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1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 2022년 유상증자 당시와 투자 규모는 비슷하지만 자금 사정은 달라졌다. 4년 전에는 유상증자 대금 납입 시기와 맞물려 차입금을 대폭 늘렸지만 현재는 보유 현금만으로 배정물량 전량 청약이 가능하다.
삼성물산이 이번 유상증자에서 배정받은 물량을 예정발행가액 기준으로 전량 청약할 경우 필요한 자금은 약 1조350억원이다. 6월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 2조2792억원의 약 45%에 해당한다. 청약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해도 1조2000억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이 남는다.
◇4년 전 1.2조 출자, 상반기 차입 2.6조 증가 삼성물산은 2022년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삼성물산은 190만4239주를 배정받아 1조2168억원을 출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달자금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와 4공장 건설 등에 활용했다.
2022년 당시엔 삼성물산의 보유 현금만으로는 1조원대 출자를 감당하기 빠듯했다. 2021년 말 별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1027억원이었다. 단기금융상품 880억원을 더해도 현금성자산은 약 1조1907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자액과 비슷했다.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된 2022년 상반기 삼성물산은 외부 자금조달을 크게 늘렸다. 별도 기준 차입금은 2021년 말 1조2447억원에서 2022년 6월 말 3조8557억원으로 2조6109억원 증가했다. 특히 원화 단기차입금이 같은 기간 312억원에서 1조3312억원으로 불어났다.
현금흐름표에서도 자금조달 확대가 확인된다. 2022년 상반기 단기차입금 순증가액은 1조4843억원이었다. 장기차입금으로 6000억원을 조달했고 사채 발행을 통해 4985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세 항목을 합친 자금 유입은 약 2조5828억원이다.
같은 기간 종속기업·관계기업·공동기업 투자 취득에 지출한 현금은 1조388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출자액이 대부분인 1조2168억원을 차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만을 위해 차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1조원대 계열사 출자가 이뤄진 시기에 삼성물산이 차입과 회사채 발행을 동시에 확대했던 것은 확인된다.
삼성물산은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자 목적을 바이오 사업에 대한 중장기 성장동력 투자 확대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모두 확보하고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과정에서 최대주주로서 필요한 자금을 투입했다.
◇현금성자산 2.3조, 출자액은 2022년 대비 소폭 감소 이번에는 출자 규모가 4년 전보다 줄어든 반면 삼성물산의 현금 여력은 커졌다. 예정발행가액 기준 삼성물산의 청약 예상액은 약 1조350억원으로 2022년 1조2168억원보다 약 1800억원 적다.
6월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2792억원이다. 2022년 유상증자를 앞둔 2021년 말 약 1조1907억원과 비교하면 1.9배 수준이다. 현금성자산 증가와 출자액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재무 부담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삼성물산의 자체 설비투자 규모도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별도 기준 자본적지출(CAPEX)은 2022년 1278억원, 2023년 1345억원, 2024년 1841억원, 2025년 1604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CAPEX는 985억원으로 최근 연간 투자 규모는 1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 등 자체 사업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등 보유 계열사 지분을 통한 배당수익도 확보하고 있다. 1조원대 청약 이후에도 현금성자산이 절반 이상 남는 만큼 현재 재무구조만 놓고 보면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4년 전과 같은 수준으로 차입을 늘려야 할 필요성은 낮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폴리펩타이드 인수와 6공장 건설 등에 투입된다. 삼성물산은 배정물량을 전량 청약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 확대에 다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이사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배정물량 청약 여부와 자금 집행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