302억원에서 2025년 6989억원, 올 상반기 70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회사 가치가 실제로 올라서가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효과다. 한온시스템은 해외 자회사가 많아 외화 표시 자산이 많은데,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으로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은 개선세, 올 상반기 흑자전환 청신호

실적만 놓고 보면 한온시스템은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3년 9조5216억원, 2024년 9조9987억원, 2025년 10조8837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영업이익도 2023년 2836억원에서 2024년 955억원으로 줄었다가 2025년 2704억원으로 반등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023년 589억원 흑자에서 2024년 3586억원 손실, 2025년에도 1973억원 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유지했는데도 순이익이 대규모 적자를 낸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손상차손과 함께 사업결합·재무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두루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재무건전성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부채비율은 2023년 268.5%에서 2024년 254.2%로 소폭 낮아졌고, 유상증자를 거치며 2025년 168.1%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말에는 157.2%까지 추가로 낮아졌다. 2025년 말 단행된 9834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금 유입이 재무구조 개선에 핵심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타이어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4310억원을 지원했다.

한온시스템은 조달자금의 대부분은 차입금 상환(약 8834억원)에 사용했다. 그 결과 2023년 4조1464억원, 2024년 4조5675억원으로 늘었던 총차입금 규모는 2025년 3조8597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올 3월 한온시스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복귀시켰다.
출처=한온시스템의 2025년 사업보고서·2026년 반기보고서.

올 상반기 실적은 완연한 턴어라운드 신호로 읽힌다. 누적 매출액은 5조6235억원, 영업이익은 2009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5조4755억원, 영업이익 854억원) 대비 모두 늘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2.4배 가까이 증가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은 1547억원으로, 377억원의 손실을 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완연한 흑자전환을 이뤘다.

한국타이어 그룹 내에서 한온시스템(공조부문)의 위상을 보면 개선 흐름이 더 뚜렷하다. 영업부문별 실적(연결 기준)에서 공조부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연간 51.3%, 올 상반기 51.1%로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꾸준히 책임지고 있다. 영업이익 비중 역시 지난해 상반기 12.1%에서 지난해 연간 14.7%, 올 상반기 18.8%로 계속 확대됐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품은 지 1년 7개월, 인수 대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영업권은 아직 장부가를 지키고 있다. 다만 연결 무형자산(2287억원)과 별도 투자주식(903억원)에서 이미 3000억원대 손상을 치렀다. 올 상반기 흑자전환과 재무구조 개선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져 실질적인 인수 시너지를 입증할지 주목된다.

한온시스템 측은 인수 첫해 모회사가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과 관련해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 및 지역별 정책 상이 등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미래 불확실성을 선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비용 및 운영 효율화 기조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