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기존 중장기 투자계획을 집행하려면 12조4000억원가량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번 조달액의 90%가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투입되면서 생산시설 확충에 사용할 수 있는 유상증자 자금은 3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4년까지 6·7공장과 제3바이오캠퍼스, 미국 공장 증설 등에 12조원 이상을 추가로 집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아직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8공장 투자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회사 역시 증권신고서를 통해 향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유상증자가 중장기 투자재원 마련의 종착점은 아닌 셈이다.
◇조달액 90% M&A 투입…2034년까지 후속 투자 12.4조 남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현재 계획된 중장기 투자 규모는 총 15조4000억원이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2조7100억원을 비롯해 6공장 1조9000억원, 제3바이오캠퍼스 7조원, 7공장 1조7600억원, 미국 공장 증설 6900억원, 기타 투자 1조3400억원 등이다.
이번 유상증자 예정액 3조9억원은 전체 투자계획의 19.5%에 해당한다. 다만 이 가운데 90.2%인 2조7062억원이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투입된다. 생산시설 확충에 직접 배정된 자금은 6공장 건설에 사용할 2947억원뿐이다.
6공장 총투자비 1조9048억원과 비교하면 이번 증자로 충당하는 비중은 15.5%다. 나머지 약 1조6100억원은 향후 영업현금이나 차입 등 별도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 자금을 모두 집행한 이후에도 기존 계획상 약 12조4000억원의 투자비가 남는다. 이를 2026~2034년 9년으로 단순 환산하면 연평균 약 1조3800억원이다.
다만 실제 자금 부담은 연평균치와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투자 일정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6공장에는 2027년 8082억원, 2028년 5871억원이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같은 기간 미국 생산시설 증설 등 다른 투자도 병행된다. 이후에는 7공장과 제3바이오캠퍼스 투자도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향후 필요한 투자재원이 12조4000억원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증권신고서에 제시된 15조4000억원에는 제3바이오캠퍼스 투자비 7조원이 반영돼 있지만 제2바이오캠퍼스에 들어설 8공장 투자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제2바이오캠퍼스에 5~8공장을 건설하는 데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약 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5공장은 완공됐고 이번 중장기 투자계획에는 6공장과 7공장 투자비가 각각 반영됐다. 반면 마지막 생산시설인 8공장은 투자 시기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8공장 투자가 결정되면 현재 제시된 중장기 투자계획에 추가적인 자금 수요가 발생한다. 기존 제2바이오캠퍼스 총사업비 역시 원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평균 투자액, 영업현금 70%…후속 조달 여력은 확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체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중장기 투자비 전액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입은 1조9535억원이다. 남은 투자계획을 9년으로 단순 환산한 연평균 투자액 1조3800억원은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의 70.6%에 해당한다.
지난해 실제 설비투자 규모도 비슷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에 1조3763억원을 지출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유형자산 취득액을 제외하면 5772억원이 남았다. 지난해 수준의 현금창출력이 유지된다면 연평균 투자액을 내부 현금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투자액이 매년 균등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6공장처럼 연간 8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한 사업에 집중되는 시기가 있는 데다 다른 생산시설 투자까지 겹칠 수 있다. 배당, 운전자본, 채무상환 등 다른 현금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
올 상반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1683억원이다. 총차입금은 9191억원으로 이를 차감하면 1조2492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46.4%, 총차입금의존도는 7.53%로 추가 차입을 활용할 재무적 여력도 남아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2조7000억원 규모의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대금을 차입 대신 자본으로 조달하는 것도 향후 투자재원 마련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인수 이후에도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재무여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추가 조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증권신고서에는 6공장과 제3바이오캠퍼스 시설개발 등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향후 지속될 대규모 설비투자에 대비하여 재무건전성과 추가적인 자금조달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했다”며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구축을 위한 2032년까지의 투자 소요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