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약 4년 만에 추진하는 약 3조원 규모 유상증자의 성패가 최대주주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 두 회사가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합산 74.28%에 달한다.
주주배정 방식인 만큼 이들이 어느 정도까지 청약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외부 투자자가 소화해야 할 물량과 실권주 발생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권주에 대해서는 주관사 잔액인수라는 안전판이 마련돼 있지만 대주주 청약 여부가 결국 흥행을 좌우하는 핵심이 된다.
◇우리사주 빼도 물산·전자 최대 1.8조, 전체 모집액 60%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3조9억원을 조달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보통주 227만주를 새로 발행한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132만2000원이다. 전체 신주의 20%인 45만4000주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고 나머지는 기존 주주에게 보유 주식 수에 비례해 배정한다.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큰 만큼 청약 규모가 전체 자금조달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6월 말 기준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1993만2350주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은 43.06%로 최대주주다. 2대주주 삼성전자는 1444만9944주를 보유해 31.22%를 차지한다. 두 회사의 합산 지분율은 74.28%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시한 구주주 1주당 신주배정비율은 0.0392737657주다. 이를 현재 보유주식에 적용하면 삼성물산은 최대 약 78만3000주, 삼성전자는 약 56만8000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예정 발행가 기준 청약대금은 각각 약 1조350억원, 7500억원이다. 두 회사가 배정물량을 전량 청약하면 합산 투입금액은 약 1조7850억원으로 전체 모집 예정금액의 60%에 육박한다.
양사가 배정물량을 충분히 소화하지 않을 경우 외부 투자자가 떠안아야 할 물량은 그만큼 커진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만 합쳐 약 135만주다. 신주인수권 거래와 구주주 초과청약을 거친 뒤에도 미달 물량이 남으면 일반공모로 넘어가고 최종적으로는 공동대표주관사가 잔액을 인수한다.
◇1조 부담 삼성물산에 쏠리는 눈… 4년 전엔 대주주 참여 양사의 실제 청약 여부와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조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잔여지분 인수를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섰다.
두 회사의 청약 참여로 자금조달을 마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같은 해 4월 유상증자 신주 500만9000주를 상장하고 에피스 지분 100% 확보를 마무리했다.
이번 증자에서는 삼성물산의 최대 청약 부담이 1조원을 웃돈다. 4년 전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폴리펩타이드 인수를 위한 이번 증자에서도 어느 수준까지 자금을 투입할지가 관심사다.
우리사주조합의 소화력도 변수다. 전체 신주의 20%인 45만4000주를 예정 발행가로 환산하면 약 6000억원이다. 6월 말 전체 직원 5573명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약 81주, 금액으로는 약 1억800만원에 해당한다. 실제 청약 부담은 우리사주조합 가입 인원과 개인별 신청 물량에 따라 달라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의 증자비율은 5% 수준으로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5년간 국내 상장사의 1조원 이상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평균 증자비율 18.9%보다 크게 낮고 기존 최저 사례인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의 7.6%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